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 “FTA 반영해 가격 인하 독려” 파문

농협 등 대형 유통업체 간담회 열고 적기 인하 합의
값싼 수입 농산물에 불안한 농민 심정 외면

  • 입력 2012.03.26 09:1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농협, 이마트 등 대형 유통업체들이 15일 한미FTA가 발효됨에 따라 일부 수입 농수산물 판매가격을 인하키로 했다. 그러나 이를 독려한 곳이 농식품부였다는 점이 논란이 되고 있다. 농민들은 수입농산물로 국내 농산물 판매에 피해가 입을 것을 우려하며 불안해하고 있는데 농식품부가 앞장서 유통업체에게 가격인하를 주문했기 때문이다.

농림수산식품부 오정규 제2차관은 23일 농협,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 등 4개 유통업체 임원과 간담회를 열고 FTA 발효에 따라 관세율이 낮아지는 품목에 대해 세율 인하폭에 상응하는 수준으로 유통업체의 판매가격을 적기에 인하하겠다고 밝혔다.

또, 이에 따라 타격을 받게 되는 국내 농축산물 유통을 위해 산지에서 생산된 농축산물이 제값에 판매될 수 있도록 산지조직과의 계약재배 등 협력도 강화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농민들은 국내 농산물 시장을 대체할 오렌지, 체리, 감자 등의 수입 농산물 관세 인하 효과를 앞당겨 적용하려는 농식품부에 비난의 목소리를 퍼부었다.

충남 부여에서 15년째 딸기 농사를 짓는 정효진 씨(53)는 “추운 날씨로 지난 해 보다 딸기 작황이 좋지 않다”고 운을 뗀 뒤 “수확량이 3분의 2수준”이라고 말했다.

정 씨는 정부의 수입농산물 가격 인하 독려 소식에 “논산·부여 지역에서는 5월까지 딸기가 생산돼 지금은 주 출하기이다. 물량이 줄어 딸기값이 비교적 높은 시장상황에 값싼 수입농산물은 치명적인 해를 입힌다”며 농식품부의 행태를 질타했다.

그는 “딸기처럼 유통기한이 짧은 과일은 출하량이 1~2% 변화돼도 폭등하거나 폭락하는데, 이번 관세인하 효과를 조기에 적용해 소비자들이 수입농산물 구입량을 늘려 2~3%만 딸기소비가 줄어도 가격폭락은 불을 보듯 뻔하다”면서 긴 한숨을 내쉬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