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 끌고 도쿄 한복판에 나타난 농민들

일본 농민들 "인내심 바닥났다"
후쿠시마 피해지역 농민들 보상 요구 시위

  • 입력 2011.04.27 16:27
  • 기자명 김혜숙 사무국장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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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26 행동, 식량주권을 실현하려는 일본 농민들의 투쟁이 시작됐다.

200여명의 분노한 농민들이 소를 끌고 도쿄의 한복판에 나타났다. 이들은 지난 3월 11일 일본을 덮친 지진과 쓰나미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받은 후쿠시마 지역의 농민들로, 쓰나미로 파괴된 후쿠시마 원전에서 방출된 방사능 오염으로 인한 피해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인 것이다.

이 날의 집회를 주최한 일본가족농연합인 노민렌과 쇼켄렌(국민의 식량과 건강을 지키는 전국운동연락회식)은 4월 26일을 ‘공동 행동의 날’로 정하고, 도쿄전력과 농림부에 방사능 오염으로 인해 팔지 못하는 농산물에 대한 보상을 요구하는 시위를 계획한 것이다.

2~3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도쿄로 달려온 후쿠시마 농민들은 “오염된 땅에서 수확된 쌀이라 소비자들에게 판매도 못한다. 다른 채소 작물들도 출하를 못하고 있다. 이로 인해 농민들은 물리적 피해 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도 당하고 있다”며, “도쿄 전력은 농민들이 다시 농사지을 수 있을 때까지 생존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상을 할” 것을 요구했다. 

녹색의 스카프를 메고, 피켓을 든 농민들은 “핵 재앙은 인재다. 원자력 에너지를 즉각 중단하라”며 도쿄전력 본부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도쿄 전력은 후쿠시마 지역의 발전소를 운영하는 곳이다. 도쿄에서 북쪽으로 220 킬로미터 떨어져 있는 후쿠시마 다이치 공장에서 새어나온 방사능이 공장 주변의 우유와 물, 시금치와 같은 녹색채소에서도 발견되고 있다.

“집에 가만 앉아있을 수 없었다. 농민들의 좌절과 분노 그리고 미래에 대한 불안한 마음을 동경전력은 이해해야 한다. 내 인내심이 완전히 바닥이 났다. 방사능으로 인해 내 농장이 완전히 망가졌다.”며 72살의 카츠오 오카자키씨는 말했다. 오카자키씨는 복숭아와 사과를 재배하고 있다.

동경전력은 지난 화요일부터 방사능 방출로 인해 피신한 가구들의 은행 계좌에 가구당 1백만 엔(약 1300만원)의 보상비를 입금하기 시작했다고 반리 카이에다 통상장관은 말했다.  그러나 오카자키씨의 농장은 원자력 발전소로부터 60 킬로 떨어져 있기 때문에 보상금 지원 대상에서 제외되었다. 그러나 소비자들은 이 지역에서 생산되는 농산물을 장기적으로 꺼려할 수 있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도 보상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오카자키씨는 주장하고 있다.

방사능 사고로 이미 채소 재배 농가들은 상당한 금전적 피해를 입었기 때문이다. 농민들의 요구는 하나였다. 다시 농사짓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우리에게 소와 돼지, 닭을 돌려 달라!”는 농민들의 외침이 점심시간 그곳을 지나는 사람들의 귀가로 울려 퍼졌다. 이날 집회에는 일본의 식량주권 운동을 지지하는 소비자들도 참가하여 농민들의 목소리에 함께 했다.

글_ 김혜숙 사무국장(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사무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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