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작물바이러스 발생 현장
떨고 있는 농민, 축소 하는 행정

행정은 열흘간 쉬쉬…농민 보호? 안전불감증?
내부적으로 감염경로 추적하다 뒤늦게 공동방제

  • 입력 2011.08.21 22:21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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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염성 강한 농작물 바이러스가 발생해 농민들은 하루하루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는데 정작 온힘을 기울여야 할 행정은 사실을 숨기며 축소하려 해 지탄을 받고 있다. 또 바이러스감염의 원인으로 추측되는 육묘장도 책임회피에만 급급해 농민들만 속을 썩고 있다.

A지역에서 ‘토마토황화잎말림바이러스’가 공식 확인된 것은 8월 초였다. 해당 농가는 처음 보는 바이러스증세에 대해 농촌진흥청에 시료를 보낸 결과, ‘토마토황화잎말림바이러스’로 판명났다.

경남 통영에서 지난 2008년 첫 발생한 ‘토마토황화잎말림바이러스’는 감염된 개체에서는 전혀 수확을 할 수 없을 뿐 아니라 전염성이 매우 강한 것으로 남쪽지방의 토마토 주산단지부터 확산세를 보이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담배가루이가 옮긴다.

A지역에서 이 바이러스가 공식적으로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어서 농민들은 현재  밤잠을 설칠정도로 긴장하며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그러나 8월 초 확인한 바이러스 발생사실이 지역 농민들에게 알려진 것은 열흘가량이 지난 후였다.
열흘 동안 과연 어떤 일이 벌어졌을까?

첫 발생농가의 감염경로를 추적하던 중 이 지역 B육묘장에서 기른 줄로 알았던 토마토묘는 ‘토마토황화잎말림바이러스’가 퍼져있는 충남지역의 육묘장에서 가져왔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또 가져온 묘는 B육묘장에서 10일간 보관했다 10여농가에게 분양됐다는 것도 추가로 확인했다.

그러나 B육묘장이 보여준 모습은 농민들을 실망시키고 있다. 육묘장 관계자들은 바이러스 발생사실과 관련해 책임회피에 급급할 뿐 아니라 타지역에서 묘를 가져온 것과 분양농가수 등을 속시원이 밝히지 않아 농가들이 애를 먹는 등 사태해결에 비협조적이라는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육묘장 대표는 현재 소식을 끊고 잠적한 것으로 전해진다.

농민들은 또 농업기술센터에 대한 불만도 토로했다. 바이러스 발생 열흘동안 쉬쉬하면서 조용히 해결 하려 했을 뿐 확산 방지를 위한 어떠한 대책도 세우지 않았다는 것이다.

바이러스 발생 이후 현황과 피해대책에 대해 16일 농업기술센터 담당 계장은 “하우스에 정식하고 얼마 안 있어 바이러스가 발생했으니 묘가 원인”이라면서도 “그러나 원인을 육묘장이라고 지목할 수도 없다”고 애매한 답변을 했다. 그는 “이미 다 해결됐다. 1농가만 바이러스가 발생했을 뿐이고 증상이 보인 70주를 모두 뽑아 처리했기 때문에 상황은 마무리됐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과 현장 농민들의 진술은 크게 엇갈렸다.

17일 농진청 관계자는 이 지역 상황에 대해 “1농가가 아니라 10여 농가에서 증상이 나타났다고 들었다”면서 현장 확인과 교육을 위해 방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A지역이 초기 대응은 잘한 편이지만 바이러스의 특성상 추가발생에 대해 예의주시해야 한다”고 덧붙여 이 지역 담당자의 “다 해결됐다”는 반응에 대해 부적절하다는 견해를 보였다.

현장 농민들은 더 이상 확산이 안 되길 바라면서도 불안한 속내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육묘장을 거쳐간 묘가 감염 원인이라면 손을 쓸 수 없는 것 아닌가 하는 우려 속에 대책위 구성을 촉구하고 있다.

한편 “다 해결됐다”는 농업기술센터 담당 계장은 피해농가의 보상에 대해 “1만주 중 70주에 피해가 나타난 것은 미미한 것 아니냐”며 반문했고, “손해보상이라면 뭐, 얼마를 해주면 되는 거냐”며 조소를 섞어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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