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선의 대책은 ‘한미FTA 폐기’ 뿐

[한미FTA 정부대책과 현장반응]

  • 입력 2012.03.19 09:2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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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 발효 하루 전인 14일 농림수산식품부 이상길 제1차관이 대책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이 차관은 "한미FTA가 발효되도 국내 농업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농식품부 서규용 장관은 “올해가 선진 농업의 원년이 될 것”이라며 언론 인터뷰를 통해 한미FTA를 적극 환영하면서 15년간 54조원 규모의 농어업 지원대책을 높이 평가했다. 농업분야 피해는 이미 수차례 발표됐지만 농식품부 수장만 모른 척 하고 있는 것이다. 농민들도 정부가 속속 발표하는 ‘한미FTA’ 대책을 지켜보며 “최선의 대책은 한미FTA 폐기’”라고 맞서고 있다. 정부가 발표한 대책과 이에 대한 농민 반응을 살펴본다.

정부가 발표한 주요 대책
정부는 우선 피해보전직불제 발동요건을 완화했다. 발동 기준 가격을 과거 5년 평균 가격의 85%에서 90%로 상향해 발동 가능성을 높였다.

또 소 30마리, 돼지 500마리 부업 규모의 축산농가에서 발생한 소득의 경우 소득세 감면 혜택과 1,800만원까지 비과세 하던 것을 소 50마리, 돼지 700마리 농가로 확대하고 2천만원까지 비과세한다.

시설현대화 사업 예산도 확대했다. 기존 시설현대화 사업의 예산을 ’11년 대비 1,659억원 증액하고 보조 없이 융자만 지원받는 사업을 신규 도입했다. 이 외에도 농축산업 기자재를 구입하는 데 붙는 부가세를 감면하는 기한을 연장하고, FTA 이행 지원센터를 통해 농민들의 상담과 안내 등의 지원업무를 돕는다.

올해부터 신규 도입되는 제도로는 밭농업직불제, 면세유 기종 확대, 농업용 전기료 인하 등이 있다.

밭농업직불제는 19개 품목을 재배하는 농가에 재배면적 ha당 연간 40만원의 직불금을 지급하는 제도이다. 대상 품목은 밀, 콩, 겉보리, 쌀보리, 맥주보리, 옥수수, 호밀, 조, 수수, 메밀, 기타 잡곡(기장·피·율무), 팥, 녹두, 기타, 두류(완두·강낭콩·동부), 사료작물(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수단그라스, 유채, 귀리, 자운영, 알팔파), 참깨, 땅콩, 고추, 마늘로 결정됐다.

대상자는 농업경영체 등록을 하고 밭농업보조금 지급 대상 농지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과 농업법인이다. 단 대상품목 재배면적의 합이 0.1ha 미만이거나 농외소득이 3,700만원 이상인 농민, 대상농지에서 친환경직불금, 경관보전직불금 등을 수령하는 경우 제외된다.

15일부터는 면세유 공급 대상이 확대됐다. 면세유를 받는 농기계 대상에 농업용 화물차(1톤), 농업용 굴삭기(1톤 미만), 사료배합기가 추가됐고, 로더의 지원범위가 자체중량 2톤 미만이던 것이 4톤 미만으로 확대됐다.

특히 농민들이 많이 사용하는 농업용 화물차는 연간 379리터를 정량 공급하고 월별로 균등히 배정한다. 한 달 평균 32리터의 면세유를 사용할 수 있다.

농사용 전기료 적용 대상도 추가될 전망이다. 지금까지 산업용 전기료가 적용되는 시설 중에 농어업인 및 생산자 단체가 직접 운영하는 일부 농어업용 시설에 농사용 전기료를 적용한다. 대상시설은 산지유통센터 선별·포장·가공 시설, 가축분뇨 처리 시설 등이다. 정부는 오는 4월까지 한전 전기 공급 약관개정을 통해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농업용 화물차 연간 379리터 면세
“적선도 아니고…하루에 읍내 나가는 거리일 뿐” 조롱거리

한편 농민들은 한미FTA 대책이라며 발표하는 내용을 꼼꼼히 지켜보다 정부를 향해 쓴소리를 퍼부었다.

전북 정읍에서 벼농사와 축산업을 하는 이 모 씨는 농업용 화물차에 1년에 379리터 면세유를 신규 배정했다는 소식에 “말도 안된다”며 비난했다.

이 씨는 “농업용 화물차는 농번기에 특히 많이 쓰는데, 1년에 379리터 배정량이라면 한달에 32리터가 된다. 1리터에 10km를 갈 수 있다고 치면 하루에 10km만 혜택을 받는데, 현실적으로 터무니 없는 양”이라고 말했다.

이 씨의 경우 읍내까지 비교적 가까운 마을에 살고 있는 데도 시내 한번 갔다 오는 게 16km 거리이다. 정부가 농작업에 필요한 거리를 산정해 면세유 물량을 결정했다고 하지만, 농번기에 기계 부속이 고장나 읍내에 사러 나가는 일도 농삿일이고, 기계가 고장나 싣고 나가는 것도 농작업이라고 본다면, 면세유 물량은 형편 없어진다.

이 씨는 “농촌에서는 읍내까지 보통 수십 킬로미터인 경우가 허다하다”며 “농업용 화물차에 배정된 면세유 물량이 너무 적어 실효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밭농업직불제도 현장에서 표류하고 있다”는 이 씨는 “전북의 경우 밭직불제가 조례로 지정돼 올해 예산이 확보된 상황인데, 정부가 뒤늦게 밭직불제를 신규로 발표하는 바람에 행정기관에서 중복지원을 피하기 위해 혼란한 상황”이라고 전했다.

경북도의 경우도 도민 발의로 밭직불제 조례 지정을 코앞에 둔 상황에서 정부의 정책과 맞물려 가닥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밭농업직불제가 19개 품목을 지정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품목을 지정해 지원을 하게 되면 품목 쏠림 현상 등이 발생해 수확량 증가로 인한 가격하락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밭농업직불제 시행을 전 품목으로 확대하는 등의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게 농업계의 중론이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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