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한 농정, 발상을 바꿔라

  • 입력 2012.04.02 09:1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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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20년만에 국회의원 선거와 대통령 선거가 한 해에 치러진다. 정치권이 모처럼 국민들의 입과 귀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국민들의 한 표가 당락을 좌우하기 때문이다. 기회가 왔다. 변화의 시기, 농정에도 새바람을 일으켜야 한다. 농정전반, 여성농민, 협동조합, 친환경농업 각 분야 전문가들은 지금까지 고착화된 경쟁력, 수출 중심의 농정으로는 안정된 농업생산 기반을 만들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원재정 기자>

농정

농정 패러다임을 바꿔야

윤석원 중앙대 교수

 

최근 우리의 농정은 농업·농촌·농민 문제의 독특한 특성과 가치, 그리고 식량주권의 확보와는 거리가 멀다. 농업 전체를 수출농업이니 벤처농업이니 하여 기업농화하면 경쟁력이 생길 것이고 그것이 우리 농업이 가야할 길이라는 매우 단편적인 시각이 그것이다.

 

수출농업, 벤처농업은 틈새시장일 뿐이다. 도시자본을 끌어 들여 생산부문은 물론 가공, 유통 부문까지도 진출하게 하면 소위 경쟁력이 생길 것이라고 판단한다면, 이 또한 농업·농촌·농민 문제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하는 농정일 뿐이다.

이제 우리의 농정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산업으로써의 농업만을 위한 농정이 아니라 지역공동체로써의 농촌 사회, 그리고 농민의 경제·사회적 지위 문제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올바른 우리의 미래 농정은 농업·농촌 문제와 농업·농촌의 본질적 가치를 정확하게 인식하는 데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미래 농정 패러다임은 농업·농촌의 다원적 가치 극대화와 안전한 농축산물의 안정적 공급을 위한 ‘국민과 함께하는 지속가능한 농업·농촌·농민’이어야 한다.

식량안보, 식량주권, 국민 건강권을 지키기 위해 우리의 안전한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농정, 국토의 효율적 이용과 전통문화의 계승을 위한 농촌지역공동체의 유지 농정, 농업·농촌의 다원적 기능과 환경 생태 보전을 위한 농정으로 농정 패러다임의 일대 전환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정한 수준의 농민소득과 농민권익을 보장하는 제도적 장치가 필요함은 두 말 할 필요가 없다. 선진국 수준의 보조정책을 과감히 추진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로컬푸드운동, 친환경 학교급식운동, 도시농업운동, 토종종자보급운동, 슬로우 푸드·슬로우 시티 운동, 어메니티 자원의 활용, 귀농·귀촌, 생협운동, 착한소비운동, 지역공동체 운동, 공정무역운동, 지속가능한 친환경 유기생태농업 등을 최우선으로 하는 정책의 개발이 필요하다.

 

협동조합

총선과 농협개혁 방향

장상환 경상대학교 교수

 

총선을 계기로 농협개혁의 방향을 다시 생각해 보자. 지주회사 방식의 사업구조 개편은 또 하나의 종합금융지주그룹과 또 하나의 이마트를 만드는 것에 불과하다. 진정한 농협개혁이 되기 위해서는 농협개혁을 통해서 농민들의 농산물 판매가 획기적으로 개선되고 농협 운영에 농민들의 의사가 민주적으로 잘 반영되어야 한다.

 

농협개혁에서 벤치마킹 대상인 덴마크 양돈협동조합 데니시크라운, 네덜란드 청과물 생산자조합 그리너리, 네덜란드 화훼협동조합인 플로라홀랜드 등에서는 조합원들이 생산한 돼지, 청과물, 꽃의 전량 내지 대부분을 조합에 납품할 의무를 진다. 이러한 높은 시장점유율을 토대로 조합은 막대한 물량을 선점해 시장에서 가격 결정권을 유지하고 조합원은 안정적인 출하처를 확보하는 것이다.

대형 할인마트들이 벤더업체를 통해 납품하는 농가들에게 도매시장보다 싼값에 납품하도록 강요하는 경우가 많아진다. 농협 측은 이마트, 홈플러스 등 사기업 대형유통업체는 국내산 농산품을 취급하기보다는 값이 싼 수입산 농산물을 찾기 때문에 국산 농산물 판매 활성화를 위해 하나로마트 매장을 늘려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농협 하나로마트는 농산물, 육류를 주로 판매하지만 가공식품, 의류, 기타 생활용품까지 취급한다는 점에서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과 다를 바가 거의 없다.

농협은 농산물 수급 조절을 선도하면서 가격 안정과 농가 소득 안정화에 기여해야 한다. 도시 소비자들을 고객으로 하는, 농협중앙회 직영 하나로마트 56개는 소비자협동조합이 해야 할 사업으로 단계적으로 소비조합 등에 매각하는 것이 맞다.

대신 도매유통에 주력해야 한다. 대형 소매유통업체의 횡포를 막는데 주력해야 한다.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경쟁하기 보다는 농민을 대상으로 유통 대자본과의 경쟁에서 이기는데 주력해야 한다. 1,167개 지역 단위조합을 통폐합해 광역화하고, 품목별로 경쟁력 있는 조합 브랜드를 육성할 필요가 있다.

 

여성농민

여성농민의 기본적 권리 보장을 위한 정책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여성농민들은 지속가능한 농어촌을 유지하는 핵심동력이지만 여전히 농업에서 보조적인 인력이거나 무급가사종사자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통합진보당의 몇 후보를 제외하고는 여성농민과 관련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 후보는 찾아볼 수 없다. 따라서 19대 총선에서 반드시 반영 돼야 할 여성농민 관련 최소한의 기본정책을 제안한다.

 

첫째, 여성농민들의 법적 지위가 보장되어야 한다. 현재 여성농민들은 전문경영인도 아니고, 토지소유자도 아니고, 임금노동자도 아닌 위치에 놓여있다. 여성농민의 법적 지위 보장을 위해서는 현행 농가등록제, 공동경영협약, 농지원부 등 다양한 제도에 대한 적극적인 보완이 이루어져야 한다.

둘째, 농업정책 수혜대상자의 여성의무할당제를 실시해야 한다. 현재 농업정책은 농가를 대상으로 하고 있어서 정책수혜 대상은 농가=남성(토지소유주, 경영주)으로 대표된다. 따라서 향후 농업농촌 관련 정책사업에 있어서 30% 여성할당을 보장해야한다(여성발전기본법 여성참여 목표 30%).

셋째, 여성농민관련 정책 전담부서의 설치가 필요하다. 정책은 추진인프라 구축 없이 시행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넷째, 보편적 복지 실현이 보장되어야 한다. 특히 여성농업인의 가사노동에 대한 사회적 지원이 확대돼야 하고 농촌 고령노인에 대한 사회적지원이 강화돼야 한다. 산부인과 없는 군단위 증가, 보육시설이 없는 면단위의 증가, 농촌마을은 경로당화 되고 있다. 농어촌 복지는 총체적인 위기이다. 여성농민들의 모성보호, 일-가정 양립을 위한 농번기 공동취사 및 농촌 실정에 맞는 국공립 소규모 보육시설, 마을회관 중심의 자발적 돌봄시스템의 마련은 미룰 수 없는 절박한 과제가 됐다.

위 4개의 정책은 여성농민들의 기본적 권리를 위한 필수요인이다. 특히 직업적 권리 획득은 복지정책, 농업관련 지원정책 등에 있어서 수혜를 보장하는 가장 기본적인 근거이다. 직업적 지위가 확보되지 않는다면 그나마 약소한 권리마저 보장받을 수 없다. 따라서 19대 총선에서 여성농민들의 직업적 지위 획득은 가장 기본적인 권리이며 핵심적인 정책요구이다.

 

친환경농업

진정한 유기농업으로 전환해야 할 때

최동근 (사)환경농업단체연합회 사무총장

 

우리나라의 친환경(유기)농업은 민간의 자발적인 운동의 일환으로 출발해 정부 정책의 한 부문으로 자리잡아 이제는 미래농업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그동안 친환경농업이 정부의 증산정책에 역행한다는 이유 때문에 상당한 핍박과 억압을 받아왔으나 FTA 등 본격적인 시장개방 시대에 우리 농업의 대안으로 부각되고 있다.

 

정부는 친환경농업육성법으로 대표되는 법제화과정을 통해 제도적, 자재, 시설, 수매자금 지원 및 친환경농업직불제 지원 등 각종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와같은 정부 및 지자체의 친환경농업 정책과 농민들의 노력, 소비자의 안전식품 수요증가 등으로 친환경경농산물의 생산·소비·유통 기반도 비약적으로 확대됐다.

친환경(유기)농업의 목적은 지역 내 생태적 자원을 지속가능하게 이용해 농산물을 생산하고, 지역에서 소비하는 지역 내 자원순환형 농업-사회체계를 구축하는 것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하늘과 땅과 생명을 살리려는 것인데 유기농자재(목록공시 및 인증)만을 사용하면 되고 돈많이 버는 수단으로 친환경(유기)농업을 선택하는 우려도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지역자립형 순환형 농업체계를 구축하기위한 진정한 유기농업으로 정책의 중심이 옮겨져야한다. 이를 위해 농자재를 사주는 정책에서 자재를 만들어 쓸 수 있게 하여 지역 내 자원이 순환될 수 있는 방향으로 전환돼야 한다.

또한 지구온난화, 기후협약과 FTA 체결 등 국내외적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서 한반도 전 국토를 유기농업으로의 대전환을 추구해야한다. 이를 위해 유기농식품산업을 육성하는 가칭 ‘유기농식품 산업육성법’을 기존 친환경농업육성법과 분리하여 별도로 제정하고 종자 육성, 유기농 생산기술 등 유기농업육성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아울러 유기농업의 수질 및 토양, 생물다양성 등 환경 보전에 기여하는 공익적 기능과 이산화탄소 저감기능 등을 고려하여 단기간 지원이 아닌 영구적인 가칭 ‘기후변화 직불제’ 도입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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