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곡수매가 언쟁하다 조합장이 감사 폭행 논란

  • 입력 2011.10.24 10:39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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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  “쌀값 결정에 농민 의사 반영 없어” 문제제기
조합장  “수매가 언쟁, 폭행 아니다…밀고 당겼을 뿐”

농민과 농협의 쌀값 갈등이 올해도 반복되는 가운데 경기 이천에서 추곡수매가 얘기 끝에 지역농협 조합장이 감사를 폭행하는 사건이 발생해 파문이 일고 있다.

사건이 벌어진 건 지난 16일 점심나절 경기도 장호원읍 한 식당. 이천 율면농협 박병건 조합장과 선임이사 이 모씨, 감사 김선경 씨가 자리를 함께 했다.
이날은 감사 김선경 씨의 60세 생일이어서 “점심이라도 함께 하자”는 박 조합장 측의 제안에 모이게 됐다.
점심 식사와 함께 한두차례 술잔이 오고가면서 수확기를 맞아 수매가 얘기가 나왔다.

▲ 경기도 이천 율면농협 김선경 감사(60세)가 치료를 위해 지역의 병원에 입원해 있다. 김 씨는 이후 서울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상태. 그는 왼손이 의수인 2급장애의 몸이지만 지역의 쌀전업농회장, 농민회 등 활동력이 두드러진 농민이다.<사진 제공= 시사이천>

김 감사측의 설명에 따르면 “수매가 문제로 조합장과 이야기를 했다. 율면은 제현율이 잘 안나오고(이로 인해 농민들 어려움이 많을 뿐 아니라), 이천지역에서 수매가 결정을 할 때 지역농협 조합장들끼리만 협의해서 가격을 결정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문제를 제기하다 논쟁이 벌어졌다는 것.
분위기가 격해진다 싶었는데 박 조합장이 수저통을 집어던져 김 감사 얼굴을 강타했다. 이어 조합장에게 주먹으로 수차례 얼굴을 맞았다.

김 감사측은 이로 인해 광대뼈에 금이 갔다는 주장을 했다. 김 감사는 지역병원에서 치료를 받다가 수술을 받기 위해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 입원중이다. 더구나 김 감사는 왼손을 의수를 사용하는 장애2급의 몸이다.
19일 김 감사에게 당시 상황을 더 확인하려고 했으나 “이천경찰서에서 진술을 받으러 곧 올 것”이라며 긴 통화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문제는 이천지역 언론에도 보도된 이 폭행사건을 박 조합장은 인정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19일 박병건 조합장은 추곡수매가 대화 중에 말다툼을 했다는 사실과 폭행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김 감사가 병원에 입원해 있어 그 자체만으로도 내가 변명해 봐야(소용이 없다)…”라고 말 문을 연 박 조합장은 “김 감사의 생일이라 다른 문제로 소원한 면이 있어서 해소할 겸 마련한 자리였다”며 “이천쌀은 이미 10월 7~8일 가격이 결정됐을 뿐 아니라 10개 농협 공동브랜드로 우리 농협 단독으로 쌀값을 결정한 것도 아닌데, 그 얘기로 언쟁을 할 필요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김 감사가 농민단체 회원이라 벼값 얘기로 자꾸 몰아가긴 했지만 그로인해 싸움이 벌어진 건 아니다”라고 거듭 강조한 박 조합장은 “술을 먹다보니 오해가 말다툼으로 이어질 수 있고 몸싸움이 있을 수도 있고…손도 잡고 멱살도 잡고 했을 뿐 일방적 폭행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박 조합장은 “그날 사건에 대해 그 분이 주장하는 부분은… 논란을 증폭시킬 필요가 없어 반박하거나 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박 조합장은 17일 이천경찰서에서 1차 조사를 받은 상태다. 수사가 더 진행되면 진실이 밝혀지겠지만, 박 조합장의 폭행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천지역의 농협 전무, 상임이사를 역임하다가 지난 해 율면농협 조합장에 당선된 박 조합장은 10년 전에도 직원에게 ‘재털이’를 던져 지역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다. 이는 공공연한 사실로 이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때문에 이번 폭행사건도 “그 조합장이라면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반응이다. 한편 수매가 논쟁으로 조합장이 감사를 폭행했다는 소식이 돌자 지역농민들은 분개했다. 이천의 한 농민은 “감사가 됐던 누가 됐던 어려운 시기, 쌀값 얘기하는 건 당연하다”며 “농민대표들하고 상의도 하지 않고 조합장들끼리만 담합해 쌀값을 결정하는 게 옳은 일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수확기에나 날이 좋았지 여름에 비가 많이 와서 쌀 작황이 좋지 않다. 제현율도 작년수준에도 못 미치는 실정이다. 농민들은 수매가를 7만원 달라고 하는데 조합장협의회에서 6만5천원이라는 일방적인 결정을 해 버렸다”고 분통을 터뜨리며 “농협의 주인인 농민조합원 얘기에 귀 기울이지는 못할망정 폭행으로 맞받아친 조합장은 자격이 없다.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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