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우(梅雨)

  • 입력 2011.07.18 18:32
  • 기자명 한도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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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적엔 여뀌풀의 반점이 크면 큰물(장마)이 지고 반점이 두 개면 두 번의 큰물이 든다고 해석했다. 그뿐이 아니라 띠풀의 긴 잎을 손으로 가만히 훑어보면 잘록한 홈이 있는데 이것이 두 개면 큰물이 두 번 지는 것으로 믿었다. 강가에 살았기에 큰물에 아이들도 민감하게 반응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양력 7월이 되면 매실이 익기 시작하는데 바로 이 때 양자강 일대에서 발달한 저기압이 많은 비를 내린다. 매실이 노랗게 익을 즈음 찾아오는 비라고 하여 매우 라고 부르게 되었다. 곧 ‘장마’를 뜻하는 것이다. 매우(梅雨)라고 하면 어딘가 낭만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본초강목에서는 매우를 매우(霉雨)라고도 하는데 이는 장마철 비에 의복이나 가구들이 검은 곰팡이가 피는 것 때문이라고 한다.

장마철에 사람들의 건강을 우려하여 매우의 梅자를 霉(곰팡이 매,곰팡이 미, 창병매)로 바꾸어 경각심을 주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 이렇듯 장마를 보는 시각이 매우 상이한데 이는 각자가 처해있는 상황에 따른 것으로 보여진다.

우리나라에서 장마를 관찰하기 시작한 것은 1961년 이라고 한다. 약 50년간의 기록 속에는 비가 내리지 않는 마른장마 때문에 농작물이 말라죽고 식수가 부족한 때도 있었고 너무 많이 내려 홍수로 큰 피해가 났을 때도 숱하게 있었다.

올해장마는 기록이후 처음으로 빨리 온 것이라고 한다. 강우량도 꽤 많고 국지성 호우까지 동반하고 있어 여러 가지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그러나 오랜 세월 7월 장마를 비롯 8월 호우시기가 반복적으로 찾아 오지만 그것에 대한 대비는 마냥 제자리다. 특히 농사를 짓는 지역은 하나도 변한 것이 없고 4대강 등 각종 개발 사업으로 인해 많은 피해를 보고 있다. 산사태로 일가족이 몰살하는가 하면 큰물에 실종되는 사람도 부지기 수이다.

인명피해만이 아니다. 농작물 피해는 농가의 파산은 물론 이후 농작물 값의 불안을 야기시킨다. 성주지역의 참외밭 40%가 침수 됐고 순천 광양지역의 수박. 멜론. 오이등도 침수피해와 비닐하우스붕괴 등의 시설피해도 심각하다. 그뿐이면 그나마 다행이겠는데 상추나 배추 같은 것들과 각종 과일들도 침수피해와 습해로 망가져 버려 농민들의 걱정이 크다.

각 언론들은 물가안정을 최우선으로 정책으로 내놔야 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물가를 잡는다며 농민들을 잡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일 년 농사를 망친 농민들이 다시 괭이자루를 잡고 들로 나가 희망을 일굴 수 있는 정책이 함께 나와야 한다.

꽃밭에 개미가 집을 지으면 장마가 끝난다고 하는데 개미가 빨리 집을 짓고 시원한 매미소리를 어서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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