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많이 오면 불안해서 잠을 못자”

주민들, 환경영향성 평가도 제대로 반영 안 돼
농어촌공사구례지사, “주민들 보상금 낮아서 반대”

  • 입력 2011.12.19 10:06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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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수저수지 둑높이기 사업철회 주민요구 확산

구례군 토지면 내죽마을 주민들이 최근 농림수산식품부를 방문해 문수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을 철회해 줄 것을 요청하면서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내죽마을 주민들은 농어촌공사가 왜 주민들에게 해를 끼치려 하냐고 분노를 거침없이 쏟아 내기도 했다.

지난 13일 전남 구례군 토지면 내죽마을을 찾았을 때 주민들은 마을 회관에 옹기종기 모여 문수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에 대한 불안한 표정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마을 회관에 모인 주민들은 입을 모아 “공사를 왜 하는지 모르겠다”며 “주민 의견을 제대로 수렴하지 않았다”고 화를 토해냈다.

지역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농업용수가 더 필요하지 않다는 것과 차라리 농업용수를 확보하려면 준설을 하면 된다는 점으로 압축된다. 또 여기에 심리적 압박감도 존재한다. 문수저수지가 계곡 끝자락에 놓여 있는데 여기에 둑을 더 높이게 되면 집중호우 시기 더 위험하게 된다는 것이다.

구례군 토지면 내죽마을 정천식 (75세)씨는 “지역주민의 승낙 없이, 공사를 강행하려 한다”며 “주민들은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저수지 둑이 높아지게 되면 위험에 더 노출되는데 이 마을에서 누가 살겠나. 마을의 존폐가 닥쳐올 것이다. 70년 남짓 여기서 살면서 물이 부족해서 농사를 못 지은적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지금도 둑이 높아서 불안하다. 비가 많이 와서 물이 넘치는 천재지변을 누가 막겠냐. (한국농어촌공사 구례지사는)내죽 마을 주민들을 기만하고 외면했다”며 “지금 필요한건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이 아니라 수로 공사를 통해 아래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농민들에게도 물이 골고루 공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래야만이 공사비도 절감되고 주민들의 불만감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문했다.

1998년 집이 파손됐다는 황태문(83), 박금순(76) 부부는 “비가 많이(80mm 이상) 오면 무서워서 잠을 못 자 높은 곳으로 피신한다”고 입을 모았다. 박 씨는 “저수지 둑 높이기 공사를 막으러 가자고 이장이 방송을 하면 내가 제일 먼저 나간다. 그리고 맨 앞에서 맞을 각오를 하고 악을 쓰고 덤빈다”고 격앙감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황 씨는 “둑을 더 높이면 수위량이 더 많아져서 위험부담이 크다”고 불안해하며 “저수지에서 방류된 물이 곡선을 따라 흐르지 못하고 집을 덮쳐 버린다”고 1998년의 기억을 떠올렸다.

특히 황 씨는  “한국농어촌공사 구례지사는 왜 주민들에게 해를 끼치려고 하냐”고 분노를 거침없이 쏟아 냈다.

이 마을 주민인 김선열 씨는 말라버린 저수지를 가리키며 저렇게 쌓여진 흙을 파내면 수위가 자연스럽게 높아 질 텐데 그렇게 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미 바닥을 드러낸 저수 바닥에는 수중계곡이 형성되어 있었다.
주민들이 불안해하는 직접적인 원인은 둑이 높아지면서 제방이 더 두꺼워진다는 것에 있다. 공사 후 수위량이 높아짐에 따라 저수지 둑도 더 두껍게 만드는 공사도 병행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마을을 형성하고 있는 바로 뒤쪽까지 둑이 형성되는 것이다.

김 씨는 “현재 제방 위치에서 27m를 더 두껍게 한다는 것이 농어촌공사의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마을 뒤쪽까지 제방이 형성되기 때문에 주민들의 불안은 극도로 높아질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전남 구례군 토지면의 김봉룡 씨는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하는데 있어 지역주민 1천여명 가운데 일부 주민(29명)에게만 동의서를 받았다”고 지적했다.

또 “저수지 둑 높이기 사업으로 인한 환경영향평가가 전혀 반영되지 않았고 졸속으로 추진하다 보니 농업용 저수지 필요성에 대한 객관성에 대한 수치가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향후 내죽마을 주민들은 법적 대응으로 공사를 지연시킬 계획이며 국회 예산 전액 삭감 투쟁도 벌일 예정이다.

하지만 담당 관계기관은 이러한 주민들의 반발을 일부 반대론자들의 의견으로 여기는 것으로 확인됐다. 한국농어촌공사 구례지사 박종춘 차장은 “일부 강경론자들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토지감정평가를 실시한 이후 일부 몇 농가에서 (토지)가격이 싸게 나오니까 반대하고 나왔다고 주민들이 이야기를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주민동의 절차와 관련해서 “공사로 인해 토지가 편입되는 소유자 40여명을 대상으로 공사에 찬성한다는 동의서를 받았기 때문에 절차적 문제는 없다”고 말했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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