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종·처지 달라도 ‘축산농은 하나’

12일 ‘전국 축산인 총궐기’에 2만명 운집
위기감으로 뭉쳐… FTA·축산선진화 철회 요구

  • 입력 2011.07.18 10:06
  • 기자명 김황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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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공원에서 열린 ‘전국 축산인 총궐기대회’에 참석한 농민들이 상복을 입고 ‘미친 소 먹고 미친 MB정부는 자폭하라’라고 적힌 현수막을 든 채 구호를 외치고 있다.

억수같이 쏟아지던 빗줄기가 잦아들 무렵 여의도공원 인근에 수백대의 버스가 들어찼다. 전국의 축산인들이 저마다의 요구사항을 적은 깃발과 만장, 현수막을 들고 공원으로 들어섰다. 한우 두 마리를 공원 한복판으로 끌고 온 농민도 있었다. 키우는 가축은 다르지만 이들은 한 목소리로 정부를 향해 “축산업 생계대책 마련하라”고 외쳤다.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공원 문화마당에서는 ‘FTA 반대! 축산농가 생존권 사수! 전국 축산인 총궐기대회’가 열렸다.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이상호, 이하 축단협)가 주최하고 전국한우협회, 한국낙농육우협회, 대한양돈협회, 대한양계협회, 한국오리협회, 한국양봉협회, 한국양록협회가 주관한 이 날 2만여명(주최측 추산)의 축산인들이 집회에 참석했다.

이들은 “물가우선 정부대책 축산농가 다 죽는다”, “대기업만 살찌우는 FTA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축종별로도 다양한 요구사항이 제출됐다. 한우농가들은 “반토막난 한우 값에 우리 농민 다 죽는다”며 한우암소 20만두를 즉각 수매할 것을 요구했다. 양돈 농가들은 구제역이 발생한지 7개월이 되도록 보상금 지급이 되지 않고 있다며 조속히 지급하라고 외쳤다. 양봉 농가들은 꿀벌 집단 폐사를 불러온 ‘낭충봉아부패병’에 대한 지원대책을 마련하라고 전달했다.

논산에서 300여명의 한우농가와 함께 집회에 참석한 정정석 씨는 지난 구제역으로 30여마리의 한우를 잃고 아직 입식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정 씨는 “FTA를 해서 수입 고기도 많이 들어오고 사료값은 비싼데 소값은 싸다”며 “소만 바라보고 살던 농민들이 빚덩어리에 앉았다. 농촌이 말이 아니다. 소값 안정. 정부에서 책임져 달라”고 호소했다.

예천에서 참석한 한 양돈농민은 “한미FTA를 체결하면 (농민들이 조금 손해봐도) 공산품이라도 싸게 살 줄 알았는데 그런 것도 아니더라. 득볼게 별로 없고 농민들만 손해를 봤다”며 나중에 돼지값도 반토막되면 어쩌나 하고 걱정을 했다.

안동에서 올라온 농민도 이번에 구제역으로 1000마리의 돼지를 예방적 살처분으로 묻었는데 아직도 입식을 못하고 있다고 했다. 돈도 없지만 종돈 값이 오른데다 구하기도 어렵다는 것. 그는 “보상금 현재 50%밖에 못받았다. 보상금 조기 집행하고 (매몰)두수 산정을 그대로 인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그에 따르면 매몰두수에 대한 보상금을 100% 받아도, 지금 돼지 값이 두 배로 올라서 그 돈으로는 반밖에 입식을 할 수 없다.

구제역 이후 한우값은 반토막이 나고 돼지고기 값은 두배로 뛰어 한우농가와 양돈농가의 처지가 달라졌다. 한편 같은 양돈농가 안에서도 희비가 엇갈렸다. 살처분을 하지 않은 양돈농가는 돼지 값이 좋으니 구제역 이후 재미를 봤지만, 살처분 농가들은 두배로 오른 종돈 값에 입식도 못하고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

이런 속에서 다양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 축산인들이 축종과 처지에 관계 없이 한 자리에 모인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라고 농업계는 말한다. 그만큼 목전에 둔 한·EU, 한·미 FTA에 대한 위기감으로 축산인들의 상황이 절박해진 것을 반증한다.   

〈김황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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