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농민과 초등학생의 특별한 만남

언니네텃밭, 봄철씨앗심기 소비자 체험 행사 열어

  • 입력 2012.04.23 14:19
  • 기자명 경은아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졸졸졸 뿌려보자.”, “열심히 뿌려버렸어? 누가 잘나나 볼 거야.” 언니네텃밭 나주공동체 생산자와 초등학생 소비자가 특별한 만남을 가졌다.

언니네텃밭 나주공동체가 지난 14일에 주최한 봄철씨앗심기 소비자 체험 행사에 참가한 초등학생들은 부모와 여성농민과 한 팀을 이뤄서 씨앗을 심었다. “잘 덮어줘야지”, “너무 덮어 버리면 싹이 나오질 못해”라며 주거니 받거니 하면서 열중한다. 그런 모습을 보는 여성농민은 “니들이 제일 잘한다”며 흐뭇해한다. 나주는 광주와 가까워 체험행사가 자주 있지만 대부분 학생은 조금하다가 뛰놀기 바쁜 반면 이번 어린 소비자들은 달랐기 때문이다.

언니네텃밭 나주공동체 씨앗심기 행사에 참가한 초등학생들.
그 이유는 이번 행사가 일회성으로 그치는 게 아니라 협약을 맺고 교육과 함께 진행되기 때문이다. 나주공동체와 늘푸른청소년교육문화센터는 지난해 7월 협약을 맺고 직거래 장터와 꾸러미사업을 함께하고 있다. 그리고 문화센터에 소속된 늘푸른작은도서관은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농업을 알려주고, 스티로폼 화분에 씨앗을 심고 자라는 과정을 관찰하는 프로그램을 매주 토요일에 진행하고 있다. 그래서 꾸러미를 받는 부모도 아이도 농업에 관심을 둘 수밖에 없다.

늘푸른작은도서관이 언니네텃밭과 연계하게 된 배경은 독서만 하다 보니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메마르고 정이 부족해졌기 때문이다. 도서관 박선화 선생님은 “엄마와 아이가 함께하는 공동체를 꿈꾸면서 시작하게 됐다”며 “꾸러미를 먹으면서 건전한 소비를 하고, 건강한 먹거리를 먹으면서 아이들이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고 말했다. 나주공동체의 소비자를 담당하는 이숙희 씨는 “체험행사가 많은데 일회성으로 끝나 효과도 없고 유명무실하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연결돼서 계속 관심을 두고 일상 속에서 교류해야 한다”고 전했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함께 심은 씨앗은 쌈채소와 땅콩, 옥수수다. 이 중 땅콩과 옥수수는 토종씨앗이다. 김원숙 대표는 “이거 토종이여. 겁나 고소해. 먹고 싶어 죽겄는디 내가 아껴뒀어. 전국에 번식시키려고”라고 말한다. 언니네텃밭의 토종종자 지키기에 소비자들도 한몫 거든 셈이 됐다.

헤어지면서 김 대표는 “시간 날 때마다 와서 잡초 뽑으러 오라”고 전한다. 소비자들은 얼마만큼 자랐는지 와서 보고 풀도 매겠다고 흔쾌히 대답한다. 이후 나주공동체 생산자와 늘푸른작은도서관의 소비자들은 수확의 기쁨을 나눌 때까지 함께 할 계획이다.

언니네텃밭 꾸러미 사업은 여성농민이 텃밭에서 안전한 방식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도록 소비자 회원이 월 10만원의 회비를 내어 10명 내외의 여성농민 생산자 공동체를 지원하고, 생산자는 월 4회의 제철 농산물로 이루어진 꾸러미를 소비자 회원에게 보낸다. 토종종자를 이용한 유기농 방식의 공동경작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경은아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