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을 맞이하며

  • 입력 2011.06.07 10:11
  • 기자명 임은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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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내기를 마친 논들이 햇살을 받으며 신선함을 뽐내는 때이다. 겨울이고 여름이고 농번기가 따로 없는 아랫녁도 아니고, 화훼나 축산을 하는 것도 아닌 경기도에서 보통농사를 짓는 사람이라서 못자리철인 4월과 모내기철인 5월이 지나가면 마음에 여유가 좀 돌곤 한다.

하고 나면 별 일도 아니었는데 왜 그리 빡빡하게 살았나, 왜 그리 허둥거리며 살았나, 이제 무엇이 남았나 생각하면서 6월을 맞는다. 그러나 여유 누려보는 호사도 잠깐. 6월 임시국회에 한-미FTA 비준동의안이 제출된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다시 마음이 심란해진다.

많은 사람들은 한-미FTA가 농업을 비롯한 사회경제 전반에 쓰나미 보다 더 심각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이야기 한다. 한-미 FTA는 신자유주의적 경제 질서 강화와 함께 의약품 특허 등을 더욱 강화하여 우리나라의 복지정책을 약화시키게 된다.

협상 내용은 농산물의 관세철폐 및 금융서비스의 모든 규제철폐와 규제강화의 가능성을 없애고, 지적재산권 대폭 강화와 투자자 정부 제소의 내용까지 강력한 자본 친화적인 조항 등의 내용으로 되어 있다.

또한 한-미FTA가 가지고 있는 수 많은 문제점들 뿐만 아니라 농민, 노동자 등 서민들의 피해가 불 보듯 뻔 함에도 불구하고 일방적 힘으로 밀어붙이는 폭력적인 정부와 국회의원들의 모습이 반복 될 듯 하여 더욱 두렵다. 

얼마 전 한 모임에서 한-미FTA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두고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그 자리에 참석한 사람들 가운데는 1999년부터 시작된 한-칠레FTA 반대 투쟁도 함께 했던 사람들이 많았다.

그때 한-칠레 FTA를 막지 못하면 줄줄이 대기하고 있는 더 많은 나라들과의 FTA가 체결될 것이라는 마음으로 많은 농민들이 물대포를 맞고 곡기도 끊었다. 한강 철교 난간에서 몇 시간을 버텼고, 쇠사슬로 서로의 몸을 묶기도 했다. 여성농민들도 삭발을 하고, 아기돼지를 안고 국회에 들어가기도 했다.

그러나 한-칠레 FTA가 국회비준을 통과하여 발효된 지금, 농민과 국민의 삶은 얼마나 달라졌는가. 농업의 사망선고를 막기 위해 함께 반대투쟁을 하자며 이웃들에게 FTA의 문제를 이야기하고 FTA이후 맞이하게 될 농업의 전망을 그렸는데, 지금 우리의 모습은 어떻게 변했는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점 점 더 가라앉고 있는 농촌. “종자 생산에서부터 슈퍼마켓까지”를 내세우며 세계인들의 건강권까지 쥐고 흔드는 카길, 몬산토 등의 초국적 기업의 신자유주의 세력이 주도하는 FTA가 아닌 식량주권의 농정을 내걸고 시간을 보냈다면 지금 우리 농촌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농지공개념제에 의거해 비농업인들의 농지거래를 규제하고, 농지의 보전과 이용을 관리하여 농지감소를 막고, 공공산업으로서의 농업에 맞게 농지를 사용할 수 있는 농촌. 식량자급률을 높이기 위해 농산물을 수매하는 정부.

농지에 대한 의무와 권리를 농사짓는 사람이라면 남녀노소 공평하게 가질 수 있고, 자신이 가지고 있거나 이웃과 나눈 씨앗을 자유롭게 뿌리고 거둘 수 있는 농민. 잘 보존되어 언제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땅. 더 이상 먹을거리에 대해 걱정하지 않는 국민들.

식량주권으로 바로 세워질 우리의 농업과 농촌을 그려보며 한반도에 닥칠 쓰나미 한-미 FTA를 반대하기 위한 우리들의 대응을 모색하여 본다.

임은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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