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 숨통죄어오는 농기계 가격… 속수무책

농사규모에 따른 농기계

  • 입력 2011.05.02 09:16
  • 기자명 김규태. 원재정.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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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름값 무서워 농기계 한 대 더 산다

#대농의 경우

6만평의 논에 벼농사를 짓고 있는 전북 김제의 김 모 씨는 이 중 3만평을 친환경농사를 하고 있다. 어마어마한 규모의 농사를 효율적으로 하자면 농기계는 필수다.

김 씨가 보유한 농기계는 트랙터 3대, 콤바인 1대, 승용이앙기 2대 외에도 건조기3대, 지게차 등이다. 90마력짜리 트랙터는 3년 전에 샀는데 7천5백만원 가량이 들었다. 이 보다 용량이 작은 42마력짜리 트랙터는 10년도 더 됐을 뿐 아니라 중고를 구입해 가격이 큰 부담은 아니었다.

그러나 올해 62마력짜리 트랙터 1대를 더 구입했다는 그는 “1천 5백만원을 주고 중고로 하나 들였다”고 말했다. 이유는 부담스런 기름값 때문이었다.
“큰 기계는 꼭 필요할 때만 쓰고 중소형 기계를 더 구입해서 쓰는 게 그나마 부담을 줄이는 길”이라는 그는 “면세유가 부족해서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전혀 타산을 맞출 수 없다”고 말했다.

“업체의 담합, 정부가 개입해야”

강원도 철원의 김 모씨는 1만 5천평의 논농사가 주업이다. 그는 본인의 농사 외에도 농작업을 대신하는 위탁영농도 겸하고 있어 보유 농기계 수가 많다.
김 모씨는 트랙터만도 3대를 갖고 있다. 130마력짜리 트랙터는 ’09년 1억원을 상회하는 값으로 보조금 없이 자부담 5천만원과 융자금이 들었다. 이 외에 6조식 콤바인 1대와 8조식 이앙기 1대 등이 있다. 

“수입 트랙터들은 대형이다 싶으면 작업기까지 포함해 보통 1억원이 넘는다”고 말하는 김 씨는 “사실 터무니없는 금액”이라고 토로하면서 “업체간 담합이라고 밖에 해석이 안된다”고 말했다. 기종이 같고 급이 같은 기계가 업체별로 1, 2백만원 밖에 차이가 안 나는 것을 그 이유로 설명했다.
그래서 김 씨는 값비싼 농기계의 유통에 정부가 어느 정도 개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농기계 자체 가격도 비싸지만 부속품의 가격도 비싸다”고 하소연을 하는 그는 “예를 들어 자동차의 베어링은 3,4천원인데 비해 트랙터 베어링은 4, 5만원이다. 가격을 견제할 장치가 어디에도 없다”고 말했다.
다른 농민들의 농작업을 대신해 주는 이른바 위탁영농을 겸하고 있는 그는 “일반 농가에서 현 시가로 트랙터 같은 값비싼 농기계를 사는 것은 망하는 지름길”이라고 잘라 말했다. 농산물 값은 제자리인데 기름 값이 오르고 농자재 값이 오르는 마당에 일 년에 봄과 가을에 반짝 수요가 있는 농기계를 빚을 내서 살 필요가 없다는 것.

그러나 현실은 다르다. “경제성을 보면 농기계를 소유하고 있는 남에게 맡기는 게 좋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아무래도 남의 기계니까 내가 필요할 때 즉시 사용하지 못 한다는 불편함 때문에 빚을 내서 자기 기계를 구입하고 있다”고 그는 안타까워했다.

또 농민들이 값비싼 농기계를 사지 않고 빌려 쓸 수 있는 농업기술센터의 농기계임대사업이나 지역농협의 농기계은행에 대해서도 시도는 바람직하지만 현실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비싼 농기계를 필요할 때만 빌려 쓸 수 있는 임대사업은 취지는 매우 바람직하다. 그러나 임대사업을 하는 기관에서도 자금이 문제가 되니까 트렉터, 콤바인처럼 고장이 잦고 유지하는 데 비용이 많이 두는 농기계는 보유하지 못한다. 관리기 종류만 갖추기 때문에 효과면에서 미미하다”고 임대사업의 아쉬움을 표현했다.

“축산농가 보유기계 매머드급”

축산농가들이 보유한 농기계는 규모부터 매머드급이다.
트랙터도 최소한 2대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고 축산분뇨를 처리하는 ‘스키드로더’, 사료작물을 수확하는 ‘하베스터’, 사일리지를 만드는 원형베일러와 랩핑기, 레이키 이 3대가 한 조를 이루는 등 수도작과 밭작물에서 쓰는 농기계보다 더 많은 기계가 필요하다. 기계값도 1억을 훌쩍 뛰어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낙농업을 하는 경기도의 한 농민은 “대형트랙터는 농사와 조사료 작업을 할 때 쓰고, 그보다 작은 트랙터는 농장관리에 수시로 쓴다”면서 “보통 쓰던 농기계를 대리점에 중고로 내놓고 차액을 융자를 받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그는 “값비싼 농기계 일지라도 매년 구입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가격이 올라도 솔직히 피부로 못 느낀다”면서도 “대리점에서 농기계조합에서 나온 가격집을 들이밀면서 거래가격보다  깎아준다는 말에 솔깃해지기 쉽다”고 말했다.

대리점에서는 새 농기계와 쓰던 농기계를 맞바꾸어 중고값을 제하고 차액만큼을 지불하게 한다.
“내가 쓰던 농기계를 형편없이 매기면서 새 기계를 많이 깎아주거나 쓰던 농기계를 후하게 쳐주면서 새 기계는 찔끔 깎아주거나...농민 입장에서는 결과는 똑같다”고 허탈해 하는 그는 “농기계 값은 대리점마다 천차만별이라 농기계공업협동조합에서 내는 가격집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덧붙였다.

축산농가들은 조사료용 작업을 할 때는 주로 위탁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기계를 다 들일 수 없기 때문에 인근의 영농조합법인을 통한다. 법인을 구성하면 농기계를 구입할 때 보조를 받을 수 있다.
축산농가들도 기름값은 여전한 부담이다. 농기계 사느라 융자를 내고 면세유는 적어서 기계별로 명의를 다르게 해 면세유 배정을 받는 경우가 있어 지갑에 면세유 카드를 두장씩은 가지고 있었다. 그들은 “면세유는 왜 점점 줄어가는지 모르겠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원재정 기자〉

농기계 사지마라
본체 값 이외에도 각종 작업기, 부속값 등 고려해야

경기도 지역 모 농협 농기계수리센터에서 농기계 수리를 담당 하고 있는 김 모(49)씨는 요즘 눈 코 뜰 새 없이 바쁘다.
요즘 센터에 들어오는 농기계는 대부분이 트랙터다. 못자리와 함께 본격적인 논갈이가 시작 됐기 때문이다. 트랙터에는 대부분 쟁기가 장착 돼 있다.
농민들이 농기계를 센터로 끌고 올 때마다 그는 빨리 수리를 해야겠다는 생각 보다 농민들이 불쌍 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고 한다. 갈수록 가격이 올라 가는 농기계 본체 가격도 문제지만 부속 값이 너무 많이 올랐기 때문이다.

그에 의하면 농기계 소유 농민들은 대부분이 대농 이거나 농작업을 많이 하는 농민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이 불쌍한 이유는 해마다 부속 값이 인상 되는데다 시간이 갈수록 농기계가 점점 노후화 되어 점점 수리할 부분이 많아지기 때문이다. 간혹 농사도 적으면서 큰 기계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절로 한숨이 나온단다.

그는 최소 3만여 평은 되어야 기계를 살 것인지를 고민 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이하는 아예 생각도 하지 말아야 된단다. 각종 농작업에 들어 가는 기계 비용을 아깝게 생각 해서 기계를 산다거나 내 맘대로 일이 안 된다며 급한 마음에 농기계를 구입 해서는 절대로 안된다고 강변한다. 기계가 없는 대신 다른 일을 해서 기계 비용을 충당 하는게 현명 하다는 것이다. 또한 가끔 농기계 본체 값이 싼 경우가 있는데 여기에 솔깃 해서도 안된다고 충고한다. 간혹 같은 기종의 농기계를 싸게 파는 경우가 있는데 다 이유가 있단다. 본체는 싸게 구입 할지 모르지만 각종 부속 값이 비싼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라는 것.

이러한 현상은 특히 수입 기종의 경우 종종 발생 하는 일 이라고 귀뜸한다. 대부분의 부속이 호환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가격도 국산에 비해 5~6배 비싸다는게 그의 설명이다. 꼭 필요한 농민이 아니면 애써 농기계를 구입할 필요가 없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김규태 기자〉

농기계구입 경제적 부담커 그림의 떡

콤바인·이앙기, 사용빈도 낮아 ‘아까워’

# 중소농의 경우

농민들은 따르면 트랙터와 같이 이용 빈도가 높은 농기계는 구매를 한 뒤에도 많이 사용하기 때문에 아깝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앙기의 경우에는 봄에 모내기할 때, 콤바인은 가을에 벼 수확할 때만 사용하기 때문에 농민들도 ‘아깝다’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나마 밀 또는 보리, 벼 농사와 이모작을 할 경우에는 콤바인 사용빈도가 있어 아깝다는 생각을 덜 하지만, 이모작을 하는 경우가 많지 않는 상황이라는 것이 농민들의 설명이다.

경남 진주시 미천면에서 밀 농사 5천여 평과 벼농사를 짓는 김 모 씨는 “밀과 벼농사를 짓다보니 콤바인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구입하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본적으로 콤바인으로 수지타산이 맞으려면 13.3ha(4만평) 정도의 자기농사를 지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또 “이 지역에서는 그 정도 규모의 농사를 짓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보통 한 마을에 1~2대 있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전남 영광군에서 농사를 짓는 이 모 씨는 10년전 쯤 55마력 짜리 중고 트랙터를 구입했다. 논 1만6천평, 밭 6천평 규모의 농사를 짓는 이 씨도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트랙터를 처분하고 새 기계를 사고 싶지만 경제적 부담 때문에 사지 못하고 있다.
이 씨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트랙터로는 지금 농사짓는 규모를 감당하기 힘들다. 그래서 마을 주민들에게 부탁해서 논과 밭을 갈고 있다”며 “경제적 여유만 있으면 새 농기계를 사고 싶지만 농기계 값이 한 두푼도 아니어서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말했다.
전남 보성군에서 3만3천57m²(1만평)의 논, 1만6천528m²(5천여평)의 밭 농사를 짓는 권 모 씨는 48마력짜리 트랙터와 콤바인을 한 대씩 보유하고 있다. 90년대 초반에 두 기계를 구입한 권 씨는 신품종의 48마력짜리 트랙터를 당시 가격으로 2천3백만원에 구입했다.

그는 “다른 사람 일을 해주지 않고 내 일만 하기 때문에 크게 농기계에도 부담이 덜 되고 오래 사용할 수 있었다”며 “20년 가깝게 사용했으니 이제 바꿀 때도 됐지만 돈이 없어서 그렇게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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