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정과 압구정

  • 입력 2011.05.30 13:34
  • 기자명 한국농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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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구정(伴鷗亭)은 파주시 문산읍 낙하진이라는 임진강가에 세운 정자로 조선초 대표적 청백리인 황희가 영의정에서 물러난 후 여생을 보낸 곳이다. 압구정(狎鷗亭)은 지금의 압구정동 한강변에 동호가 바라보이는 벼랑위에 세운 정자로 수양대군의 장자방이라고 했던 한명회가 말년을 보낸 곳이다.

두 정자가 모두 한자로 보면 갈매기와 벗 삼는 다는 뜻이 있는데 압구정은 뜻과는 반대로 되었다 해서 나중에 압구정의 압(狎)자가 누를押자로 변해 지금에 이르고 있다.

황정승은 공직자가 되어서 백성의 안위를 먼저 걱정하는 것이 도리이고 작은 녹봉으로도 자신의 궁기는 면할 수 있을 만큼은 된다며 18년간 관직에 머물렀다. 비단옷을 입지 않았으며 집은 비가 새는 초가에서 살았다고 한다.

관직에서 물러감에 백성들이 그의 공적과 청백함을 흠모하며 역사에 귀감으로 남았다. 얼마든지 권력을 이용해 축재를 할 수 있음에도 그의 관료로서의 자세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쿠데타로 정권을 움켜쥔 한명회는 세 임금을 모시고 두 딸을 왕비로 만들었으며 두 번의 영의정을 지내며 수많은 축재를 저지르며 권력을 함부로 행사했다고 한다. 한강변에 압구정을 짓고 벼슬에서 물러났으나 여전히 그의 축재와 권력은 수그러들 줄 몰랐다고 한다. 결국 사후에는 연산군에 의해 부관참시라는 수치를 당해야했다. 훗날의 역사는 그를 부정적으로 전하고 있다.

개각으로 청문회가 진행 중이다. 이번 후보자들도 역시 여러 가지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특히 농식품부 장관 후보자인 서규용 전 차관의 청문회를 바라보며 한 농민으로 쓴웃음을 지을 수 밖에 없다.

오죽하면 이 정부에서 장관직을 하려면 부정한 짓을 몇 가지는 해야 한다고 농담을 할까. 직불제를 입안 했으면 법의 취지를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을 터이나 스스로 직불금을 타먹었다는 것은 후안무치의 전형이라 할 것이다.

농사가 어떻게 지어지는 줄 알면서 가끔 내려가서 농사를 지었다는 것은 코미디 중의 코미디다. 설령 그리했다면 김종훈이 말한 보조금 도둑질하는 다방농민인 것이다. 자질구레하게 세금을 회피할 생각으로 편법을 동원했다니 관직에 머무르기엔 적합하지 않다.

게다가 농민단체장들에게 장관으로 환영한다는 성명서나 부탁하고 다닌다는 것은 농민단체장들을 모독하는 행위라 본다. 황희 정승까지 들먹이지 말았어야 했다. 기회가 주어진다면 압구정의 일이 반복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없다.

세상이 아무리 돈 때문에 돌아버렸다고 해도 자신의 이익 앞에 쪼잔하게 구는 자가 녹을 받아서는 안 될 말이다. 다만 양심으로 판단하여 스스로 후보직에서 사퇴하는 것이 여럿을 위해 좋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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