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몇 달치 농사, 중도매인 몇 시간 농사”

작년 겨울 4kg 1박스 경매가 3, 4천원…소매가 1만2천원

  • 입력 2011.06.09 10:3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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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살이를 4년 전에 접고, 경기도 여주군 대신면에서 엽채류 농사를 짓고 있는 한규성 씨. 그는 2,800평 하우스에서 상추 1,800평 농사를 짓는다.

무농약 인증을 받아 키우는 상추는 상추 소비를 많이 하는 고기집 40여 곳과 가락시장 등 도매시장에 출하하고 있다. 비율로 따지면 3:7. 고기집에 직거래 하는 게 경매로 파는 것보다 20%가 더 높지만 출하물량을 모두 소진하려면 시장에 내는 수밖에 없다.

그러나 무농약 인증은 시장에서 큰 인기가 없다. 키울 때 애를 먹지만 중도매인들은 ‘싸게 사서 비싸게 파는’ 속성상 무농약 인증에 대해 가치를 쳐 주지 않는다고. 억울한 면이 있지만 한가하게 따질 겨를도 없다. 개별 농민의 입김은 힘이 약하기 때문이다.

주로 가락동 시장에 출하하지만, 물량이 넘칠 때는 강서시장과 청량리시장으로도 낸다. 그러나 중도매인에 대한 불만은 터지기 일보 직전이다.

“농민들은 몇 달 구슬땀 흘려가며 농사 짓지만 중도매인들은 몇 시간 농사”라며 “농산물 가격에 대해 농민에게만 몰인정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 지역은 작목반이 구성돼 작목반 차원의 대량거래도 해 봤지만, 박스당 1만2천원에 계약하고 공탁금도 걸었던 중도매인이 시장에 물량이 넘치니 좀 봐달라고 사정해 한발 물러섰던 것이 결국 박스당 8천원으로 거래되자, 작목반 거래도 와해됐다. 결국 한 씨는 그 이후 줄곧 개별출하를 하고 있다.

“작년 겨울에 구제역으로 상추도 폭락해 애를 먹었다”는 그는 “1박스 당 7~8천원에 거래했고, 경매로 상추를 낸 농민들은 3,4천원 밖에 못 받았다”고 말했다.

1년에 보통 6천 박스를 생산하는 그는 농산물 가격은 워낙 들쑥날쑥해 소득을 따지기도 어렵다고. 상추는 특히 인건비가 많이 든다. 평균 4~5명이 상추 수확을 하고 있다. 귀농 4년차, 대학생 2명이 있다는 한 씨는 “유통단계의 적정한 이윤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그래야 작년 겨울 경매시장에서 박스당 3~4천원인 상추가 소매가는 1만2천원이 되는 ‘어마어마한 차이’가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민들이 법인 만들어 공동출하

작년 부추 가격 ‘흡족’

경남 하동군 옥종면 장호봉 씨는 수년간 딸기재배를 작년부터 부추농사로 작목을 전환했다.옥종면의 딸기 농사는 전국적으로 유명해 소득면에서 수월했지만, 할 일이 많아서 고민하던 차에 결정한 농사가 ‘부추’. 1,600평 시설하우스에서 부추 농사를 짓고 11월부터 5월 초까지 수확한다.

출하는 법인을 통한 공동출하 방식이다. 지난 해 부추를 짓는 지역 농민 15명이 마음을 모아 ‘위파머’라는 농업회사법인을 결성했다.

“개인이 공판장에 출하해서는 제 값 받기 힘들다”고 말하는 장 씨는 작목반이나 조직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법인을 통해 물량이 확보되니 시장에서도 함부로 대하지 않았다는 것.

법인을 통해 가락동시장에 출하할 때 물량이 많으면 5톤 트럭 차 1대 분량인 500박스 씩 출하한다. 운임은 박스당 1천2백원정도 농민들이 부담하고 경매수수료와 하차비 등을 포함해 1박스를 팔면 90% 정도가 수익이다.

작년에 부추 가격이 흡족할 만큼 높았다. 평당 소득이 7만원 정도로, 이 중 순소득은 40% 선. 당분간은 부추농사에 매진하겠다는 그는 “산지가 조직화 되고 농민들이 출하의 주체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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