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합장 입맛 따라 이사회 임원 구성

농협중앙회와 농식품부 손 놓고 관망
‘투명성’ 운운하던 농협중앙회 조감처 숨기기 바빠

  • 입력 2012.04.09 09:32
  • 기자명 어청식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역농협이 정관과 규정을 무시하는 조합장의 무소불위 권력 행사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에 대한 시정과 감사를 요구하는 감사와 임원들의 자격을 부당하게 박탈하고 개인적으로 보복조치를 취하는 등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협동조합의 원칙은 돈과 지분, 특정인의 권력으로 조합이 움직이는 것이 아닌 1인 1표로 민주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조합원 한명, 한명을 존중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 원칙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오늘 날의 농·축업협동조합의 어두운 현실을 김포축협과 안성축협 사례를 통해 3회에 걸쳐 살펴본다.

김포축협 감사의 특별감사 요청에 조합원 자격 박탈

김포축협에서는 조합의 감사가 자신의 업무인 감사를 요구하자, 부당한 방법으로 해당 감사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하고 감사를 이리저리 피해 빈축을 사고 있다. 김포축협(조합장 임한호)은 농협중앙회의 평가에 의해 지난 해 10월 경영위험관리대상조합으로 결정됐다.

이에 A감사는 12월 15일 특별감사를 요청하고 자료제출을 요구했다. ‘금란사업’의 20억 원 경영손실 적자문제와 단기대여금(양축인에 한해 1년 4%의 저리 대출)의 부정 문제를 밝히고 개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김포축협측은 감사의 특별감사 요청과 자료제출에 당연히 응해야하는 규정이 있음에도 조합장 명령에 따라 이를 모조리 거부했다. 또 김포축협은 A감사가 특별감사 요청을 위해 방문한 직후, 긴급이사회(의장 임한호)를 열고 A감사를 타 지역 거주자라며 56명의 당연탈퇴 대상 조합원과 함께 조합원 자격을 박탈했다.

그러나 A감사는 조합원 자격 당연탈퇴가 부당하다며 법원에 가처분 신청소송을 제기했고 법원은 이를 받아들였다. 법원의 판결은 작년 12월 15일 있었던 긴급이사회의 A감사 조합원 자격 상실에 대한 결정의 효력을 정지 시킨 것. 결국 김포축협 이사회가 억지로 A감사의 조합원 자격을 박탈해 특별감사를 피한 셈이다.

안성축협 조합장이 정관과 절차 무시

임원이 지적하자 해임

 

 
   
▲ 김포A감사와 안성 임원들이 제공한 법원의 임시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 판결문
 
안성축협(조합장 우석제)도 ‘조합장 공화국’ 모양새다. 안성축협 임원 3명은 우석제 조합장이 절차와 정관을 자의로 해석해 조합을 운영하는 것에 대해 지적했으나, 우 조합장과 그 측근들이 이들에 대해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퍼뜨리고 모함해 결국 해임 됐다.

 지난 해 2월 구제역 때문에 농협중앙회에서 지원된 예산(1억 7천200만 원)을 집행하는 과정과 직원들의 인사문제 등에서 안성축협 조합장이 정관을 수차례 어겼다. 이에 임원 3명이 조합장이 정관을 어기고 절차를 무시하는 행동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하자, 조합장이 대의원총회를 열고 이들을 해임 시켰다.

대의원총회에 임원 해임안을 올리는 과정도 상식에 벗어났다. 조합장과 몇몇 직원이 일일이 대의원들을 만나고 다니며, 이들 임원들 때문에 일을 할 수가 없다고 꼭 해임시켜 달라고 호소한 것.

안성축협이 밝힌 해임사유는 해당 임원들이 KBS에 안성축협을 모함해 취재요청을 하고 농협중앙회에서 농성을 해 조합의 명예와 이미지를 실추 시켰다는 것이다.

그러나 법원은 이들 임원 해임이 부당하고 증거가 전혀 없다고 판결했다. 게다가 안성축협 측이 밝힌 해임사유도 전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대의원총회에서 이들 임원 3명을 해임하자고 주장한 대의원들이 말한 해임 사유는 조합장의 측근 직원들로부터 들은 내용이었다. 또 이 직원들은 농협중앙회 홍보실로부터 들었다고 검찰에 진술했다. 이에 해임된 임원들이 농협중앙회 홍보실의 해당 직원을 찾아가 이를 따져 묻자, 그런 이야기 한 사실이 없다며 사실증명서를 이들에게 써 줬다.

이사회 정족수 정관에 위배돼도 의사결정 강행

김포축협과 안성축협이 아무런 근거 없이 부당한 방법으로 조합의 임원들을 쫓아낸 상태에서 법원이 시시비비를 가리는 동안 두 축협은 입맛에 맞는 임원들을 선출하고 과반수로 마구잡이 의사결정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이 두 축협은 정관과 농협법에서 정한 이사회 임원 숫자보다 많지만, 새롭게 선출된 임원의 지위도 적법하다고 주장하며 조합의 의사결정을 마음대로 하고 있다.

김포축협은 2월 9일에 있었던 이사회에서 A감사에게 자료제출과 소집통지도 하지 않은 채, 이사회를 진행하고 이사회에 입장하려는 A감사를 제지해 경찰이 출동하기도 했다. 또 같은 달 22일에 있었던 임시이사회에서 자신들의 위법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새로 임명된 감사와 함께 정관 개정과 임시대의원회 개최 의안을 올렸다. 이에 A감사는 정관과 농협법을 위반한 사항이라며 반발하고 이사회에서 퇴장했다.

안성축협도 마찬가지다. 상임이사가 사직의사를 밝히면 규정상 15일에서 40일 전까지 이를 이사회를 통해 임명해야 하는데 이를 어기고 상임이사 자리를 비워 뒀다. 게다가 조합장이 추천하는 상임이사 후보도 축협 출신이 아니라고 이사회에서 부결처리 했음에도 재차 이사회에서 거부된 후보를 올리기도 했다. 또 안성축협은 해임된 임원 지위에 대한 법원 판결이 나기 하루 전 긴급히 조합장 구색에 맞는 임원을 뽑았다.

우 조합장은 정관상 10명이 이사회 정족수임에도 11명이 이사회를 이루게 만들고 이사회를 진행했다. 또 우 조합장은 이를 악용, 앞서 부결됐던 상임이사 임명 건 등을 과반수 요건에 맞춰 강행처리 했다. 몇몇 임원들이 강력 반발함에도 소용없었다.

이에 이사회에서 임원 다섯 명이 동시에 자리를 박차고 나오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법도 정관도 조합장 권력 아래’인 셈이다.

김포축협은 개인적으로 보복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나몰라라

김포축협 A감사는 조합장 눈 밖에 난 이후, 납품계약과 사료 문제 등으로 피해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또 부당한 대우와 위법행위를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모른 체해 농민들이 억울함을 호소할 곳이 없다며 땅을 치고 있다.

A감사는 2006년 양계장에 화재가 난 해를 제외하곤 2007년부터 작년까지 꾸준히 해병대 2사단에 육계를 납품했으나, 조합원 자격이 박탈돼 1월 28일 재계약 시기에 재계약도 못하고 사료도 제대로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포축협 측은 A감사가 계약을 위반한 건도 있고 군납계약은 당연히 A감사가 해야 하는 것이 아닌 조합원끼리 경합하는 계약이며, 사료도 규정에 정해진 외상거래 약정액이 한도초과 상태로 담보를 제공하면 공급할 수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A감사는 이를 거짓말이라고 반박했다.

계약 위반 건은 12월 말 납품할 육계를 냉동창고에 이미 준비하고 있었고 납품하려 했으나, 12월 15일 조합원 자격을 박탈당해 납품을 하지 못했다며 계약위반은 김포축협의 책임이라고 설명했다. 또 통상 육계 농가들은 하림 등에 주로 납품하므로 군납계약은 관행상 경합에 의한 계약이라기보다 갱신의 의미라고 반박했다. 그리고 김포축협 자료에 따르면 A감사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조합원들이 정해진 사료 외상거래 약정액이 한도초과 상태였다. 그런데 김포축협은 다른 조합원들에게는 사료를 정상 공급하면서 유독 A감사만 한도초과라고 사료 공급을 중지한 상태다. 이에 A감사는 법원에 자료를 제출해 억울함을 호소하고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두 축협의 조합장이 규정을 어기고 편법을 일삼는 와중에 지역조합에 대해 지도 의무를 지고 있는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손 놓고 관망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김포축협의 A감사와 안성축협의 임원들은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에 수차례 감사 요구와 청원서를 넣었다. 그러나 그럴 때마다 농식품부와 농협중앙회는 ‘당사자와 갈등을 잘 조절하라’거나 ‘법적으로 해결하라’는 통보만 되뇌고 있다. 농식품부는 김포의 A감사가 직접 감사를 시행해 달라는 요구를 무시하고 농협중앙회 조감처에 일임했다. 말 그대로 수수방관, 떠넘기는 태도다.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사무처(조감처)의 태도도 상식에서 한참 벗어났다. 김포축협의 금란사업이 조합장을 비롯해 몇몇 직원들이 비위 사실로 인해 20억 원의 손실이 났고, 이를 자신들이 2009년에 감사 하고 징계처분을 했음에도 본지의 자료공개 요구를 거부하고 감사 내용을 끝까지 함구하고 있다.

본지와의 통화에서 농협중앙회 조감처 임창호 차장은 “우리(조감처)가 자료를 공개하면 김포축협이 곤란해진다. 둘의 관계를 고려해 공개할 수 없다”고 끝내 자료 요구에 불응하고 “그것이 조감처의 입장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대답했다.

농협중앙회 조감처는 지난 달 22일에서 23일까지 ‘전국검사역 결의대회’를 열고 청렴 농협 확립을 위한 결의문을 채택하는 등 청렴한 농협, 투명한 농협, 깨끗한 농협 만들기에 앞장 설 것을 다짐했다.(본지 3월 26일자) 그 다짐이 무색하게도 일주일 만에 허울뿐인 형식 갖추기임이 드러났다.

<어청식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