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타고 다녀온 신나는 나들이

  • 입력 2011.04.04 18:20
  • 기자명 임은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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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 임은주 전여농 정책위원장

어제는 아침부터 마음이 바빴다. 평소도 집을 나설 때마다 미처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삐죽빼죽 튀어나와 급히 이일 저일 해치우다 차 시동 걸 때는 지각을 할 까봐 늘 조마조마한 마음이었는데 어제 아침은 여러 가지 겹친 일과 상주나들이로 더욱 바쁜 마음이었다.

여주에는 며칠 전 내린 눈이 담벼락 밑에 아직도 남아 있는데 길을 따라 내려가다 보니 연둣빛 나무줄기와 노란 빛 꽃들로 완연한 봄이어서 봄 소풍 떠나는 들뜬 마음이 들어 함께 모시고 간 여주여성농민회 회장님과 새들처럼 재잘거렸다.

▲ 임 은 주 전여농 정책위원장
상주의 봉강마을에서는 전국 9개 지역 언니네 텃밭 꾸러미 생산자 80여분이 모여 “얼굴 있는 생산자와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가 함께 만드는 언니네 텃밭 2011년 꾸러미 공동체 연수”를 진행하였다.

농업과 농촌이 점점 무너지고 여성농민들의 역할은 높아만 가고 있으나 그에 맞는 생산자로서의 지위는 자취를 감추고 있는 상황에서 꾸러미를 매개로하는 여성농민 생산자와 소비자의 만남은 2009년 시작되었다.
2009년 4월 21일 강원도 횡성의 꾸러미 생산자 공동체가 만들어지고 2011년 3월 전북 고창의 하늘땅공동체가 만들어져 9개의 생산자공동체가 만들어지기까지 2년이 걸린 셈이다.

전국의 생산자들이 봉강공동체에서 준비한 아주 맛있는 점심을 먹고 친환경농업학교로 이동했다.
1시간이 넘게 걸린 9개 공동체의 자기 소개시간. 꾸러미 사업의 시작인 횡성공동체에서부터 막내인 고창의 하늘땅 공동체까지의 소개까지. 앳된 얼굴의 이주여성들도 있고 지팡이를 잡고 앞에 서신분도 계시고 시어머니 며느리가 함께 나오신 경우도 있다. 모습의 차이는 있었지만 모두들 말씀도 잘 하고 노래도 잘 부르고 춤도 잘 추셨다.

이 시간은 각자의 마을에서 꾸러미를 챙기시던 분들이 전국에 많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꾸러미 싸는 일이 여성농민의 생산자로서의 내용을 사회적으로 알려나가고 식량주권을 위한 사업이며 지속가능한 생태농업을 실천하는 일이라는 사실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분위기가 고조되었다.

곧 이어 몇 십 년 동안 친환경농사를 지어오시고 친환경농업의 보급을 위해 애쓰신, 상주 봉강마을 공동체 황재순 대표님의 남편이신 오덕훈 선생님을 모시고 꾸러미가 지향해야 하는 친환경유기농업의 필요성을 주제로 한 강의를 들었다.

선생님은 평소 황재순 대표님에게 여성농민회활동을 하지 말라 하다 꾸러미사업을 한다하기에 별 반대를 안 하고 있었는데 하다 보니 여성농민회나 꾸러미 공동체가 별반 차이가 없다는 말로 강의의 포문을 열었고, 채소들에게 막걸리 먹던 것을 타 주면 왜 좋은지에 대한 질문의 답변으로 강의를 마쳤다.

이후 감동적인 영상과  전여농 텃밭사업 김정열단장님의 2011년 꾸러미 공동체 주요 사업 발제, 생산자 실천과제 결의를 통해 이후 꾸러미 공동체의 나아갈 바를 같이하면서 여성농민들의 생산자 공동체임을 분명히 하며, 그 의미에 맞는 생산자의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활동을 위해 노력하고 꾸러미 공동체를 더 확대해 나간다는 계획을 밝혔고, 이를 위해 계속적으로 농업을 알기 위해 공부 하고 전통 환경농업을 복원하며, 계절별로 소비자를 초청하여 교류한다는 실천과제를 정리하였다.

마지막으로 진행된 공동체 놀이는 횡성댁으로 유명한 김지희 회원의 진행으로 대동놀이와 어우러짐 마당이 되었고, 여성농민들의 기를 마음껏 발산하는 자리가 되었다. 어디서나 열심히 일하고 신나게 놀 수 있는 열정을 가진 우리 여성농민들이 하나 되는 자리로 여성농민의 감추어졌던 끼가 감동으로 다가왔다.

옹기종기 모여 학교 안의 노란 산수유도 보고 분홍 진달래도 보며 감탄하는 여성농민들. 노란 산수유보다, 분홍 진달래보다 더 아름다운 모습이 바로 언니네텃밭 공동체 생산자들이었다.
전국에서 온 꾸러미공동체의 얼굴 있는 생산자들. 그리고 그 마음을 알아주는 소비자들의 아름다운 만남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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