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관적 자료와 정보 제공 통해 농정불신 해소”

한국농촌경제연구원 12대 원장 이동필 박사 취임

  • 입력 2011.10.11 10:45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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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농촌경제연구원 12대 이동필(李桐弼) 원장이 10일 취임식을 갖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갔다. 이동필 신임원장은 정부, 학계, 산업계와의 신뢰를 구축하며 농경연의 위상을 강화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이 원장은 취임사에서 “이제까지 저를 키워 준 연구원의 은혜를 갚는 길은 신명 바쳐 원장직을 수행하는 일이라 믿고 최선을 다하겠다.”면서 “연구원의 임무는 국가발전과 국민을 위한 새로운 농정 대안 제시와 공감대 형성에 있다.”고 강조했다. “연구원이 위기 속에서 발전하려면 농정분야의 국책연구기관으로 정체성 회복과 위상 제고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연구조직과 추진체계를 재정비 및 투명하고 객관적인 연구원 운영, 연구의 실용성과 효율성 제고, 현장성과 적시성 있는 정책결정 지원, 연구성과 확산, 역동적 조직문화 등 향후 추진할 다섯 가지 과제를 제시했다.

다음은 이동필 신임원장의 취임사 전문이다.

<취임사>
연구원 가족이 합심하여 위기를 기회로
이 동 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

저는 10월 8일자로 30여 년의 연구원 생활을 접고, 제12대 한국농촌경제연구원장으로서 새로운 책무를 맡게 되었습니다. 사직서를 쓰면서 못 다한 연구에 대한 아쉬움이 있습니다만, 1980년 6월 고향에서 고추를 심다가 연구원에 들어와 선배들로부터 일을 배우며, 부족하지만 농정의 한 축을 담당하며 나름대로 보람있는 삶을 살 수 있었습니다. 이제까지 저를 키워 준 연구원의 은혜를 갚는 길은 신명 바쳐 원장직을 성실하게 수행하는 일이라 믿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동안 아홉 분의 전임 원장님께서 헌신적인 노력으로 연구원의 기틀을 닦고 연구 환경을 개선하였습니다. 이 자리에 계신 여러분은 물론 연구원을 떠난 많은 선배동료들이 때로는 밤을 새우고, 휴일에도 출근하여 열심히 일한 결과 이제 세계적으로 손꼽히는 농정분야 전문연구기관으로 성장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우리 농업․농촌의 현실과 연구원을 둘러싼 여건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입니다. 개방화와 고령화의 진전으로 식량자급률이 떨어지고 도·농간 소득 격차가 심화되는가하면, 극심한 인구감소로 더 이상 지역사회의 유지가 어려운 농촌지역도 많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그동안은 농산업의 경쟁력과 농산물 유통, 농가소득 문제만 걱정하면 되었지만 이젠 식품의 수급과 안전은 물론 생활환경 정비와 주민들의 삶의 질 개선, 도시주민의 다양한 기대 등 대응해야 할 범위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또한 무엇보다 걱정인 것은 농정에 대한 불신이 생각보다 깊다는 점입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농정의 방향이 흔들리면서 많은 농업인들이 정부의 푸대접을 불평하지만 한편에서는 언제까지 퍼 주는 농정을 계속할 것이냐는 질책의 목소리도 있습니다.
  
농정을 둘러싼 소모적인 논쟁을 불식하고 국가발전과 국민을 위한 농업과 농촌의 역할을 확립하기 위해서 우리 연구원이 감당해야 할 책임이 어느 때보다 무겁습니다. 국민들에게 안전한 식품을 안정적으로 공급하는 것은 물론 자연경관 보전과 국토의 균형발전, 농가소득 증대와 농촌경제 활성화의 희망을 제시하고, 도농통합과 상생을 위한 일터이자 삶터, 쉼터로서 농촌발전을 위한 정책대안 제시는 오랜 숙제입니다. 여기에다 농촌개발과 농업인의 삶의 질 향상, 그리고 개도국에 대한 지원과 국제협력 등은 새롭게 주어진 임무이고, 농정불신을 해소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기 위한 객관적인 자료와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연구원의 시대적 사명입니다.
  
하지만 연구원의 내부 사정은 좋지 않습니다. 정책수요가 다양해지면서 해야 할 일은 많아진 데 비해 고령연구자의 증가와 신규채용 인력의 빈번한 이직, 비효율적인 인력활용 등으로 연구역량이 떨어지고 있지는 않습니까? 과중한 업무 부담으로 지친 나머지 현장을 찾아가 문제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열정과 공부하고 토론하는 시간이 부족하지 않습니까? 연구원의 조직체계와 평가제도가 자율적인 연구 활동을 저해하고 구성원의 응집력과 활력을 약화시키지는 않습니까?
  
간혹 정책당국자나 농업계 인사들로부터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중장기 농정비전 제시나 현안문제에 대한 책임있는 대응이 미흡하다는 지적과 함께 조직의 목소리와 존재감이 없다는 말을 듣습니다. 최근 관측결과를 둘러싼 질책이나 국제농업협력사업이 다른 기관으로 이관된 사례를 기억하실 겁니다. 머지않아 부설 기관인 농촌정보문화센터도 분리되고, 2013년 말까지 연구원이 나주로 이전해야하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습니다. 그야말로 연구원 역사상 가장 어려운 위기가 우리 앞에 놓여 있습니다.
  
어떻게 하면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우리 연구원이 정체성을 가지고 한국농정을 선도하면서 지속적으로 살아남아 발전할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전통있는 농정의 산실이자 자랑스러운 일터를 후배들에게 온전하게 물려줄 수 있겠습니까? 저는 연구원 가족이 합심하여 우리 연구원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고객수요에 맞춰 적시에 실용적인 대안을 제시할 수 있도록 조직을 정비하고, 경영을 혁신하는 것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결국 연구결과로 승부를 할 수밖에 없으며, 무슨 연구를 어떻게 해서 고객들의 마음을 얻느냐에 우리의 운명이 달려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가 농업농촌식품산업분야의 국책연구기관으로서 우리 연구원이 거듭나기 위한 반성과 도약의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이를 위해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는 첫째, 국정과제와 현장중심의 정책대안 제시를 위한 연구조직과 추진체계를 재정비하고, 투명하고 객관적인 연구원 운영, 둘째, 연구 기획 및 행정지원 기능 강화와 유연한 프로세스 도입으로 연구의 실용성과 효율성 제고, 셋째, 농정 관련 지식정보 공유와 여론조사 기능 강화로 현장성과 적시성 있는 정책결정 지원, 넷째, 국내외 연구협력을 내실화하고 정책수요자들과 소통을 상시화하여 연구성과 확산, 다섯째, 다양한 분야의 젊은 인력 확보 및 전문능력 배양과 연구자의 혼과 자긍심, 그리고 팀워크를 중시하는 역동적 조직문화를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평가제도개선TF와 미래비전TF에서 개선작업을 마치면 빠른 시일 내에 연구원 청사이전대책과 임금구조개편의 대안을 마련하여 추진하겠습니다. 대내외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안으로는 우리 스스로 신바람 나는 연구 환경과 조직문화를 만들고, 밖으로는 연구결과를 통해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여 국책연구기관으로서의 역할 재정립과 대외적 위상을 강화하는 데 혼신의 힘을 쏟겠습니다. 이 일은 저 혼자 할 수 없는 일입니다. 우리 연구원이 한국 농업과 농촌의 희망이 될 수 있도록 여러분의 적극적인 참여와 협조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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