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 정책의 비전과 목표를 다시 세워야

  • 입력 2011.06.20 14:23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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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겨우 모내기를 끝낸 들녘을 바라보면 풍성한 가을에 넘실거릴 황금들판이 연상되기 보다는 쌀 가격이 또 폭락하지는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2000년대 접어들어 한번도 편할 날이 없었던 쌀 농가들의 마음고생과 소득 하락을 목도해 왔기 때문이다.

수매제도의 폐지, 쌀 가격폭락에 의한 실질소득의 하락, 농자재 값과 농지가격 상승에 의한 생산비 증가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경제 환경의 악화보다 더 마음 아픈 것은 쌀 가격을 낮추어 쌀 시장 개방에 대비해야 한다는 국적불명의 얕은 경제논리들이 판을 치고 있는 현실이다.

현재 쌀 가격이 지난해 수확기 보다 10~15% 올랐다고 하여 정부 보유 쌀을 절반가격에 방출하는 등 도무지 정부의 쌀 수급관리정책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 문제는 이렇게 쌀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정부가 반값 쌀을 가공업체나 유통주체들에게 공급하지만 시중 쌀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다.

뿐만 아니라 쌀 재고 누증의 주요 원인이 대북지원 중단에 있음에도 엉뚱하게도 그 원인을 공급 과잉구조 때문이라고 단정 짓고 쌀 재배면적을 줄이겠다고 나서는가 하면, 세계적인 식량위기나 식량주권에 대해서는 모르쇠로 일관하는 정부의 양정은 한마디로 비전도 철학도 없는 졸속에 다름 아니다.

주지하다시피 모든 쌀을 포함한 농산물의 가격은 오를 때도 있고 떨어질 때도 있을 수밖에 없다. 농정은 가격이 급락할 때는 생산자 농가의 소득 감소에 신경을 써야 하고 급등할 때는 소비자의 생활안정에 주력하여 정책을 펴는 것이 옳은 정책방향이다.

그런데 정부는 쌀 가격이 급락할 때는 농가의 소득 보장보다는 소비자의 후생증대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거의 손을 놓고 있다가, 쌀 가격이 급등하면 소비자의 생활안정보다는 쌀 생산기반인 재배면적을 축소하려 하는 등 본질은 제쳐 두고 쌀 농업 죽이기에 혈안이 되어 있는 듯 하다.

당장의 쌀 가격 등락에 일희일비하기 보다는 긴 안목으로 식량주권이나 식량 안보, 그리고 쌀 농업의 다원적 기능이라는 측면에서 쌀 농업을 바라보아야만 쌀 문제의 해법이 보이기 시작한다. 쌀 정책의 비전과 목표를 똑바로 세울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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