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가 농촌 도약의 계기라고?

  • 입력 2011.10.24 09:2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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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미국 방문결과를 설명하면서 “한미FTA가 농촌에도 새로운 도약의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발언해 농민의 분노와 실소를 자아내고 있다. 한미FTA로 인해 약 12조원 규모의 농축산업 피해가 예상되지만 정작 정부의 피해대책은 너무도 부실하여 대부분의 농민들이 절박한 위기의식을 갖고 한 목소리로 한미FTA 반대를 외치고 있다.

농민들은 한미FTA를 일방적으로 강행처리하는 데만 골몰하는 대통령과 정부 그리고 한나라당에 분노하고 있고, 천연덕스럽게 농촌 도약의 계기를 외치는 대통령의 무지 또는 위선에 조소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무지의 소산인지 혹은 기만적 언술에 불과한지 정확히 알 수는 없지만 대통령의 이번 발언은 지난 20여년간 농민들이 지겹게 들어 왔던 ‘위기는 곧 기회’라는 주술의 연장선에 있다고 보여 진다. 정부에 의해 선택되고 집중적인 지원을 받은 소수의 농민들에게는 성공의 기회였는지 몰라도 절대 다수의 농민들에게는 벼랑 끝 나락으로 내몰리는 위기의 연속이었다.

농산물의 시장개방으로 지난 20여년간 식량자급률은 반토막이 나고, 농가인구는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고, 농촌은 거대한 양로원처럼 되어 버렸다.

한미FTA도 마찬가지이다. 대통령의 말처럼 극소수 1%의 성공한 농민이 나올지도 모른다. 그리고 정부는 지금까지 그래왔듯이 일부의 성공사례를 화려하게 포장하여 홍보할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농업과 농촌 그리고 99%를 차지하는 대다수 농민의 몰락이라는 비참함으로 나타날 것이다.

1%의 성공과 기회를 위해 99%에게 위기와 몰락을 강요하는 것은 천민경제에 불과하다. 그리고 그 천민경제시스템은 미국과 세계 경제위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더 이상 지속가능하지 않은 시스템이 되어 버렸다. 또한 그 탐욕스런 시스템에 대한 99%의 저항과 도전이 전 세계로 확산되고 있다.

따라서 우리의 미래를 위해서는 한미FTA에 대한 찬반 여부를 떠나 최대한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본다. 정부간 협상 타결이후 지금까지 4년이 지났지만 한미FTA가 우리 국민과 경제에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서는 단 한 번도 세세한 부분까지 진지하게 논의된 적이 없다.

정부와 한나라당이 한미FTA 관련 자료와 정보를 독점한 상태에서 국회비준 통과에만 관심을 쏟았기 때문이다. 어차피 국회비준의 시한은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조금 더 늦게 한다고 해서 무슨 문제가 생기는 아니다. 단 1∼2년만이라도 모든 내용을 공개하고 철저하게 검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을 주문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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