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사람 노동계의 별이 지다

이춘자 노동세상 발행인 운명
노농연대 새로운 발판 제시하기도

  • 입력 2011.12.18 07:00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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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사람이 이렇다. 너무 따뜻해서, 옆집 아줌마와 같단 소리를 듣는 사람이.

“내 엄마가 돌아가신다면 이런 기분일까?” 한 사람이 이렇다. 너무 다정해서 엄마 같다고.

그 사람은 밥을 지어주기를 좋아했다. 처음 만나는 사람에게 밥을 지어주기 위해 메뉴를 선정하고 그에 따른 시장을 보고. 그리고 처음 만나는 사람이 오기 2시간 전부터 밥을 지었다. 그리고 따뜻한 밥, 국, 그리고 반찬을 내어 놓았다. 그는 상대에게 밥을 지어주는 것이 최고인줄 알았다. 짓는 다는 것은 모든 정성과 마음을 다 하는 것임을 아는 것이었기에.

그는 사람에게 향기를 남겼다. 자기주장을 내 세우기 보단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어 주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상대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마음을 비우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는 소박했다. 그리고 사람을 좋아했다. 그는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가리지 않았고, 사람들의 고민을 경청하고 공감했다.

그는 막걸리와 농촌을 좋아했다. 그를 따랐던 한 인사는 “막걸리를 마시며 다른 사람을 위해 백숙을 뜯어주던 모습이 생각난다”고 회고했다.

그는 잔정이 많은 사람이었다. 그를 10여년간 알고 지내던 사람은 그의 첫 인상에 대해 “밝고 활기찬 사람이었다”고 확신하며 “그는 원칙에는 강건하고 사람을 대할 때는 따뜻했다. 그리고 어느 자리에서 만나도 늘 많이 웃던 사람”이라고 회고했다.

또 다른 사람은 그를 두고 열정적이고 자기와 다른 사람들에게 자기 모든 것을 내어준 사람이라고 평했다. 사람을 좋아했던 그는 눈물이 많기도 했다. 그와 활동했던 한 관계자는 “잔정도 많고 여렸다. 사업을 추진할 때 강하게 밀어붙이지 못해 스스로 힘들어 한 적도 있다”고 평했다.

그는 꼼꼼했다. 특히 강압적으로 해결하려 하지 않았다. 합의 과정을 중요시 여겼고, 구성원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려고 노력했다.

그런 그는 늘 구성원과 함께 대화하려고 노력했고, 변화하려고 했다. 그와 10여년을 함께 했던 한 인사는 “그는 나침반 이었다”라며 “방향을 제시하기 보다는 흔들렸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나침판은)흔들리지만 그렇게 흔들리는 것은 (그에게는) 옳은 방향을 향한 고민이었다”라고 평하며 “그 나이쯤이면 고립되는 것이 당연한데 그 분은 그렇지 않고 끊임없이 현장을 지향했다”고 말했다.

이런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별안간 세상을 달리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부정했다. 1백여명의 조문객 중 누구하나 인터뷰에 응하려 하지 않았다. 그나마 ‘이춘자…’라는 단어가 나오면 말 머리를 돌렸고, 말을 아꼈다. 이춘자 서울노동광장 대표(노동세상 발행인)가 그렇게 세상을 달리했다.

이 대표는 노-농연대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본인이 발행하는 노동세상에 농업관련 고정 코너를 마련해 글을 연재하고 있으며 본지 한도숙 대표와 대담을 통해 2012년 농민과 노동자 연대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도 했다.


민족민주노동열사 이춘자 약력

1960년 3월 3일 출생
1981년 서울대 국문과 입학
1984년 현장투신
1986년 조직사건으로 구속
1990년 영등포산업선교회 활동
1991년 노동자역사학교 운영
2000년 철도노조 민주화 투쟁, 기아자동차노조 민주화 투쟁 현장교육 및 연대활동
2002년 우리역사학교 운영
2004년 서울노동광장 창립 / 대표 역임
2006년 반미여성회 서울본부 지도위원 역임
2007년 월간 노동세상 창간 / 발행인 역임
2007년 서울겨레하나 공동대표 역임
2008년 새세상연구소 이사 역임
2011년 서울대 문대 민주동문회 운영위원
(현)서울노동광장 대표
(현)서울겨레하나 공동대표
(현)월간 노동세상 발행인
노동세상 발행인. 그 이름으로 남고 싶은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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