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 쇠고기협상, 잘된 것 아니다”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안에 대한 공청회
“미 쇠고기협상에 비해 잘된 것” 정부 주장에 학계·의원들 “미 협상 자체가 엉터리”반박

  • 입력 2011.09.10 12:46
  • 기자명 김황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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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우병 상시 발생국가인 캐나다산 쇠고기의 수입 재개를 앞두고 설전이 벌어졌다.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주최로 8일 열린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안에 대한 공청회’ 자리에서는 한국-캐나다 간의 협상 과정과 수입조건에 대한 평가를 비롯해 수입재개 시기의 적절성, 국내 축산업에 끼칠 영향 등 다양한 우려가 검토됐다.

국회 본관 501호에서 열린 이번 공청회에서 정부측 진술을 맡은 오정규 농림수산식품부 제2차관은 캐나다가 한국의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중단 조치에 대해 WTO에 제소한 것과 관련 우리의 패소가 유력한 상황에서 수입재개는 ‘최선의 시나리오’였다고 주장했다.

오 차관은 “OIE 기준보다 엄격한 협상조건을 제시하려면 그만큼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할 경우 WTO 소송에서 패소할 상황이었다”고 밝히며 패소할 경우 지금보다 더 불리한 수입조건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데 패소를 막은 것은 큰 성과라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진술인들은 미국과의 협상조건이 우리측에 터무니없이 불리한 것이었으므로 상대적 비교는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해영 한신대 교수는 “캐나다와의 협상이 미국과의 협상에서보다 유리한 결과를 끌어낸 것은 사실이지만, 일본·대만 등 많은 국가들에서 우리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홍하일 국민건강을 위한 수의사연대 대표는 “일본은 모든 소에 대해 전수검사, EU는 48개월이상 소에 대해 전수검사를 하는 반면 캐나다는 1.3~1.5%의 소에만 광우병 관련 검사를 시행하고 있으며, 강화된 사료정책을 시행하더라도 100% 안전하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OIE의 기준은 충분조건이 아닌 필요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우 교수는 “175개 OIE 회원국의 광우병 관련 상황이 저마다 다르므로 OIE 기준은 따라야 하는 최소치일 뿐 각 국가별 문화·산업구조를 반영해 조절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대만의 경우에도 OIE보다 높은 수입조건을 제시하고 있지만 WTO에 제소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생산자측 진술인으로 참석한 남호경 전국한우협회 회장은 광우병에 대한 불안감으로 인한 쇠고기시장 전체의 소비위축을 우려하면서, 앞으로 많은 국가들에 개방하게 될 것에 대비해 제도적 안전장치 마련을 요구했다.

이밖에도 진술인으로 참석한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OIE(세계동물보건기구)의 기준을 충분이 따랐으며, 미국산 쇠고기 수입조건과 비교했을 때 우리 측에 훨씬 ‘유리한’ 협상 결과를 이끌어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하며 정부측 입장을 옹호했다.

주이석 농림수산검역검사본부 동물방역부장도 철저한 검증을 통한 수입위험분석 절차를 거쳤다며 전문가적인 시각에서 (캐나다의 검사시스템은) 문제없다고 진술했다.

캐나다 광우병 발생하면 ‘검역중단’만 있고 ‘수입중단’ 못해

가축전염병예방법 31조 2항에 위배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 위생조건 관련 공청회에서 정부측 진술과 학계의 진술이 엇갈리는 가운데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도 다양한 질의를 던졌다. 김성수 의원은 한우농가가 매우 어려운 상황에서 캐나다와 같은 광우병 상시발생국의 쇠고기를 수입해 불러올 수 있는 소비위축에 대해 우려하며 이에 대한 정부 대책을 요구했다.

강석호 의원은 미국이 협상에서 항상 자국에게 유리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며 “미국에 대한 재협상이 필요하다는 우희종 교수의 주장에 대한 진실공방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봉균 의원은 “미국산 쇠고기가 들어온지 5년도 채 안됐는데 (시장점유율이)7%에서 37%대로 늘어났다”고 지적하며 캐나다산쇠고기가 들어오면 수입국들간의 경쟁으로 가격인하정책이 취해지고, 전체적으로 소고기값이 떨어져 한우시장을 잠식하게 되지 않겠냐고 우려했다.

이에 오정규 제2차관은 쇠고기와 돼지고기 모두 국내산 수요가 높기 때문에 수입산 끼리의 경쟁이 될 뿐 국내산업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김우남 의원은 “가축전염병예방법 31조 2항에 근거해 광우병이 발생한 국가에 대해서는 즉각 수입중단 조치를 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캐나다와의 협상에서 검역중단은 있지만 즉각적인 수입중단 얘기는 없다”고 지적하며 국내법과 충돌하는 이 내용에 대한 시정을 요구했다.

이에 오 차관은 “캐나다에서 광우병 발생시 ‘검역중단’ 조치는 하지만 위해성이 없다고 판단되면 조치를 취하하게 되고, 위해성이 있다고 판단되야 수입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고 말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이번 공청회 진행을 맡은 최인기 농림수산식품위원장은 “국민의 관심은 캐나다에서 광우병이 계속 발생하는데도 협상을 타결했기 때문에 불안요소를 없애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며 광우병 검사 관련 모집단 선정과 검사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별도 자료를 제출할 것을 정부측에 권고했다.

〈김황수진 기자〉

 캐나다 쇠고기 수입관련 일지

▲ 2003.05.21 = 캐나다 내 광우병(BSE) 발생으로 쇠고기 등 관련제품 수입금지

▲ 2007.06.01 = 캐나다는 국제수역사무국(OIE)에서 ‘BSE 위험통제 국가’로 판정됨에 따라 자국산 소 및 쇠고기 등에 대한 수입금지 조치 해제를 한국에 공식 요청

▲ 2007.07~8 = 한국, 캐나다 가축위생실태 현지조사 실시

▲ 2007.11 = 제1차 한-캐나다 전문가 기술협회 개최(한국)

▲ 2008.11 = 제2차 한-캐나다 전문가 기술협회 개최(한국)

▲ 2008.11 = 한국, 캐나다 현지조사 실시

▲ 2008.11.17 = 캐나다에서 15번째 BSE 감염 소 발견

▲ 2009.03.27 = 한국, 가축방역협의회 개최, 전문가회의 결과 및 현지조사결과 설명

▲ 2009.04.09 = 캐나다, 한국을 WTO에 제소

▲ 2009.07.10 = 캐나다, 쇠고기 WTO 패널 설치 요청

▲ 2009.08.31 = WTO, 한-캐나다 쇠고기 분쟁 패널 설치

▲ 2010.03.11 = 캐나다서 17번째 광우병 발생

▲ 2010.10.23 = 한-캐나다 쇠고기 수입재개 협상, 완전합의 실패

▲ 2011.04.26 = WTO, 한-캐나다 쇠고기 분쟁패널 잠정보고서 배포 연기

▲ 2011.06.27 = 캐나다산 쇠고기 수입허용 합의, WTO 분쟁 중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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