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척지 사료작물재배, 실패 불보듯 뻔해”

[쌀감산정책 현장2]- 해남 간척지
농민들, “정부가 현장을 몰라도 너무 몰라”

  • 입력 2011.07.04 11:06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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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남 해남군 신이면에 거주하는 주기준 씨가 이 지역 간척지에 심어진 밀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 구간에 심어진 밀은 한 대규모영농회사법인이 파종한 것으로 염해피해 때문에 키가 주 씨의 무릎에도 채 미치지 못했다.

영농회사법인, “정부권장 품목 성공한게 없어”

농민들은 이번 타작물·사료작물 재배사업은 전형적인 ‘탁상행정’의 최종판이라고 비판했다. 벼 말고 다른 작물이 제대로 될 수 없는 간척지에 콩, 밀 등과 같은 작물을 심어봐야 말짱 도루묵이라는 것. 또 농민들은 아무리 쌀이 남아돌더라도 이런 말도 안 되는 정책을 펴는 것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해남군 화원면 저상마을의 강철원 씨(55세)는 “간척지를 전용해서 밭 작물을 심는 것은 농민정서에 맞지 않다”며 “쌀이 과잉 생산된다며 사료작물로 전환할 것을 정부정책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축산농민만 농민이고 쌀 재배농가는 농민이 아니냐”고 말했다.

화원면 일대는 간척지가 조성된 지 6년 정도 됐다. 농민들에 따르면 간척지는 10년이 넘어야 소금기가 빠지면서 옥수수와 같은 품목이 정상적으로 생육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해남축협(조합장 이정우)도 2010년 겨울 산이면 인근의 땅에서 시험재배를 했지만 큰 수확을 올리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남축협 관계자는 “지난해 겨울 산이면에 농업단지 203ha를 조성해 이탈리안라이그라스를 심었다”며 “아직까지 수확량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고 말했다.

물이 없는 데서만 사료작물 생육이 가능하다는 농민들은 “사료작물이 자랄 수만 있으면 해봐라”라며 간척지에 사료작물을 재배하는 것은 실패할 것이라고 장담했다.
강 씨는 “안 될 것이 눈에 보이는데도 일을 추진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겠다. 설령 간척지에서 발아가 된다고 하더라도 온갖 몸부림을 치며 나오는 싹이 제대로 자랄지는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화원면 성산리에 거주하는 박정남 씨(50세)도 정부정책에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정부가 타작물 재배유도 정책을 발상해낸 것 자체가 의문이라는 것이다. 그는 이 지역에서 지난해 가을 2만평의 간척지에 총체보리를 시험재배 했지만 실패했다며 그 원인으로 ‘염해’를 꼽았다.

이 지역 농민들에 따르면 화원면 간척지는 지난 2003년부터 농사를 짓기 시작했으며 3년 전부터 벼농사를 지어오고 있다. 간척지는 화원면을 비롯해 산이면, 문내면, 황산면, 마산면, 계곡면 등지에 펼쳐져 있다.
인근에 위치한 산이면도 상황은 마찬가지였다. 산이면 진산리에 거주하는 주기준 씨(47세)는 지난해 해남축협에서 실시한 설명회에 대한 이야기부터 꺼냈다.
주 씨는 “지난해 해남축협에서 설명회를 했는데 1ha 생산량이 70개(1개당 6만원)라고 했는데 결과를 보니까 1ha에 평균 17개를 수확했다”며 “가격도 6만원이라고 했는데 그만큼도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내년에는 이 지역 전체가 조사료 단지가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며 농민들 입장에서는 벼를 심지 못하게 되면 피해가 클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적절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부 대규모 영농회사법인에서 밀을 심기도 했지만 3월말이 지나면 염해 때문에 성장을 멈춰버린다”고 말했다. 따라서 주 씨는 조사료를 재배하려면 간척지가 아닌 육지의 논이나 밭에서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렇다면 농민들만 불만이 있을까? 한 대규모영농회사의 대표도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하소연했다.
익명을 요구한 박 모 씨는 60만평의 대규모농어업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올해로 3년째 산이면 일대의 간척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는 그는 이것저것 다 시도하다 올해 마지막 승부처로 해바라기를 선택했다.

그는 “정부에서 검사를 나올 때 까지는  생육이 좋다가 열매를 맺을 때 즈음해서 염류장애가 시작되더라. 그리고 정부는 생육이 좋다고 사진 몇 장 찍고 간다”고 타작물 재배사업 평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2010년 2월 간척지에 쌀 농사를 지양하라는 정부공문을 받았다”며 “그 이후부터 벼를 심지 못하고 있다”고 밀이 심어져 있는 간척지를 가리켰다.

그는 정부에 하소연도 많았다. 땅만 내어주고 전기, 관정 등과 같은 기반시설에 대해서는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특히 그는 정부가 권장하는 품목에 대해서도 답답함을 거침없이 드러냈다. 그는 “정부가 권장한 품목은 모두 박사들의 추천을 받아 심은 것인데 농사를 짓는 품목마다 실패를 거듭하고 있다”며 “가공용 쌀이라도 재배할 수 있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 

한편 산이면 지역 농민들에 따르면 내년부터 농어촌정비법 시행령에서 ‘피해지선민’이라고 불리는 지위가 삭제돼, 지역주민에게 우선시 되던 간척지 분양 혜택이 없어지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한국농어촌공사 박재열 차장은 “매각대상자를 규정하고 있는 조문이 있긴 하지만 ‘피해지선민’지위라는 정확한 명칭은 없다”라며 “법률상에는 농업법인, 지방자치단체, 농협과 같은 대규모 경영체에 임대를 해주도록 되어있다. 간척지 조성과정에서 피해를 입은 농민 개인에게는 임대가 되지 않고 법인체를 만들어 신청해야만 가능하다”고 말했다.
산이면, 화원면 간척지를 관리하고 있는 영산강사업단 유지관리팀 김학진 씨는 농민들의 주장에 대해 “민원이 제기될 때 사용되어 오던 ‘피해지선민’ 지위의 변동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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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 증산 권장하던 정부 이젠 쌀 생산줄이려
농민들, “정부가 벼농사는 뒷전 사료작물 우선시”

한국농어촌공사(농어촌공사, 사장 홍문표)가 발간한 간척백서에 따르면 우리나라 간척사업은 고려조 및 조선조와 일제 강점기를 보내면서 군량미 확보와 미곡 증산 목적에서, 해방이후에는 기근해결을 위한 식량증산 목적으로 변했다고 기술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간척사업을 실시하면서 해당지역 농민들에게는 간척사업 이후 간척지 분양을 우선적으로 실시할 수 있도록 해당지역 주민들에게 ‘피해지선민’ 지위를 부여했다. 이후 정부는 이 기준에 따라 간척지를 분양했지만 주민등록상 주소가 잠시 외부로 옮겨져 있던 일부 지역 주민들은 이마저도 혜택을 받지 못했다.

해남군 화원면의 한 지역주민에 따르면 “당시 자녀들의 고등교육을 위해 주소를 도외지로 옮겨놓은 주민들은 ‘피해지선민’지위를 인정받지 못해 간척지 분양에서 배제됐다”며 “해당관계기관에서 책상에 앉아 자로 줄을 긋듯 기준을 마련해 버려 생긴 결과”라고 말했다.

간척지 분양과정에서의 이러한 문제점과 더불어 최근 들어서는 벼 재배를 희망하는 농가에게는 임대료를 징수하고, 계약기간을 사료작물보다 짧게 지정해 농민들의 불만이 높아지고 있다.

강철원 씨는 “이번 정책은 축산농민과 벼 재배농민과의 엄청난 역차별을 가하는 것”이라며 “사료작물은 계약기간 5년에 임대료는 무료인데 반해 벼는 계약기간 1년에 1평당 임대료가 250~330원 수준이다”고 말했다.
일반 농민들은 사료작물을 심으려고 해도 심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수확 및 포장기계가 수억원에 달하기 때문이다.
그는 타 지역 사람들이 해당 간척지에서 농사를 짓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간척지는 해당 지역주민으로 구성된 영농조합법인과 같은 법인체와 농어촌공사가 계약을 하고 농사를 지어야 한다.

강 씨는 “지역주민이 신청해야 하는데, 타지역 사람이 영농조합법인을 꼬셔서 농어촌공사와 계약을 맺게 하고 (타지역의 사람들이)대신 농사를 짓는다. 그리고 이 사람들은 영농조합법인에게 평당 50원씩 돈을 쥐어주는 방식으로 간척지가 이용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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