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공동식량계획’ 우선 수립해야

북에 특구 준하는 남북농업협력지대 지정 필요북 추구 경제개혁·개방 성과 얻도록 지원 필요

  • 입력 2007.11.19 11:20
  • 기자명 안경아 통일농수산포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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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한국농정신문 재창간 1주년 기념으로 통일농수산포럼과 공동 기획한 ‘통일농업’ 시리즈를 마칩니다. 그동안 애독하고 성원해주신 독자여러분께 감사를 드립니다.

한국농정신문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통일농업 실현을 위한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곧 전문가 좌담회를 열 계획입니다. 독자여러분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글 싣는 순서

1. 통일농업의 시발점, 남북농업협력

2. 남북농업협력의 현주소 1

3. 남북농업협력의 현주소 2

4. 톡일통일과 EU통합이 통일농업에 주는 시사점

5. 통일농업으로 나아가는 길

통일농업으로 가는 길에는 국민적 의지와 정세적 기회가 필요하다. ‘퍼주기’ 논란으로 남남 갈등이 격화될수록 국민적 의지가 잘 모아지지 않고 있으며, 아직 통일농업이 전면적으로 실행될 정세적 기회가 오지 않은 것 같다. 그러나 지금까지 진행된 남북농업협력을 확대·발전시키면서 의지를 모아가다 보면, 2차 정상회담과 북미관계 개선의 흐름을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통일의 길에 이정표가 있다면야 따라가면 되겠지만, 아직은 마련되어 있지 않다. 통일농업의 길에 세워야 할 이정표는 무엇일까?

첫째, 남북 공동식량계획을 세우는 것이다. 나아가 공동농업정책까지 수립하는 것이다. 남북공동식량계획을 세우는 1단계에서는 지금과 같이 쌀차관 및 비료 제공 등과 같은 인도적 지원을 유지하면서 북측 농업생산력의 정상적 복구를 목표로 한다. 북측의 경제 전반이 외부의 원조에 의지해야 할 만큼 피폐해진 가운데, 농업생산력 복구는 경제전반의 선순환을 복구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2단계에서 남과 북의 상호보완성을 높이는 교역을 점차 늘려간다. 북측의 농업 생산성이 복구되는 수준에 따라 남측의 쌀과 북측의 잡곡(옥수수, 콩, 감자 등)을 교역하는 낮은 수준의 공동식량계획에서 출발할 수 있다. 남측의 쌀 생산은 수요를 초과하고 있으며, 잡곡은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남측의 식량자급률이 여전히 25% 수준에 머물고 있다. 잡곡을 북측에서 수입함으로서 한반도 단위의 식량자급률을 높이며, 나아가 민족농업을 복원하는 길이기도 하다.

또한, 공동식량계획은 종전의 대규모 쌀·비료 제공을 상호보완적으로 교역한다. 남측은 쌀·비료를 북측에 제공하고, 북측은 남측에 잡곡 등을 교역하는 것이다. 남측 내부의 시장교란 및 갈등을 조정하기 위해서는 협상가격(가격조정)-계획생산(예측생산)-내부거래(국영무역)방식을 마련하고, 남북 간 공동추진기구와 남측 내부 조정기구를 각각 설치·운영할 수 있다.

공동식량계획의 초기 시행 시점에서는 시범적으로 진행하면서 차차 양측의 지리적 조건과 사회경제적 생산비용 등을 고려하여 분야별로 작목을 배치하는 계획을 세우는 것도 가능해질 것이다.

3단계에서는 낮은 수준으로 창출된 남북 농업의 상호보완성을 더욱 높은 수준을 확대·발전시켜 농업생산, 영농자재 및 가공·유통 분야의 상호 보완적 농업체계 구축을 목표로 하는 공동농업정책으로 발전할 수 있다.

토종 유전자원의 공동개발이나 비용·기술·판매 등과 같은 입지조건을 고려하여 농업생산 전반에 해당하는 종자, 비료, 농기계, 농자재 등 영농자재 분야에서 남북이 역할분담 및 생산체계를 구축하여 상호보완성을 실현할 수 있다. 또한 농업생산의 후방산업에 해당하는 가공·유통 분야에서 남측의 자본과 기술 그리고 북측의 토지와 결합하는 역할분담을 통해 상호 공동의 이익이 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

둘째, 남북농업협력지구를 건설하는 것이다.
북측의 주요 농업지대에 특구에 준하는 남북농업협력지구를 지정하고, 남측의 자본과 기술, 북측의 토지와 노동력을 이용하여 공동으로 개발하는 방식이다. 이는 거점개발방식으로 집중적 개발하여 북측 지역 내에서 선도적 농업지구로 만드는 것이다. 선진적 기술·자재·기반 등 주변 지역 및 북측 전역에 파급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초기에는 개성 배후 지역 1개 군을 협력지구로 지정하고, 점차 그 면적을 황해도 전역으로 넓혀나가는 것이다. 북측에서 황해도는 대표적인 곡창지대로서, 이 지역의 농업생산성 향상은 그 자체로 북측의 안정적 식량 수급에 도움이 될 것이다. 협력지구의 시행 기간은 단기5년, 중기 10개년 개발 계획을 세워 지구의 개수와 범위를 넓혀 나가도록 해야 한다.

지역 거점방식 뿐만 아니라 분야별 육성도 가능하다. 수도작, 축산, 과수, 원예, 잠업, 특용작물, 식품가공, 종자, 농기계 등 각 분야별 농업협력 과제를 협력지구에 집중적으로 배치하여 그 성과를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초기에는 식량생산 증대, 농업기술 개선, 영농기반 확충 등 정부의 개발협력(지원)이 중심이지만, 그 성과를 바탕으로 점차 민간의 농업투자협력으로 발전시키는 내용이 된다. 투자협력의 활성화를 위해 특구에 준하는 우대조치를 투자사업자에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밖에도 남북 농업과학기술 교류협력센터 설치·운영하는 것이다. 남북의 농업기술의 공동연구개발을 추진하기 위해, 교류협력센터를 북측 협력지구 내에 설치하여 북측 전반 및 협력지구 내에 필요한 기술인력을 안정적으로 육성·배출하는 기능을 담당하게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통일농업의 길에 들어선 우리의 자세는 무엇일까?
미국 부시 행정부 출범 이후 강경한 대북 포위압박을 통해 북측의 체제전환 혹은 정권교체를 의도하고 끊임없이 시도했지만, 한반도 내 군사적 긴장만 높였을 뿐만 아니라 북측은 핵실험 등 군사적 대응으로 맞설 뿐이었다.

6.15공동선언과 2007년 남북정상선언을 인정하고 남북관계에 있어서 평화공존을 지향한다면 체제 문제는 북측 스스로가 선택할 문제이며, 남측은 북측이 추구하는 경제개혁과 개방이 실질적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지원하는데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인 자세이다. 더불어 지원해주는 남측이 거드름을 피우고 자신의 질서를 이식하려는 자세는 북측으로부터 불쾌감만 더할 것이다. 2차 정상회담 때 노 대통령이 말했던 ‘용의주도한 배려’하는 자세가 절실하다.

지금까지 통일농업으로 가는 이정표를 살펴보았다. 통일농업의 기반을 닦아온 농업협력사업을 진행해온 의지를 가지고 2차 정상회담 이후 열린 정세를 기회로 통일농업의 길로 힘차게 나아가는 2008년이 되기를 기대해본다.  <끝>

<안경아 통일농수산포럼 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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