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는 곳은 농촌이다. 태어난 건 시골이지만, 거의 30년 동안 도시에서만 살다가 결혼 후 시골로 이사 왔으니, 농촌생활은 처음이나 다름없다. 사람들은 무척이나 궁금해한다. 남들은 도시로 서울로 나가는데, 왜 서울(인천)서 살던 사람이 시골로 이사 왔는지 신기한가 보다.
집 앞에 바로 버스정류장이 있어 창문을 열면 사람들과 눈도 마주치는데 지나가면서 집안을 쑥 들여다보고 가시는 분, 직접 들어와서 말을 건네시는 분들도 있으니 도시에서 자란 내가 처음엔 참 쑥스럽기도 했다. 도시에서 서로 알지도 못하는 이웃들과 사는 것에 익숙해져 있던 내가 그 집 밥숟가락도 훤히 안다는 시골마을에 이사 왔으니, 문화적 차이라는 짧은 단어로 설명 안되는 어색한(?) 경험을 하고 있다.
아이를 위해서라면 도시보다 농촌이 더 좋은 것 같다. 학원하나 없지만, 여름이면 개울가에서 매일 물놀이하고, 요즘은 자전거 타고 마을을 쓸고 다니는 꼬마아이들이 더 좋아 보인다.
처음엔 시골생활에 낭만도 가지고 있었다. ‘공기 좋고 물 좋은 시골’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웬 걸, 사과밭에 약 칠 때는 창문도 꼭꼭 닫아야 하고, 상수도 시설이 없어 물을 틀면 비 오면 흙물에 농약 치면 약물이 나온다. TV선도 안 깔려 있어서 위성방송을 비싼 돈 주고 연결해야만 TV가 나온다. (내가 군수면 바로 물, 쓰레기, TV 다 해결할 텐데...ㅋ)
문화센터, 체육시설 같은걸 꿈꾸지도 않지만, 목욕탕, 도서관, 시장 등 생활에 필요한 것들은 다 읍에 나가서 해결해야 하니 불편한 것도 많다.(생활의 불편함보다 농촌 죽이기로 일관하고 있는 농업정책이 더 문제지만…)
얼마 전 시댁식구들 모임에서 한 어른이 내 손을 잡고 시골생활이 고생스럽지? 하시는 거다. 난 얼떨결에 네. 그렇지요. 하고 대답했지만, 생각해보니 도시생활이나 시골생활이나 사는 모습은 매한가지 같다. 각각 장단이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멋지고 아름다운 자연과 함께 텃밭을 일궈 먹을 양식을 마련하고, 일 년 농사지어 생활비 마련(?)하며 사는 모습이 남부럽지 않다. 물론 농사로 먹고사는 게 어렵지만, 집값 걱정 없이 산다는 게 어찌 보면 더 속편한 일이다.
나 또한 처음부터 시골에서 살자고 맘먹은 사람은 아니었다. 대학 다닐 때 농활가면서 나중에 시골에서 살아볼까? 하고 가벼운 생각을 해보긴 했지만, 내가 지금 이렇게 시골새댁이 되어 있을 줄은 상상을 못했었다. 농사지으며 사는 게 좋다는 남편(신랑도 도시에서 자라 올해 처음 농사를 지어봤다.)을 만난 게 결정적 이유지만, 농촌에서 젊은 사람들이 할 몫이 많다는 것, 내가 하고 싶고 해야 할 일이 많다는 생각에서 농촌에 살기로 했다.
친정, 시댁식구들 모두 도시에서 직장 다니며 편히 살지, 일 많다는 시골로 이사 가냐고, 왜 돈도 안 되는 농사지으려고 하냐고 이구동성으로 묻는다. ‘농사지어도 돈이 되요. 시골이 살기 편하다’고 말은 못한다. 그냥 그런 질문들에 웃으면서 ‘시골이 좋아서요’라고 대답할 뿐이다.
이제는 젊은 사람들이 농촌에 많아져야 한다고 생각하면서도 실천에 못 옮기는(?) 사람들, 농사짓기가 힘들다고 걱정하는 사람들에게 대답하고 싶다. 살아가는 모습으로 보여주고 싶다. 작지만, 농촌의 희망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나진숙 (경북 의성군 옥산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