야마시(やまし)

  • 입력 2012.05.07 09:55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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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오랜만에 촌로로부터 들어본다. 6,70년대에 벤또, 빠께쓰, 쓰메끼리 등과 같이 일제의 잔재말로 노인들 입에 달려 쓰던 말이다. 그 노인이 대뜸 야마시 정권이라고 격하게 꾸짖는 것이 아닌가. 야마시(やまし)? 사기라고 해석하나? 앞뒤 전후로 노인이 격노하며 뱉은 말은 사기 치는 정부라는 뜻일 터. 그렇다면 야마시의 정확한 뜻은 뭘까. 사전을 뒤져보니 山師(やまし) 즉 광산업자나 산림업자를 부르는 말로 되어있다. 후에 광산업이나 산림업이 투기성이 강해지다 보니 투기업자로 의미변화가 되고 투기는 거짓과 사기성이 농후하기에 사기의 의미까지 덧붙여진걸 알 수 있다. 그러니 어른께서 비명처럼 내지른 한마디는 이 정권의 정곡을 찌르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자초지종은 이렇다. 어른은 70이 넘었지만 지금도 정정하게 한우목장을 하신다. 가깝게 멀게 그동안 우여곡절이야 좀 많았는가. 젊어서는 소시장을 쫓아 다니며 마부장사를 했다고 한다. 오해하지 마시라. 요즘 인터넷 게임으로 마부장사라는 말이 있는데 마부장사는 좀 여윈듯 한 중소를 사서 살을 찌워 내다 파는 장사를 말한다. 시골에서 소 장사는 현찰을 많이 가지고 장사를 했다. 대부분 여유로운 살림이었다. 그러나 마부 장사는 다르다. 한 두 마리를 사서 지극정성으로 살을 올려 장에 내다 팔고 또 다시 여윈 중소를 사서 돌아오곤 하니 매 5일장마다 돌며 소장사하는 사람과는 퍽이나 다르다.

소작과 마부농사로 젊은 시절을 보내고 80년대에는 새마을 운동본부 전경환의 수입소 파동으로 그나마 접게 됐다고 한다. 그 후 오늘과 같은 번듯한 목장으로 용케 일어서서 아들딸 가르치고 출가시켰다고 한다. 2008년의 미국산 광우병 소 파동으로 곤욕을 치르고 이런 저런 자유무역 협정으로 언제 그만둬야 할지 모르는 불안정한 상황이지만, 그래도 숨이 끊어질 때까지 소와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이 노인의 소박한 바람이었다.

그러나 노인은 이미 오랜 경험으로 자신만의 부지런함으로는 상황을 개선시킬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평생에 소에서 손을 떼게 만든 것이 전경환의 소파동이고 보면 정치를 잘해야 목부의 운명도 나아진다는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는 것이다.

그런데 광우병이 또 터졌다. 정부의 하는 짓이 못내 불안하다. 게다가 한우까지 판매가 줄었다는 보도를 보니 울화통이 치미는 것이다. 2008년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하면 당장 수입중단을 하겠다던 정부가 약속을 뒤집으니 노인의 속도 뒤집어진 것이다.

MB가 야마시(やまし)친 게 한 두 가진가? 세간에 알려진 대로 BBK라는 금융회사가 그렇고, 도곡동과 내곡동, 만사형통과 시중의 문제들이 줄줄이 걸려 나오고 있다. 도덕적으로 완벽한 정권이라고 입술에 침 발라가며 말했지만 입술이 마르기도 전에 친인척 비리가 터지지 않았는가.

하나부터 열까지 국민들 생각은 안중에 없고 패거리들의 안전과 안정을 위해 야마시(やまし)를 해대는 대통령, 그런 대통령 뽑지 말자. 적어도 위 노인과 같이 평생을 소와 함께 살아갈 수 있도록, 땅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도록 배려하는 대통령을 뽑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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