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감사도 비웃는 농협의 독선

이천농협 하나로클럽 ‘바나나 판매 재개’
값싼 수입농산물과 사투하는 농민들은 안중에 없어

  • 입력 2012.01.16 16:2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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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천농협이 최근 바나나를 다시 판매하고 있다. 국정감사 지적 사항임에도 숨바꼭질 하듯 반복되고 있는 상황에 “국정감사도 별 수 없다”는 냉소와 함께 농협의 독선에 비난이 일고 있다.

이천농협 하나로클럽은 바나나를 판매하다가 지난 해 9월 국정감사에서 민주당(현 민주통합당) 김우남 의원이 이태용 조합장을 증인으로 부르는 등 세간의 관심을 받았다.

농협의 국산 농산물 판매 원칙을 다시 세우는 계기로 기대를 모았던 당시의 이슈는 국감 이후에도 한동안 개선되지 않았다. 바나나는 여전히 판매됐고, 11월 초 중단했으나 새해 들어 다시 매장에서 바나나가 등장한 것. 농민들이 갖는 실망감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천농협 하나로클럽이 바나나를 판매한 사이클은 국정감사 직후 국회가 잠시 소강상태일 때바나나를 팔다가 11월 김우남 의원실이 이후 상황을 점검할 당시 판매를 중단, 이어 4월 총선으로 의원들이 지역에 집중하는 이 시기에 다시 바나나 판매를 재개했다. 단속이 심하면 피했다 단속이 뜸하면 등장하는 숨바꼭질 형국이 아닐 수 없다.

5일 이천농협 하나로클럽 직원은 “바나나를 판매 하고 있다”고 말했으나 이후 판매 책임자들은 한사코 바나나를 판매하지 않는다고 부인하고 있다. 결국 12일 매장을 직접 방문한 이 지역 농민이 “한동안 바나나 파는 걸 못 봤는데, 오늘은 팔고 있다”고 제보를 하면서 사실이 입증됐다. 11월 판매 중단 당시 이천농협 하나로클럽 정해용 점장은 “민감한 사안이라 잠시 보류했다”고 대답한 바 있다. 또 다시 팔 수 있을 거라는 여지를 이번 바나나 판매로 확인 시킨 셈.

전국 지역농협을 지도·감독해야 할 농협중앙회는 사태 파악도 못 하고 이를 막을 강력한 대책 또한 마련하지 않은 실정이다. 농협중앙회 식품유통부 김문 팀장은 “이천농협 하나로클럽은 지난해 실적 조사에서 수입농산물 판매로 인해 감점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천농협처럼 자립기반이 큰 농협은 ‘감점’이 효력을 발휘하지는 않는다. 특히 국정감사에서 김우남 의원이 최원병 회장에게 주문한 “무이자자금 회수”는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이천농협은 무이자자금을 받지 않아도 운영에 무리가 없을 뿐 아니라 지원된 내역도 없기 때문이다.

농협중앙회도 “국산 농산물만 판매한다는 원칙이 현실적으로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하고, 국회도 단기처방만을 내고 있는 가운데 농민들은 값싼 수입농산물의 범람 속에 하루하루 사투를 벌이고 있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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