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댁의 농촌일기

  • 입력 2007.12.01 14:24
  • 기자명 나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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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사는 곳은 농촌이다. 태어난 건 시골이지만, 거의 30년 동안 도시에서만 살다가 결혼 후 시골로 이사 왔으니, 농촌생활은 처음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은 무척이나 궁금해한다. 남들은 도시로 서울로 나가는데, 왜 서울(인천)서 살던 사람이 시골로 이사 왔는지 신기한가 보다.

집 앞에 바로 버스정류장이 있어 창문을 열면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는데 지나가면서 집안을 쑥 들여다보고 가시는 분, 직접 들어와서 말을 건네시는 분들도 있으니 도시에서 자란 내가 처음엔 참 쑥스럽기도 했다. 도시에서 서로 알지도 못하는 이웃들과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내가 그 집 밥숟가락도 훤히 안다는 시골마을에 이사 왔으니, 문화적 차이라는 짧은 단어로 설명 안되는 어색한(?) 경험을 하고 있다.

▲ 나진숙 (경북 의성군 옥산면)
시골에는 젊은 사람도 귀하지만, 특히 아이들이 귀하다. 생후 9개월 된 우리 아들이 마을에서는 인기 만점이다. 가온이를 업고 나가면 모두들 아기 얼굴 한 번씩 만져보고 싶어하고, 동네 꼬마아이들은 가온이가 한번 웃어만 주면 다들 좋아서 까무라칠 정도다. 매일 가온이 본다고 우리 집에 놀러오는 꼬마아이들 때문에 정신없어 무서운 아줌마 행세를 하지만 아이들은 아랑곳하지 않는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도시보다 농촌이 더 좋은 것 같다. 학원하나 없지만, 여름이면 개울가에서 매일 물놀이하고, 요즘은 자전거 타고 마을을 쓸고 다니는 꼬마아이들이 더 좋아 보인다.

처음엔 시골생활에 낭만도 가지고 있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웬 걸, 사과밭에 약 칠 때는 창문도 꼭꼭 닫아야 하고, 상수도 시설이 없어 물을 틀면 비 오면 흙물에 농약 치면 약물이 나온다. TV선도 안 깔려 있어서 위성방송을 비싼 돈 주고 연결해야만 TV가 나온다. (내가 군수면 바로 물, 쓰레기, TV 다 해결할 텐데...ㅋ)

문화센터, 체육시설 같은걸 꿈꾸지도 않지만, 목욕탕, 도서관, 시장 등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다 읍에 나가서 해결해야 하니 불편한 것도 많다.(생활의 불편함보다 농촌 죽이기로 일관하고 있는 농업정책이 더 문제지만…)

얼마 전 시댁식구들 모임에서 한 어른이 내 손을 잡고 시골생활이 고생스럽지? 하시는 거다. 난 얼떨결에 네. 그렇지요. 하고 대답했지만, 생각해보니 도시생활이나 시골생활이나 사는 모습은 매한가지 같다. 각각 장단이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멋지고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텃밭을 일궈 먹을 양식을 마련하고, 일 년 농사지어 생활비 마련(?)하며 사는 모습이 남부럽지 않다. 물론 농사로 먹고사는 게 어렵지만, 집값 걱정 없이 산다는 게 어찌 보면 더 속편한 일이다.

나 또한 처음부터 시골에서 살자고 맘먹은 사람은 아니었다. 대학 다닐 때 농활가면서 나중에 시골에서 살아볼까? 하고 가벼운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내가 지금 이렇게 시골새댁이 되어 있을 줄은 상상을 못했었다. 농사지으며 사는 게 좋다는 남편(신랑도 도시에서 자라 올해 처음 농사를 지어봤다.)을 만난 게 결정적 이유지만, 농촌에서 젊은 사람들이 할 몫이 많다는 것, 내가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에서 농촌에 살기로 했다.

친정, 시댁식구들 모두 도시에서 직장 다니며 편히 살지, 일 많다는 시골로 이사 가냐고, 왜 돈도 안 되는 농사지으려고 하냐고 이구동성으로 묻는다. ‘농사지어도 돈이 되요. 시골이 살기 편하다’고 말은 못한다. 그냥 그런 질문들에 웃으면서 ‘시골이 좋아서요’라고 대답할 뿐이다.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천에 못 옮기는(?) 사람들, 농사짓기가 힘들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대답하고 싶다.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다. 작지만, 농촌의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나진숙 (경북 의성군 옥산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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