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의 이주여성들은 우리의 자원·성장 동력이다

  • 입력 2011.05.02 14:00
  • 기자명 임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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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르신들로 가득차곤 했던 장날의 버스정류장에 앳된 아가씨들이 만나 이야기하는 모습은 참으로 애틋하고 싱그러워보였다. 먼 이국땅으로 시집와 얼마나 외로웠으면 버스정류장에 서서 저렇게 이야기를 주고받나 하는 안쓰러운 마음도 들었다.

결국 센터식구들과 의논해 일주일에 한 번 같이 만나 서로 살아가는 이야기를 나누며 한글공부를 하는 자리를 갖기로 하고 이주여성교실을 열게 되었다. 2007년 이주여성교실을 시작할 때 홀몸이었던 그녀들이 우리와 이런 저런 눈물과 웃음으로 나누며 세월을 보냈고 아이를 갖고 출산을 하였다.

▲ 임은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그런데 올해 초부터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취업을 하는 친구들이 한두 명씩 늘어나면서 4년 동안 안정적으로 운영되던 이주여성교실은 전환점을 맞게 되었다.
그동안 취업이나 가정적인 문제로 몇 명이 이주여성교실을 그만두기는 했지만 올해 들어 한꺼번에 너 댓 명이 못나오게 됐다.

센터 이주여성교실은 한두 달 힘없이 지내다 얼마 전 새로 만난 두 친구들, 아기 백일 지나서 다시 돌아온 친구, 친정나들이 갔다 돌아온 친구 등이 합류하면서 활기를 되찾기 시작했다.
마침 지역의 주민자치위원회에서 이주여성사업을 지원한다는 계획이 있어 무슨 일을 해야 할까 이리저리 기웃거리며 신바람이 난다.

농촌진흥청의 분석에 따르면 2009년 우리나라 도시지역 남성의 7.2%는 이주여성과 결혼했고 농어촌지역은 같은 해 12.9%의 남성이 이주여성과 혼인을 했다. 농어촌지역 남성 가운데 농림어업에 종사하는 사람은 35.2%에 달했다. 3명 가운데 1명이 넘는 농촌 총각이 국제결혼을 한 셈이다. 2020년에는 19세 미만 농가인구의 절반이 다문화 자녀로 구성될 것이라는 연구결과도 있다. 분명 국제화, 다문화 시대임에 틀림없다.

정부는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이주여성과 다문화가정의 안정적인 정착과 사회통합을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농식품부의 경우 2007년 농촌지역 이주여성들을 위한 방문도우미 사업을 시작했고 ‘3차 여성농업인 육성계획’에 이주여성농업인을 전문인력으로 육성하는 내용을 담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5년 동안 지역의 이주여성들과 접하면서 느끼고 있는 현실은 정부에서 선전하고 있는 내용과 너무 거리가 멀다.
2009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발간한 ‘농촌의 다문화가정 실태와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농촌 이주여성들은 국제결혼을 한 이유로 ‘경제적으로 발전한 한국에서 살기 위해서(32.3%)’, ‘본국 가족들에게 경제적 지원을 하기 위해서(21.5%)’ 등을 꼽았다. 설문조사 대상 이주여성의 절반이 넘는 53.8%가 경제적인 것을 국제결혼의 사유로 응답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농촌 다문화가정의 78.8%는 농지 소유면적이 2㏊ 이하이고 평균 농지 소유면적도 1.6㏊에 불과해 영농기반이 취약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모습들이 농사만으론 가정경제를 해결하지 못해 또 다른 일거리를 찾아야 하는 게 이주여성의 현실이고 우리 농업·농촌·농민의 현주소다.

이주여성에 대한 지원은 시혜적 정책이 아니다. 이주여성들은 개발가능한 우리농업과 농촌의 자원이고 성장 동력이다. 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의 생애주기가 고려된, 농촌현실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이를 개선하기위한 정책을 펴지 못하면서 성공적인 다문화농촌가정 정착을 기대하는 것은 아무런 노력 없이 장밋빛 희망을 꿈꾸는 헛된 바램일 뿐이다. 이제는 그녀들의 환한 웃음만을 보고 싶다.

  / 임은주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정책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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