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호 태풍 무이파의 영향으로 국지성 호우가 내려 피해가 컸던 전북 정읍시와 임실, 고창 등 3개 시군이 19일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됐다. 부안, 남원, 순창, 김제, 완주, 장수 등 6곳에 대해서도 현장실사를 거쳐 24일까지 특별재난지역 지정 여부가 결정된다.
지난 9일 전북 정읍에 하루 동안 420mm의 비가 쏟아졌다. 이는 1969년 기상관측 이래 최고 강수기록이며, 전북 도내 역대 1일 최고 강우량(1942년 전주 336mm)을 갈아치웠다.
산사태, 주택 침수, 도로 및 제방 유실 등 정읍시내 전 지역에 걸쳐 엄청난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농업분야의 피해가 막심했다. 논 9,737ha, 시설하우스 261ha, 밭 4ha 등 농경지 1만여 ha가 침관수 됐고, 축사 65농가가 침수되고 오리 20만7,400수, 닭 8만8,300수, 돼지 2,565두 등이 폐사하는 등 막대한 피해가 발생했다.
출하를 앞둔 수박 등 시설하우스 작물들은 모두 못쓰게 됐고, 축사는 이미 부패가 시작된 가축들의 사체로 냄새가 진동했다.
평야지의 논은 피해가 더 광범위했다. 동진강과 고부천 주변 신태인, 태인, 감곡, 정우, 이평, 고부, 영원 등 곡창지대가 거의 대부분 물에 잠기고, 상당면적이 침관수된 상태로 48시간을 넘겼다.
농촌진흥청 작물과학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수잉기에 2일 이상 관수되면 이삭의 피해율이 70~80%, 수확량은 절반 이하로 줄어든다고 한다. 침관수 피해는 벼의 생육단계, 강우정도, 침관수 기간, 기온 및 수온, 수질 등에 따라 달라지는데 이번 정읍지역의 피해는 여러 조건 상 최악의 피해로 기록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정읍농민단체연합은 농축산 분야 수해대책을 요구하며 지난 11일 김생기 정읍시장과 면담을 갖고 “정부로부터 특별재해지역으로 선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피해 조사를 철저히 하겠다”는 시장의 답변을 이끌어 냈다.
이후 김 시장은 현장을 방문한 이기환 소방방재청장에게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건의했고, 15일에는 김황식 총리가 피해 현장을 방문해 “적극 검토해 반영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박형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