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업화와 기업화, 무엇이 대안인가?

  • 입력 2011.03.28 13:42
  • 기자명 송원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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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원 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

2008년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파동과 중국산 유제품 멜라민 파동, 2010년의 배추값 폭등을 비롯한 채소값 대란 등 이명박 정부가 들어선 이후에 잘못된 먹거리 정책과 농정의 실패로 인해 농민과 국민의 시름은 쌓여만 가고 있다. 농업이 위기에 처하고 “안전한 먹거리의 안정적 공급”이 보장되지 않는 한국의 문제는 이상기후가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결될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이다. 정부의 신자유주의 개방농정으로 인해 한국의 농업과 먹거리체계는 자본과 거대한 초국적 농식품기업이 지배하고 있는 세계먹거리체계에 깊숙이 편입되었다. ‘값싼 수입농산물의 시대’가 지나가고 ‘식량위기’의 시대가 찾아온 지금, 자급률 25%의 한국농업이 어떻게 자급률을 높일 것인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송 원 규 농업농민정책연구소 녀름 상임연구원

그 중에서도 농업의 주체, 생산자를 어떻게 조직화할 것인지는 중장기적인 대책수립이 필요한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이와 관련해 이명박 정부는 정권 초기부터 ‘농어업선진화방안’을 통해 기업화와 기업농 육성을 줄기차게 추진하고 있는 반면, 세계먹거리체계에 대한 대안으로 ‘지속가능한 대안농업’을 모색하고 있는 농민단체와 시민사회진영은 현장에서부터 다양한 협업화 실천을 통해 중소농의 조직화를 추진하고 있다. 식량위기의 시대에, 생산자 조직화의 올바른 방안은 무엇인지 기업화와 협업화 논쟁에 대한 역사적인 검토와 현실의 비교를 통해 생각해본다.

협업화 vs 기업화, 역사 속의 과정

정부 차원에서 농업구조문제에 대한 정책적 관심을 가지고 기업화와 협업문제를 최초로 논의한 것은 1962년 농림장관의 자문기관인 ‘농업구조개선심의위원회’였다. 당시 정부 안에서 ‘기업농’과 ‘협업농’이라는 대립적인 방향이 함께 논의된 것은 우리나라 인구의 절반 이상이 농민인 상황에서 농민을 위한 농정을 외면할 수 없었던 상황이 반영된 것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별다른 입장을 취하지 않고, 기업이 농업에 진입하기 위한 전제조건이었던 농지소유 문제를 해결할 농지법 제정이 이루어지지 않아 기업화 정책은 진전이 없었다.

1990년대 이후로 정부는 ‘국제경쟁력 강화’라는 목표를 서둘러 달성하기 위해, 비효율적이라 지칭되는 중소 가족농 중심의 국내농업을 과감히 도태시켜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규모의 경제’를 강제로 실현시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한 핵심정책이 농업구조조정을 통한 ‘전업농’ 및 ‘기업농’ 육성정책이며, 이는 이명박 정부의 ‘농어업선진화방안’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정책과는 별개로 민간에서는 1960년대 초에 생산협동조합의 운동이 광범하게 진행되면서 현장에서부터 협업화 논의와 실천을 해왔다. 협업화는 자본주의라는 체제를 인정하면서도 그 속에서 농민문제의 해결을 꾀할 수 있는 방안으로 인식되었다. 1990년대에는 정부의 농업구조조정 정책이 강화되면서 일본의 지역농업조직화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하자는 ‘지역농업조직화론’이 제기되어 한국농업의 구조개편 방향을 지역의 중소농민들의 협업을 통한 농업생산 조직화로 제기하였다.

협업화를 통한 지속가능한 대안농업의 주체 육성

지금 한국농업은 경쟁력 논리에 기초한 정부의 농업구조정책의 실패라는 국내상황과 구조적인 식량수급불안, 식량위기의 시대를 맞이한 국제상황이라는 이중의 위기에 둘러싸여 있다. 우선, 정부의 규모화된 전업농, 기업농 육성정책은 농가 평균 경지면적이 매우 더디게 증가하고, 평균 경지면적 1.45ha의 이하에 해당하는 농가의 비율이 오히려 증가하는 등 실패로 귀결되었다. 중소농이 근간을 이루고 있는 한국농업의 현실을 무시했던 정책이 실패한 것이다. 또한, 수입먹거리로 인한 잦은 식품사고와 식량위기 시대에 25%의 자급률이라는 농업과 먹거리 위기도 더 이상 미뤄둘 수 없는 문제가 되었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속가능한 대안농업의 실현의 주체인 생산자를 조직화하는 것은 가장 중요한 정책과제 중의 하나이다. 세계적으로도 자본과 초국적 농식품기업들이 지배하는 세계먹거리체계를 극복하는 데에서, 소농들의 역할과 협업화에 주목하는 연구들이 활성화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지역먹거리체계의 구축, 자원순환형 지역농업의 구축 등 대안농업, 대안먹거리 운동 속에서 나타나는 자주적 생산자조직운동, 협업사례를 주목하면서 다양한 사례연구를 바탕으로 모범을 확산하고 일반화할 수 있는 정책개발, 법ㆍ제도적 토대마련이 절실하다.

협업화는 소수의 사람에게만 농지이용을 위임하고, 나머지 사람들은 농업을 그만두고 도시로 나가는 방식이 아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지속적인 현역으로 의욕을 갖고 종사할 수 있도록 보장하는 영농방식이다. 때문에 개별영농에서 대규모 전업경영을 지향하는 것보다도, 협업영농은 가장 유리한 목표실현을 위한 수단이자 올바른 생산자 조직화의 방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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