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 재협상, 너그들 생각대로 될까?

[기고]구점숙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 입력 2011.09.10 08:06
  • 기자명 구점숙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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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막을 절호의 기회
한미FTA, 생사걸고 투쟁해야

다시 한미FTA협정 비준안이 국회에 돌아왔다. 이게 무슨 시즌마다 펼쳐지는 야구 경기도 아니고 또다시 한미FTA를 둘러싸고 각 정치세력 간에 각축전이 벌어지고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말이다.

1,531개 품목 중 쌀을 제외한 전 품목을 15년 내에 관세를 철폐하게 되는, 사상 유례가 없는 협상내용도 그러하거니와 농산물 특별 긴급수입제한조치(ASG)도 주요품목의 관세철폐 기간이 끝나면 발동할 수 없는 문제, 양국간의 보조금 지급의 불공정 문제나 미국 농산물 덤핑수출에 대한 대책도 없는 그야말로 불공정 협정의 결정판이다.

한미FTA가 우리농업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게 된다는 것은 다 아는 사실이다. 문제는 수년 동안 농민들이 중심이 되어 끈질기게 싸웠음에도 결국 막아내지 못했다는데 대한 상처로 말미암아 새로운 여건이 형성되고 있어도 다시 싸울 용기를 가지지 못하는 데 있다.

흔히들 반 WTO 투쟁이나 반 FTA 투쟁이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고, 승리하지 못하는 투쟁을 했기 때문에 농민운동 역량이 위축됐다고 말한다.

하지만 현재 농민운동의 위기를 단정적으로 규정하기에는 너무나 많은 요인들이 작용하고 있다. 게다가 시간을 되돌린다 해도 반세계화 투쟁을 피해갈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것이다. 비슷한 시기에 전 세계 곳곳에서 반세계화 투쟁이 있었고, 거기에다 신자유주의 자체의 모순까지 겹쳐서 지금은 신자주유주의 정책을 추진했던 중심부 미국마저 경제위기에 처해지고 유럽은 물론이고 세계 각처에서 신자유주의가 몰락하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가?

그러고 보면 우리의 신자유주의 반대운동은 실패한 것이 아니라 이기는 싸움을 하고 있는 것이다. 다만 싸움의 한가운데 있다 보니 전체적인 양상을 보기 어려웠고 단기적인 성과를 얻지 못한데 대한 답답함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우리는 신자유주의 무한경쟁을 막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맞이하고 있다.
여야는 한미FTA의 외통위 상정을 미국이 국회비준시점에 하기로 합의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이토록 지연되는 이유가 간단하지만은 않다. 경제위기의 해법을 둘러싸고 공화당과 민주당의 대립이 극명하고, 그를 둘러싼 정치세력간의 이해관계가 첨예하기 때문이다.

우리로서는 힘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을 벌었으니 조금의 여유는 있지만 그사이 해야 할 일은 적지 않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은 지난 5월부터 한미FTA 재협상에 대한 국회비준 저지에 대해서 논의해왔고 지난 8월에는 전국여성농민대회를 통해 실천적으로 입장을 표명했다. 또한 한미FTA의 국회 외통위 상정을 저지하기 위한 삭발을 하며 굳은 의지를 표명했다. 그러면서 각 농민단체들이 한미FTA 국회비준 저지를 위한 연대투쟁의 의지를 모으게 되었다. 정부의 농업정책을 지지하던 농민단체들도 한미FTA에 관해서는 농민들의 단결된 투쟁으로 막아야 한다고 한다.

공교롭게 한미FTA 재협상을 국회 외통위에 상정하려던 8월 31일, 전여농과 카톨릭농민회 회장을 뺀 나머지 농민단체 대표자들이 오전에 연행되어서는 저녁까지 양천경찰서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기도 했다. 경찰이 나서서 논의의 장을 터 준 것이다. 이를 계기로 9월 말에 한미FTA저지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하기로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여농은 걱정들이 많다. 바쁜 농사철에 얼마나 모일 것이며, 각 단체가 모인다고 해도 또 우리의 부담이 큰 것 아니냐, 싸운다고 되겠느냐고….
그래서 이 시점에 제주 강정투쟁을 다시 한 번 상기하고 싶다. 강정투쟁은 지금 4년째 이어지고 있고, 더 깊이 들여다보면 제주 화순항 반대투쟁까지 20여년동안 이어지는 투쟁이다. 이 투쟁이 이미 끝났다고 얘기 된지는 오래되었다. 그럼에도 더 큰 불이 붙는 것은 그 중심에 누군가 완강한 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우리가 주장하는 기초농산물 국가 수매제도도 각종 FTA나 시장개방의 파고에도 튼튼할 농업정책의 집을 짓자는 것 아닌가! 이것은 정책의 명료함과 신선함에도 즉각 시행될 리 만무하다. 농민을 우습게 아는 정부에 대해 죽기 살기로 싸워야 쟁취할 수 있는 험난한 길이 셈이다.
이전과 많이 달라진 농민운동 역량 속에서 집중과 선택해야할 사안 중에 쌀 투쟁과 함께 한미FTA 투쟁이 있다는 것을 상기하고 가까이는 9월 말 한미FTA저지 전국농민대회에 힘을 싣자. 그리고 내년 총선과 대선까지를 계획하자.

글_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사무총장  구 점 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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