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친화도시 조성과 농촌공간

  • 입력 2011.07.11 11:56
  • 기자명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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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가족부에서 2011년 현재 여성친화도시 12개를 지정했다. 일단은 도시라는 말에 농어촌지역에서는 약간의 거부감이 있긴 하지만 맥락으로 보면 여성친화기초자치단체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여성친화라는 개념 안에는 그 간에 여성관련 정책대상을 모든 정책영역에서 성별관련성을 반영하여 성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점이 핵심이다. 그리고 그것을 단순히 사람에 관한 영역만이 아니라 일상적인 삶의 공간으로 까지 확장시켰다는 점에서 공간의 무성성을 극복하여 일상적인 성평등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다.

왜 여성친화냐? 가족친화가 더 거부감이 없다는 지적이 일부 있긴 하지만 왜 여성을 강조했는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여성=가족으로 등치하는 것은 여성=가족돌봄이라는 공식과 일치하는 우리시대 여성에 대한 인식의 반영이다.

즉 결혼하지 않는 여성, 돌봄노동에 종사하지 않는 여성, 혹은 돌봄을 받는 여성 등은 정책적 지원과 배려의 대상에서 소외될 우려가 있다는 점이다. 이러한 일반적 문제에 더해서 농어촌 지역의 경우 ‘도시’라는 개념이 사용됨으로 인해 농어촌 지역 여성들은 정책적 소외를 느낀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라리 ‘여성친화 지역 혹은 공동체’로 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의견도 있다.

여성친화든 가족친화든, 도시든 지역이나 공동체든 다 좋다. 어떤 단어가 선택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내용으로 변화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이다. 특히 하나하나의 기초자치단체가 여성친화적으로 변화하기 위해서 어떤 내용과 방법이 활용되어야 하느냐이다.

흔히 하기 쉬운말로 계획수립부터 실행, 평가까지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에 앞서서 먼저 검토되어야 할 정책이 있다. 정책의 공간격차의 발생을 줄이는 부분이다. 도-농의 격차, 농촌 내부에서도 취약계층과 일반계층의 격차를 반영한 정책계획과 실행이 기본이 되어야 한다.

흔히 여성친화도시 얘기를 할 때 화장실 수 및 기저귀 갈이, 하이힐 안전 보도블럭, 야간 가로등 조도 등 도시중심의 삶에 대한 제기와 더불어 정책적 지원을 요구한다. 농어촌 지역의 경우 이와는 다른 요구가 있다.

우선은 인구의 초고령화로 인해 보행에 있어서 노인걸음 보조기구가 필요하고 버스승강장에 쉴 수 있는 의자와 가리개가 필수이다. 농촌마을이나 소도읍 가꾸기 등의 정부공모사업이 진행되는 과정에 이들 초고령 농촌여성들에 대한 공간계획이 반영되지 않는다면 ‘여성친화’라는 말은 사용하기 어려울 것이다.

즉 공간접근성에서 성차가 발생할 수 있는 가능성을 최대한 줄여야 할 것이다. 최근 면사무소의 증·개축, 농협건물의 증·개축이 진행될 때마다 땅 값 때문인지 이면도로를 개설하여 일반적인 시장이나 중심지로부터 멀리 짓는 경우가 태반이다. 보건소등도 마찬가지다. 이는 교통수단을 전혀 갖지 못한 노인여성들을 전혀 고려하지 않는 정책이다.

여성친화적인 공간조성은 사실 도시만이 아니라 농촌에서 오히려 더 절실하다. 아이 낳으면 출산축하금을 주는 것보다 더 시급한 것이 산부인과가 없는 군단위에 산부인과를 설치하고 산원을 만드는 일이고, 초고령노인을 위한 버스승강장 편의시설 설치 및 교통접근성을 강화시키는 일이 절실하다. 여성친화도시 조성에 앞서 여성친화 정책의 공간격차(도-농격차)를 줄이는 정책이 시급히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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