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가·수의매매 발전을 위한 과제

  • 입력 2011.04.11 08:24
  • 기자명 국승용 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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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사람들은 농산물의 거래방식은 경매가 일반적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나, 세계적으로 농산물을 경매하는 경우는 흔하지 않다.

소비지 도매시장에서 경매가 이루어지는 경우는 한국·일본·타이완의 도매시장, 네덜란드의 알스미어 화훼시장 정도에 불과하고 대부분의 농산물 거래는 출하자와 구매자가 상호 합의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거래 시기, 단가, 물량 등을 상호 합의하여 정하는 거래 방식을 수의(隨意) 매매라고 한다. 도매시장법인이 사전에 중도매인의 구매 요청을 받아 적절한 산지를 탐색하여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정가·수의매매의 모습이며, 일본에서는 이를 상대(相對) 매매라고 부른다.

과거 일본은 우도매시장의 거래 원칙을 경매로 한정했으나, 1999년 법을 개정하여 경매와 상대매매 모두를 도매시장 거래원칙으로 지정하였다. 현재 일본 도매시장의 경매는 명맥만 유지하고 있을 뿐 상대매매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 국승용 부연구위원

 

일본에서 가장 큰 규모의 도쿄 오타 도매시장의 경우 경매의 비중은 10% 남짓에 불과하다. 이제는 도매시장의 경매의 원조인 일본조차도 더 이상 농산물 거래를 경매에 의존하고 있지 않다.

경매는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거래방식이다. 경매의 장점은 가격이 높던 낮던 경매에서 결정된 가격에 대다수의 거래 참가자가 납득한다는 것이다. 반면, 경매의 문제점은 가격에 대해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고, 모든 위험을 출하자가 부담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가격이 높게 형성되면 출하자에게 이득이 되지만, 가격이 폭락하는 경우에는 그 모든 손해를 출하자가 감당해야 한다.

경매의 문제는 소비지에서도 나타난다.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 기업형 급식업체 등 대량 농산물을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기업형 구매자의 비중이 최근 급속하게 확대되었다. 이들 기업은 안정적인 가격에 안정적인 물량을 확보하려 하지만, 경매는 이 같은 요구를 충족시켜 주지 못한다.

도매시장은 출하자 보호를 위해 정부가 추진한 핵심정책이지만, 구시대적 경매 원칙으로는 더 이상 도매시장의 활성화를 기대하기 어렵다.

농안법을 개정하여 정가·수의매매를 도매시장의 거래 원칙으로 지정하는 논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늦은 감이 있지만 더 늦지 않은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제도만 변경한다고 저절로 정가·수의매매가 확대되지는 않을 것이다. 2006년 농안법을 개정하여 정가·수의매매 요건을 대폭 확대했음에도 그 비중은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정가·수의매매 확대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도매시장법인과 농협공판장의 혁신이 요구된다. 가만히 앉아서 경매를 주관하고 안정적으로 수수료를 취하는 영업 관행을 혁신해야 한다.

중도매인은 소매나 소규모 거래처를 대상으로 하는 수동적인 마케팅활동을 혁신하여 대규모 거래처를 확보하고 규모화를 추진해야 한다. 출하자는 개별적인 소량 출하를 지양하고, 조직화를 통해 공동선별·공동출하하는 체계를 갖추어야 한다. 정부는 농안법 개정은 물론 정가·수의매매가 정착될 수 있도록 지속적인 정책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

국승용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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