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형태의 농촌활동, 일상화 돼야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 입력 2011.05.30 13:41
  • 기자명 오미란 광주여성재단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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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70년대의 ‘모닥불 피워놓고…’ 옛날 농촌활동은 그야말로 봉사활동이었다. 일하고 노래하고 젊음을 서로 나누는 자리. 야간에는 마을을 찾은 대학생 언니, 오빠들이 마을의 해맑은 아이들에게 야학당을 실시하는 농활이다. 그때 마을의 아이들은 대학생 언니와 오빠가 너무 부러웠을 것이다.

80년대의 농활은 이보다는 치열했다. 대학생들이 농사일을 도와주려고 찾아가도 받지 않겠다는 마을이 더 많았다. 잠잘 곳이 없는 학생들은 겨우겨우 교회에 사정해서 근무하면서 냉대 받는 농촌봉사 활동을 했다.

이른바 학생들이 의식화 교육을 하는 불순한 존재로 인식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 농활은 진화를 거듭하여 학점인증으로까지 발전하였다. 농활시기도 여름방학만이 아니라 봄, 여름, 가을 등 계절을 넘어 다변화되고 있고 활동내용은 농촌봉사에서 수해, 농산물장터, 환경인식 고양 등 다양한 내용으로 진화하였다.

농활의 진화는 학생들의 의식이 변화하고 농촌봉사활동의 내용에 대한 인식의 변화가 원인이기도 하지만 농촌내부 역량 및 주민의식의 변화도 한 몫 하고 있다. 더욱이 이제 농활은 학생들의 전유물이 아니다.  흔히 일어나는 농활이 노동자와 농민연대 농활, 이주민 농활, 혹은 도시소비자 및 여성단체의 농촌체험 농활, 기업의 농활 등 농활은 대상과 기간, 계절을 넘어서는 커다란 성장을 이루었다.

농촌활동의 이러한 성장에도 불구하고 매년 농어촌에서는 ‘일손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지역에서는 ‘인적역량의 부재’를 호소하고 있다. 물론 농촌활동으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다.

그러나 농촌활동의 성장 방향이 이제는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할 것 같다. 농촌활동의 DNA를 변화시켜야 한다. 가치가 교환되는 농활, 구체적 기술이 교환되는 농활, 서로의 마음과 마음이 공감되는 농활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하는 농활에 맞게 참여자들의 생각도 주제도 바뀌어야 한다.

또한 정부에서도 농림수산식품부에만 맡기는 농촌지원이 아니라 지자체와 정부가 적극 나서서 도시민들의 농촌활동을 지원해야 한다.

도시의 과밀현상과 농촌의 과소현상이 파생시킨 삶과 가치의 간극을 통합하는 실천의 장으로 농촌과 도시가 만나는 방안을 의도적으로 이끌어내야 한다.  농촌활동인가 농촌봉사활동인가? 일손 돕기 인가? 농촌배우기인가? 개념이 그다지 중요한 것은 아니라지만 같은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똑같은 작업도 어떤 의미부여를 하느냐에 따라서 성격이 천지차이가 된다. 

요즘 새로 시작된 농활이 환경농활이다. 이른바 유기농업이나 생태농활 같은 의미이다. ‘부지깽이도 한몫 한다는 바쁜 농사철이다.’ 혹자는 그냥 와서 일손이나 거들면 최고지 무슨 잔말이 많으냐고 할지도 모른다. 농촌활동의 내용과 수행주체와 시기, 대상을 다양화하고 지원을 확대하여 ‘농촌활동’이 특별활동이 아니라 일상활동이 되도록 이루어져야 한다.

왜 ‘문화농활’은 없는가? 왜 ‘예술농활’은 없는가? 문화, 예술 농활을 왜 공공프로젝트라는 어려운 이름으로 불러야 하는가?  고령화되고 공동화되고 있는 농어촌 지역에 농촌활동을 일상화하여 문화, 복지, 노동력 경감, 집안고치기, 건강지원, 농번기 농사지원 등 다양한 형태의 농촌활동이 일상화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노력봉사식의 농촌활동 개념을 벗어나 파종농활, 재배농활, 수확농활 등 농작업별로 연속성을 가진 농활, 농기계의 사용 및 지원, 환경생태적인 가치를 보급하고 체험하는 농활, 먹을거리 장터 등 마켓과 연계되는 농활, 체험과 농산물의 판매가 함께 이루어지는 소비자농활 등 영역별로 농촌사회 내부의 대응전략이 달라져야 한다.농촌 활력을 위한 작은 실천의 방향으로 농촌활동에 대한 새로운 DNA를 만들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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