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감사 요청하다 조합원 제명 위기

■ 농협, 9일 임시대의원총회서 결정
■ 감사, “감사권 끝까지 지키겠다”

  • 입력 2011.08.08 07:48
  • 기자명 박형용 기자,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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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왕적 조합장의 막장권력” 논란

지역농협 조합장의 제왕적 권력화에 대한 경계와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조합장이 정기감사를 거부하는 것도 모자라 해당 감사를 해임시키고 조합원 제명까지 시키려 임시총회를 소집한 사실이 밝혀져 충격을 주고 있다.

전북 정읍 태인농협(조합장 이문석) 최강술 감사는 농협 자체감사와 농협중앙회 전북지역본부의 정기검사 결과보고서 중 지적사항을 점검하고 시정내용을 확인하고자 7월 25일부터 27일까지 사흘간 정기감사를 실시하겠다고 농협 측에 통지했다.

▲ 정읍 태인농협이 보낸 '임원 해임, 조합원 제명 관련 의견진술권 통보' 공문

이에 태인농협 측은 자체감사와 중앙회 감사 결과 문제점이 없고 농번기 대농민사업에 차질이 우려된다며 감사를 거부한다는 회신을 보냈다. 또 농협 감사규정 제3조 감사의 구분 5항과 관련해 ‘정기감사는 결산감사로 갈음할 수 있다’는 규정과 지금까지 관례상 정기감사와 결산감사를 통합 실시해왔다는 점, 감사 2인 중 한 명은 자체감사를 요구하지 않은 점을 비롯해 2010년 1월 실시한 지난 조합장 선거 당시 후보자였던 최 감사가 현 조합장과 대립관계에 있어서 농협 업무에 차질이 우려된다는 점 등을 들어 정기감사를 수감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후 농협측과 최 감사는 정기감사와 관련 추가 공방을 벌였다.

최 감사는 농협 측의 회신내용에 대해 “정기감사를 결산감사로 갈음할 것인지 여부는 감사의 고유권한으로, 감사가 결정할 사항이지 조합장이 결정할 사항이 아니”며, “감사로서 농협을 감사하려는 것이지 조합장 개인을 감사하는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현 조합장과의 감정적 대립으로 정기감사를 실시하려한다는 문구를 공식문서로 보내는 것은 명예훼손”이라 지적하며 특별감사실시 통지서를 재발송했다.

그러자 농협측은 초강수를 들고 나왔다.
8월 9일자 임시대의원총회를 소집해 최 감사에 대한 ‘임원 해임 및 조합원 제명’ 건을 상정한다는 통보를 한 것. 해임 및 제명 사유는 최 감사가 과거 이사로 재직할 당시와 현직 감사로 있으면서 이사회 의결을 지키지 않고 거짓말을 했으며, 조합장을 모욕하고, 농협의 정체성을 훼손했다는 점 등이다.

최 감사는 즉시 해명과 반론을 대의원회에 제출했고 농협중앙회 전북지역본부에 감사 거부에 대한 민원을 제기한 상황이다.

이와 관련해 이문석 조합장은 “이번 임시대의원총회 소집은 대의원 3분의 2 이상이 최 감사의 해임과 제명을 위한 서명서에 서명날인 해 제출했기에 이사회의 심의를 거쳐 조합장으로서 총회를 소집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최 감사 측은 조합장이 대표 발의한 대의원과 함께 대의원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서명을 받고 다녔으며, 총회에서 안건에 대한 찬성표 확보를 위한 조합장 측의 조직활동, 이른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의원총회에서 ‘임원의 해임 및 조합원 제명’의 건은 재적인원 과반수의 출석, 출석인원 2/3 이상의 찬성으로 가결되기 때문이다.

본지의 취재 결과 서명 당시 조합장이 직접 대의원들을 만난 것은 확인했으나, 조합장은 “서명을 받기 위해 동행한 것이 아니고 대의원들에게 조합 운영 전반에 대하여 설명하고자 동행했다”고 해명했다.

9일 임시대의원총회를 앞둔 시점에서 최 감사는 “조합장의 권력이 법과 규정보다 위에 있다”며 “개인이 아닌 독립기관으로서 감사권이 훼손되지 않도록 총회 결과를 떠나 법정싸움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양측의 날선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8월 9일 임시대의원총회의 결과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와 관련 농협중앙회 조합감사위원회 기획팀 관계자는 “감사의 감사요청에 대해 특별한 사유가 있으면 농협이 거부할 수 있다는 규정도 있지만, 현재로서는 뭐라고 말할 수 없다”며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농림수산식품부 농업금융정책과 관계자는 “조합장이 감사를 거부할 수도 있다”고 전제한 뒤 “현재로선 우선 대의원총회에서 해당 감사가 충분한 소명을 통해 해임과 제명안건을 부결시키는 것이 최선”이라며 “여러 가지 방법을 모색해보겠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태인농협과 관련한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한마디로 웃기는 일”이라며 말도 안 된다는 비난이 솟구치고 있다.

전농 협동조합개혁위원회 김영재 위원장은 “어제 감사가 끝났어도 감사가 오늘 또 감사를 요청한다면 조합은 이에 응해야 한다”며 “업무방해 등의 부당한 목적이 아닌데 왜 감사를 거부하는지…감사 거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한 현직 조합장은 “같은 조합장이지만 멱살잡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조합장 권력을 휘둘러 농협운영의 원칙을 거스르는 것에 분개했다. 그는 또 “해당 감사가 현재 감사직 수행에 대한 물의가 있는 것도 아닌 지난 이사 시절을 꼬투리 잡아 해임시킨다는 게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박형용 기자·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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