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내기 하는 날엔 머위깻국을 먹는다

  • 입력 2011.06.27 11:12
  • 기자명 한국농정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제주도에서 꼼치라고 불리는 머위는 머으, 머구, 머우, 머귀, 머윗대, 머웃대 등으로 지방마다에서 불리는 이름이 제각각이지만 음식의 재료로써 사랑받는다는 점에서는 어느 곳에서나 한결 같다. 이름이 다양한 머위만큼이나 모내기 음식도 여러 가지지만 내가 사는 인근 지역의 농가에서는 모내기를 하는 날에는 어김없이 머위를 죽순이나 표고버섯 등과 함께 끓이다가 들깨와 쌀을 갈아 넣고 탕을 만들어 먹는다.

멸치 등으로 육수를 따로내지 않고 맹물에 끓이다가 집에서 담가둔 간장만으로 간을 해도 깊고 향긋한 국물 맛이 날 뿐 아니라 들깨의 고소함이 더해져 그 맛이 일품이다. 기온이 낮은 북쪽에서는 감자를 캐기 전에 모내기를 하게 되므로 죽순과 함께 요리하지만 기온이 높은 남쪽에서는 감자를 굵직굵직하게 썰어 넣고 머위깻국을 끓이는데 감자의 단맛이 같이 어우러져 더욱 맛이 깊어진다.

머위는 논둑이나 밭둑, 무논 등 장소를 가리지 않고 어느 곳에서나 잘 자라기 때문에 꾸준히 우리의 사랑을 받고 있는데 워낙 생명력이 강해 잎자루를 뜯어 나물로 이용하고 돌아서면 금방 새 움이 돋아난다는 말을 들을 정도이다. 특히 담장 아래 심어두면 잎이 워낙 무성하게 잘 자라므로 다른 풀들이 잘 자라지 못하므로 제초 걱정이 없는 효자 식물이라고도 할 수 있다.

▲ 머위

이른 봄에 나오는 어린잎을 따서 살짝 데치면 쌉쌀한 맛이 봄을 타 떨어진 입맛을 찾게 해주는 훌륭한 반찬이 된다. 봄이 가고 여름이 되면서 모내기를 하는 철이 되면 다 자란 줄기를 잘라 데쳐서 껍질을 벗겨 나물로 먹으며 생것은 장아찌를 만들어 저장한다. 쓴맛이 강해진 잎은 삶아서 우려 낸 다음 갖은 양념에 무치거나 들기름을 넣고 볶아 먹기도 하는데 소금을 뿌려 두었다가 밀가루에 버무려 쪄서 먹으면 색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봄철에 몽글몽글 뭉쳐 하얗게 피는 머위 꽃은 날 것을 된장에 박아 장아찌로 만들거나 또는 조림으로 하면 별미지만 그 맛이 튀김에 비할 바는 아니다. 꽃봉오리가 막 피어오를 때 따다가 술을 담그거나 잘 말려두었다가 차로 끓여 마시기도 한다.

또한 머위는 특유의 향과 맛으로 조기 등의 생선을 요리할 때 비린내를 없애기 위해서 같이 조리하기도 한다.
머위는 89%의 수분에 칼슘이나 인, 철분 등이 풍부한 영양가 높은 식물로 유럽에서는 암환자의 통증을 완화시키는 항암치료제로 사용하고 있고 일본에서는 머위를 후키라고 부르며 산채 중의 제일로 친다고 한다. 중국에서는 뿌리를 봉두채 혹은 사두채라 부르고 나물이나 약용으로 사용하는 것은 우리와 비슷하다.

한방에서는 여름과 가을에 뿌리를 채취하여 생으로 쓰거나 말려서 쓰는데 맵고 쓰며 약간 찬 성질의 약으로 어혈성의 소염진통, 타박상, 해독(解毒)에 이용한다. 염증이 덧나거나 편도선염, 뱀에 물렸을 때에는 생것을 짓찧어 붙이면 도움이 된다. 잎과 줄기를 조리하여 장기간 나물로 먹으면 기관지 천식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기록된 문헌도 있다.

우리의 집 주변에는 채소나 산야초라 불리는 수많은 약초들이 우리의 밥상에 오르기를 기다리고 있다. 하지만 요즘 한창 우리의 밥상을 풍성하게 해주고 있는 머위가 그 중 으뜸이라고 해도 탓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농사로 바쁜 요즘 허해지는 몸에 감자와 머위를 듬뿍 넣은 머위깻국 한 그릇을 권하고 싶다.

약선식생활연구센터 고은정 연구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