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들로부터 토지수탈을 적법화하라”

세계은행 연례회의, ‘책임 있는 농업투자 원칙’ 논의
농업·인권 국제단체, ‘토지 수탈 즉각적 중단’ 요구

  • 입력 2011.04.25 10:58
  • 기자명 김혜숙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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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기구와 정부 관계자, 그리고 투자자들이 지난 4월 18일~20일 워싱턴 DC에서 열린 ‘토지와 빈곤에 관한 세계은행 연례회의’에 참석해 ‘책임 있는 농업 투자의 원칙(RAI)’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에 대해 논의했다.

세계은행, 국제농업개발기금(IFAD), UN 무역개발회의(UNCTAD)와 식량무역기구(FAO)가 작성한 ‘RAI’는 대규모 농지를 취득할 때 투자자들이 준수해야 할 7가지 원칙들로 이루어져 있다.
2009년부터 주요하게 세계은행, IFAD, UNCTAD, FAO, 미국, 유럽, 일본, 스위스, G8과 G20이 추진하고 있는 RAI의 7가지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토지와 자원의 권리: 토지와 자연자원에 대한 기존의 권리를 인정하고 존중한다.
2. 식량안보: 투자는 식량안보를 위태롭게 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식량안보를 강화한다.
3. 투명성과 좋은 거버넌스, 환경 조성: 토지 접근성과 토지에 대한 투자의 과정은 투명하게 감독하며 책임을 보장한다.
4. 협의와 참여: 실질적으로 영향을 받는 사람들에 대해 협의하며, 협의에 따른 합의 내용은 기록하고 시행한다.
5. 경제적 생존력과 책임있는 농기업 투자: 모든 측면에서 프로젝트들은 생존력이 있으며 법을 존중하고 최고의 산업적 관행을 반영하여 지속적인 가치가 공유될 수 있도록 한다.
6. 사회적 지속가능성: 투자는 바람직한 사회적 영향력을 배분하며 취약성을 증가시키지 않는다.
7. 경제적 지속가능성: 환경적 영향을 평가하여, 지속가능한 재원 사용이 가능하도록 조치들을 취한다. 또한 부정적 영향은 최소하고 완화시킨다.

이 같은 원칙을 추진한 세계은행 연례회의에 앞서 ‘멕시코 농촌변화 연구센터’, ‘FIAN 인터내셔널’, ‘남반구 초점’, ‘지구의 벗 인터내셔널’, ‘농업개혁 국제캠페인’, ‘그레인’, ‘비아 캄페시나’, ‘토지연구액션네트워크’, ‘세계어민포럼’ 등 농업?인권 국제단체들은 성명서를 발표하고 토지 수탈에 대한 즉각적인 중단을 요구했다.

헨리사라기 비아캄페시나 사무총장은 “지금의 식량 위기는 먹을거리의 상품화로 인해 발생한 문제이다. RAI는 식민지 시대보다 심각한 토지 수탈을 적법하게 만들어 주고 있다. 규모에 상관없이 많은 토지들이 초국적 기업들에게 넘어갈 것이 뻔하다. 이 속에서 소농이나 지역 공동체는 설 자리가 없게 된다. 이는 곧 초국적 기업들에게 의존하는 삶의 방식으로 갈 수밖에 없음을 의미한다”며 세계은행의 행태를 비판했다.

국제농업 NGO인 그레인의 행크 호버린크는 “대규모 토지 취득은 수출 중심형, 기업적인 플랜테이션 농업을 위한 새로운 장을 열 목적으로 기획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투자자 ‘원칙’ 또는 행동 수칙을 통해서는 대규모 토지 획득을 규제할 방법이 없다. 이러한 토지 획득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사람들을 먹여 살릴 수 있는 농업이 아니다”라고 잘라 말했다.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에서 쏟아져 나오는 수치들이 먹을거리와 생존의 유일한 원천인 토지를 빼앗김으로써 전례 없이 해체되고 있는 지역 공동체의 실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몇 년 사이에 인도에서는 5천 만 명의 농가를 먹여 살릴 수 있는 5천 만 헥타르의 비옥한 농지가 농민들의 손에서 기업들의 소유로 넘어갔다. 투자 브로커들은 세계적으로 이미 25억 달러 규모의 거래가 이루어지고 있으며, 이 수치는 앞으로 세 배 가까이 오를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RAI는 이 같은 대규모 토지 거래의 실상을 가리는 명분을 제공한다.

남반구 초점의 샬말리 구탈(Shalmali Guttal)은 “RAI는 대단히 기만적인 게임이다. 기업과 정부가 이기고, 지역 공동체나 생태계, 미래의 세대는 지게 되어있다. 준수해야 할 가이드라인이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지라도, 농민들의 토지를 빼앗는 것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다”고 말했다.

FIAN 인터내셔널의 소피아 몬살브는 “농촌에 사는 사람들이 현재와 미래를 위해 사용할 광대한 땅을 처분하여 강제 이주시키고, 자연 환경을 파괴하는 토지 사용과 농업을 도입하고, 정보를 부정하며,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피해 받는 사람들이 정치적 결정에 의미 있는 참여가 배제되는, 이 모든 것이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이다.”고 말했다.

사회정의와 인권 네트워크의 마리아 루이사 멘돈샤는 “토지 수탈의 여파가 브라질에도 미치고 있다. 소농들과 원주민들이 식량 생산을 하는데, 농기업들과 광산, 목재 기업들에 의해 아마존과 세라도 지역이 심각한 피해를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아캄페시나의 회원 단체인 말리 소농단체연합의 이브라힘 쿨리발리(Ibrahim Coulibaly )는 “토지 수탈은 가난한 사람들에게 남아있는 유일한 자원을 빼앗아 충분히 부유한 사람들에게 주는 국가의 약탈행위이다.
세계은행이 추진하는 책임 있는 농업투자에 반대하는 이들 단체들은 소농들이 농생태적 방법으로 자신들의 땅에서 먹을거리 생산을 하도록 지원하는 본래의 농업개혁과 농업 투자의 실시를 요구하고 있다.
 〈글 _ 김혜숙 비아캄페시나 동남동아시아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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