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혜택 줄어든 농작물재해보험은 갈취다”

농협중앙회 앞에서 400여명 농민 기자회견

  • 입력 2012.03.12 10:16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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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경북 안동 과수 농가 400여명이 서울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농작물재해보험 약관이 농민들에게 불리하게 개악됐다”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농협중앙회 한 관계자는 “농협이 생긴 이래 수백명의 농민 조합원이 모이기는 처음”이라며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농민을 위한 사업구조개편을 한다던 농협중앙회가 농작물재해보험 약관을 일방적으로 변경해 농민 400여명이 기자회견을 열었다. 농협이 생긴 이래 수백명의 농민조합원들이 본관 앞에 모이기는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다.

 

# 시작부터 실랑이 = 8일 안동지역 농민 400여 명이 서울 충정로 농협중앙회 본관 앞에서 ‘농작물재해보험 약관 개악 저지를 위한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1시 기자회견을 앞두고 40분 전부터 농협중앙회 본관 출입구는 전경차 6대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막아서고 있었다.

 농민들을 태운 차량 12대는 오전 9시 안동에서 출발해 1시 경에 도착했다. 그러나 농협 본관 부근을 막아선 경찰들로 좁은 인도에서 오도가도 못 하게 된 농민들이 거칠게 항의했다.

“손님이 오면 물이라도 내오는 게 인지상정인데 이게 무슨 짓이냐” “농협의 주인인 조합원들을 이리 푸대접 할 수 있냐” 십여분의 실랑이 끝에 400여명의 농민들은 농협 본관 건물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할 수 있게 됐다. 이날 기자회견은 ‘농작물재해보험 개악 저지를 위한 안동지역대책위원회’가 주최했다.

사회를 맡은 탁호균 집행위원장은 “최근 들어 잦아진 이상기후로 농산물 생산량이 격감하고 있는데 반해 농자재 가격은 해마다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설상가상의 상황”이라며 “이런 와중에 농협중앙회가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2012년 농작물재해보험 봄 동상해 상품에 대한 재해피해 기준을 자의적으로 변경하고 보험금지급금액을 감액했다”고 상경 기자회견을 열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 봄동상해 피해인정율 70%에서 50%로 줄인다? = 안동 농민들은 ‘농작물재해보험 과연 누구를 위한 보험인가?’라며 기자회견문을 낭독하기도 했다.

기자회견문에는 농협중앙회가 농작물재해보험 가입안내 건을 해당 지역농협에 하달하면서 가입농가가 지난해에 비해 매우 불리한 약관 변경서를 첨부했다고 주장했다. 또 기한도 오는 23일까지 촉박할 뿐 아니라 변경된 봄 동상해 약관상 정부보조금을 포함한 농가 자부담 보험료를 되돌려 주는 수준일 뿐이라며 축소된 보험금 규모를 질책했다.

이에 따라 농민들은 △불합리한 농작물재해보험 약관 변경을 재조정하고 2012년 봄 동상해 보험가입을 약관 재조정 후로 연기 △농협중앙회와 6개 보험사가 일방적으로 제시한 보험약관 신청을 승인한 농식품부와 관련기관 사과와 책임자 처벌 △농민을 위한 농협의 임무를 져버린 농협중앙회장 사퇴를 주장했다.

한편 비료값 담합 문제도 거론한 안동농민들은 “농민들에게 갈취한 비료값 부당 이익금을 농민들에게 환원하고 농협중앙회는 즉각 해체하라”고 촉구했다.

# 대표단과 농업정책보험 본부장 면담 = 기자회견 이후 농민대표단 20명은 노승기 농업정책보험 본부장과 면담을 진행했다. 면담에 참석한 탁호균 집행위원장은 “3월 12일부터 23일까지 내린 촉박한 보험가입 지침을 4월 6일까지 연기해달라고 요청했고, 노 본부장도 본부장 직권으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말했다.

탁 집행위원장은 또 “7개 보험회사와 정부 승인이 난 보험약관은 사실상 어렵다는 농협측의 설명에 변경된 약관을 내년부터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 안동 정치인들도 참석 = 이날 기자회견에는 김광림 국회의원(새누리당, 안동)과 권오을 전 국회 사무총장도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김 의원은 “농민들한테 손해가 커진 농작물재해보험에 대해 농협중앙회 최원병 회장도 재검토 하라”고 촉구하며 “본인도 책임지고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권 전 사무총장도 “농협은 부자 됐지만 농민은 부자 됐는지” 묻고 “기상재해로 인한 피해를 나눌 고민은 못할망정 약관까지 고치면서 농민피해는 나몰라라하는 농협을 용서할 수 없다”고 호통을 쳤다.

 “보험회사 몇 단계 안전장치 해놓고 농민 부담만 가중”

이성원 씨(65)가 분통을 터뜨린 건 기자회견이 거의 끝 날 무렵이었다. 6천평 사과 농사를 짓고 있는 이 씨는 2002년부터 농작물재해보험을 들고 있는데, 해가 갈수록 보험 부담은 늘고 혜택은 줄어드는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이 씨는 “2010년 피해율 80%를 보장하던 농작물재해보험이 2011년 70%로 줄어들더니 올해는 50%까지 대폭 줄어들었다”며 “지난 해 서리피해로 보험혜택을 받은 사람들은 할증이 붙어 보험료는 더 올라간다”며 현실적인 부담을 지적했다.

그는 “보험회사가 수익률 운운하며 몇 단계 안전장치를 해 놓는 사이 농민들은 이래저래 부담만 늘어난다. 농협이 앞장서서 농민위한 제도를 준비해야 하는데…비료값을 담합해 농민 돈을 빼낼 정도니 더 말할게 뭐 있냐”고 답답한 심경을 내보였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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