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운동·생활… 다시 시작하는 마음”

도연맹 사무처장 4년 생활 졸업
이웃의 고민이 무엇인가부터 출발해야
오용석 전 강원도연맹 사무처장

  • 입력 2011.06.20 14:1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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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부터 가을을 지나면서 쉼없이 생장을 한 나무는 겨울 휴면기를 맞는다. 겨울나무는 자칫 앙상한 가지만 덩그러니 남아 멈춘 듯 정지해있지만, 나무에게 매우 중요한 시기. 다음 해의 생장을 위한 조용한 준비기간이고 내적 성장 토대를 마련하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사람도 왕성한 활동 직후 휴식기를 휴면기라고 불러도 좋다면, 오용석 강원도연맹 전 사무처장의 요즘은 딱 그 시기다. 오 전 처장은 꼬박 4년간의 ‘사무처장’ 직함을 올해부턴 달지 않게 됐다.

도 단위 농업분야의 핵심활동가로 또 전농과의 핵심 소통주체로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을 뛰어왔던 지난 사무처장 생활을 드디어 졸업했다. 이로써 그는 수시로 울리던 휴대전화로부터, 각종 회의로부터 한발 물러나게 됐다.

▲ 오용석 전농 강원도연맹 전 사무처장

춘천이 고향인 오 전 처장은 대학 3학년 때 농사를 짓겠노라 결심을 하고 졸업 후 전농 강원도연맹에서 실무자로 2년을 지냈다. 그러다 회원들과 논의 끝에 지난 ’94년 이 마을에 내려와 진짜 농민으로 살기 시작했다.
“군대 신병이 가방 2개 둘러매고 자대배치를 받을 때처럼 단돈 10만원을 가지고 단촐하게” 시작했다는 농삿일은 녹록치 않았고, 사람들과 친해지기 위해 ‘366일’ 술자리를 찾았다.

1년 정도는 농민회 회의만 참석하고 직접 활동은 미뤄둔 채 동네에서 뿌리 내리는 일에 집중했다고. “회원들 신세, 참 많이 졌다”고 당시를 전하는 그는 그러나 “논 1,600평, 밭 800평에 농사를 지어보니 돈 될 게 없더라”며 빚지고 살지 말자고 결혼시절부터 한 약속이 부질없이 무너지게 된 사연도 덧붙였다.

돈 될 농사로 시작한 고추는 춘천에 직거래를 하면서 쏠쏠한 재미를 봤고, 그러다 보니 농사 규모도 늘리고 농기계도 장만하면서 농가부채 규모도 함께 늘어났다는 것.

“4년을 마을분들과 나누지 못했다. 사람들이 모이는 자리에 꼭 참석해 사는 얘기를 듣는 이유 중 하나가 공통분모처럼 모아진 논의들이 농민운동의 방향을 되짚게 하고, 또 내 삶의 방향도 찾아줄 거라고 생각한다”는 그는 아마 올해 말 쯤되면 정리가 될 거라고 내다봤다.

상대적으로 척박한 강원도의 농사환경과 농민운동 속에 다져진 오 전 처장의 내공이지만 이곳에 온 그해부터 18년이 지난 지금, 여전히 농민들은 농삿일에 치이고 사람은 줄고…농촌의 삶이 점점 더 팍팍해지는 것에 대해 고민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그러나 농민운동의 이력을 주변에서 그냥 둘 리 없다. 얼마 전 지역에서 공영방송사의 부적절한 보도로 항의집회를 계획한 적 있었다. 이름하여 ‘가짜 곰취 보도 논란’.  양구군의 주 소득원 중 하나인 곰취가 실은 곰취가 아니라 곤달비라는 일방적 내용과, 이 때문에 양구의 곰취축제도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내용이 공중파를 탄 것.

그러나 식물학적 분류상 최종단계인 ‘종’의 차이가 있을 뿐 곰취가 아니라는 것은 오보였다는 오 전 처장은 말했다. 지역주민들은 “말도 안된다”며 분노했고 그에게 도움을 요청해왔다. 

결국 농민들의 목소리를 내기 직전 방송사와 대책위가 합의에 이르면서 ‘미수’에 그치고만 방송사 집회를 설명하는 그는 다시 도연맹 사무처장의 기운을 담고 있다.

농사일 하면서 농민운동을 겸하기에는 품이 덜 드는 작목을 택했다는 그는 이 지역이 6,7년전부터 애호박을 심기 시작했는데 애호박에 봉지를 일일이 씌우는 데는 버틸 수 없어 그보다 품이 덜 드는 미니 단호박 농사를 짓는다.

단호박도 2,3년 전에 재미났는데, 재배면적이 늘면서 가격이 떨어졌다. “며칠만 있으면 그물망도 설치할 텐데…”  아직 마무리작업을 못해 파이프만 드러난 밭에서 부끄러워하면서도 호박의 곁순을 따는 그는 마을 이장을 맡으라는 마을 사람들의 권유도 미루고 사는 문제부터 해결해보자는 생각으로 농사를 처음 시작하던 당시의 청년으로 되돌아가 있었다. 또, 도연맹 사무처장이라는 현직에서 한 발 물러났지만, 농민운동 속으로 더 깊게 들어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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