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원병 회장만 빛난 농업인 한마음전진대회

농협 창립 50주년 행사취지 무색… 농민은 객석만 채워
“흡사 한나라당 전당대회 같았다” 비난도

  • 입력 2011.09.10 10:0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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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창립 50주년을 맞아 도시와 농촌이 상생 발전하는 계기를 마련하자는 취지로 열린 ‘전국 농업인 한마음 전진대회’는 이명박 대통령과 최원병 중앙회장의 돈독한 ‘우정의 무대’로 채워졌다.

농협중앙회는 6일 전국의 농민조합원들과 내외빈 등 4만명 규모로 서울 상암동월드컵경기장에서 창립 50주년 기념 ‘전국 농업인 한마음 전진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대회는 오전 10시 30분부터 2시까지 식전행사로 가수 초청 문화공연과 다문화가정 등 10쌍을 초청해 전통혼례를 진행했다. 본 행사 시작 전 30여분간 열린장터도 마련됐다.

한마음 전진대회 본 행사는 2시부터 50분간 이어졌다.
이번 대회는 참가자 전원의 주민등록번호를 사전에 제출해야 출입이 가능하다는 주최측의 준비과정을 두고 대통령 참가설이 나돌았는데, 실제 본 행사에 이명박 대통령이 입장하면서 참석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 6일 치러진 행사전경(위)과 조합원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는 대통령 일행.

 

농협은 본 행사 일정으로 ‘식농 권리장전 선언’, ‘협동조합발전 유공자 시상’ 등을 진행했다.
최원병 회장은 기념사에서 “새로운 출발을 위해 내년 3월 농협은 사업구조 개편을 통해 새 옷으로 갈아입고 조합원과 국민 여러분의 바람에 부응하고자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최 회장은 “농업인은 생산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유통과 판매에 책임을 다하는 농협, 국민 여러분께는 건강한 식탁을 지켜드리는 농협으로 거듭날 것”이라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날 대회는 농협 창립을 기념할 만한 기억에 남을 프로그램도 농민조합원을 중심에 둔 프로그램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다만 대통령이 참석해서 대회의 격을 높이고, 분위기를 주도한 것이 각인됐을 뿐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축사를 통해 “농협은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현재의 틀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경제와 신용사업부문이 보다 전문성과 책임성을 갖추어 더 큰 발전을 기할 수 있는 토대가 이제 마련되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명박 대통령은 본 행사 처음부터 끝까지 자리를 지켰고, 비전선포식 등에서 무대에 올라 프로그램에 적극 참여했다.

이날 대회의 하이라이트는 퇴장을 하던 이명박 대통령이 농민조합원들이 앉아있는 관람석 쪽으로 다가와 손을 흔들어주는 순간이었다.  경기지역을 비롯해 강원, 충북 등 각 지역별 조합원들이 앉아있는 관람석을 빙 돌며 일일이 손을 흔들어 주는 대통령을 향해 객석도 “와~” 하는 함성 소리로 화답했다.
이를 지켜보던 한 취재기자는 “흡사 한나라당 전당대회 같다”라며 냉소했다.

농민조합원들의 평가도 후하지 않다.
경남 남해지역에서 130여명 조합원들과 함께 새벽 4시30분에 출발했다는 한 여성농민은 “농사일 안하고 집안일 안하고 밥 안 해서 너무 좋았다” 면서도 “공짜로 차 태워주고, 밥 준다니까 올라오긴 했는데, 지루하다. 내려갈 일이 또 까마득하다”고 푸념을 이어갔다.

행사 소식을 전해들은 경남 고성의 40대 농민조합원은 “그런 행사를 했는지 조차 몰랐다. 이른 추석이라지만 대목 앞두고 한창 바쁜데 사람을 많이도 모았다”고 혀를 차면서 “회장 선거가 다가오는가 보네”라고 의미를 해석했다.

한편 이번 대회를 두고 농민이 들러리인 내용 없는 행사에 대한 비난과 함께 12월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포항 동지상고 선후배사이인 대통령이 참석해 최원병 회장에게 힘을 실어준 사전선거운동일 뿐이라는 혹평도 이어지고 있다.
또 이번 행사가 30억원대의 돈잔치로 알려지면서 방만한 경영행태에 질책이 쏟아지고 있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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