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농협 하나로클럽
수입과일 판매 전국 1호점 되나?

농협, ‘수입농산물 취급(안)’ 의결… 법적 문제 없어
농민단체 “농협 정체성 상실… 끝까지 막아낸다”

  • 입력 2011.08.08 07:5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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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이 소비자들이 요구한다고 수입 바나나를 팔기 시작하면, 미국산 쇠고기를 팔지 말란 법도 없다.”
최근 수입과일 판매안을 통과시킨 이천농협에 대해 지역 농민들이 이같이 분개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농협은 지난 달 13일 대의원총회를 열고 수입농산물인 바나나를 판매키로 결정한 가운데 시행여부만 남겨놓고 있다. 13일 통과된 ‘하나로마트 수입농산물 취급(안)’은 “수입농산물을 찾는 내방 고객 구매 욕구에 능동적으로 대처하고, 관내 타 대형 유통매장과 경쟁 속에서 수입 농산물 미취급에 따른 기존 내방 고객들의 이탈이 심화되고 있다”며 “소비자들의 원스톱 쇼핑제공과 매출신장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국내에서 생산되지 않는 바나나와 오렌지, 파인애플 등을 국내산 과일과 동일하게 매장에서 진열 판매할 계획”이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따라 이천농협 하나로클럽에서는 수입과일인 바나나 등을 팔 수 있는 법적 절차를 완료했다.
그러나 이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이천지역 농민단체 등이 반발, 이천농협은 “의결은 됐지만 구체적인 계획은 아직 없다”며 한발 물러선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이천농협 하나로클럽 정해용 지점장은 “수입과일 전체를 판매하겠다는 것은 아니고 바나나만을 팔겠다는 계획”이라며 “창구는 마련됐지만 지역여론의 추이를 지켜봐야한다”고 곤란한 입장을 설명했다.

전국 약 2천70개 하나로마트의 지도·감독을 담당하고 있는 농협중앙회도 “국내 농산물만 판매한다”는 원칙은 강조하고 있으나 이를 어길 시 무이자자금 지원 제한 등의 조치 외에는 방법이 없다는 입장이다.

농협중앙회 하나로마트분사 마트사업부 김승철 부장은 “전국 하나로마트 매장 중 한 곳도 수입농산물을 판매하지 않고 있으나, 이천농협처럼 지역 내 대형마트와 경쟁해야 하는 특성상 바나나 정도는 판매하도록 규정을 바꿔달라는 요구도 사실 있다”며 현실적인 어려움도 말했다.

반면 농민단체 관계자는 “농민들의 손으로 만든 농협에서 수익을 내세우며 수입과일을 판매한다는 것은 농업철학이 부재하다는 증거”라며 “수입농산물 판매를 끝까지 막아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천농협 이태용 조합장은 “조합원들은 모두 찬성하는데 농민단체만 반대한다”며 “일상적인 과일이 된 바나나에 대해 당사자들도 다 사먹고 있지 않느냐”고 불편한 심기를 내보였다.
이 조합장은 “당장 바나나를 팔지는 않지만 계획 중에 있다”고 말해 추진의사가 있음을 시사했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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