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전통 작목반 조직, 영농회로 뜯어고쳤다”

인터뷰- 강원 춘천농협 강민구 조합장

  • 입력 2011.03.14 11:44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서울과 춘천을 잇는 전철이 개통되면서 강원도 춘천 방문길이 한층 가까워지고 농업환경도 발빠른 변화를 맞고 있다. 춘천농협 강민구(58) 조합장은 지난 1년여간 작목반을 영농회 체제로 통합하고 개편하는 데 힘을 쏟았다.

강 조합장은 “40년 전 작목반 조직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문제”라며 “품목별 전문성을 살리는 영농회 체제로 개편해야 농사도 살고 농민도 사는 길”이라고 확신했다. 대의원도 영농회 단위로 다시 조직된다. 우려와 반발 속에 ‘영농회’로 조직개편을 마치고 7일부터 영농회별 총회가 시작됐다. 강 조합장과의 인터뷰는 영농회 총회로 빡빡한 일정을 보내고 있는 9일 조합장 사무실에서 있었다.  〈원재정 기자〉


-전화 통화도 어려울 만큼 바쁘시던데.
영농회 체제가 올해 첫 시행되는 터라 신경 쓸 일이 많다. 이번 주 내내 오전, 오후로 나누어 각 영농회 총회를 열고 있어 정신이 없다.

▲ 강 민 구 강원 춘천농협 조합장
-춘천의 주요 농사는?
서울 근교에 위치해 시설원예 농사가 주를 이루고 있다. 토마토와 그 후작으로 오이를 심는 체계이고 호박과 수도작 등의 순서로 농사짓는다. 특히 토마토가 집중 재배되고 있는데, 작년 계통출하 금액만 200억 정도에 이른다.

-올해부터 농업조직을 영농회로 통합했다는데.
기존 우리 농협에는 작목반과 영농회가 혼재돼 있었다. 이는 대부분의 지역농협의 모습이다. 작목반이란 마을단위 조직으로 그 안에 다양한 품목이 섞여있다. 마을단위의 친목은 강화할 수 있겠지만, 품목별 전문화를 위한 조직으로 역할을 할 수 없다. 효율적이고 전문성을 키울 수 있는 방법이 품목별 영농회를 정착시키는 것이라 생각했다.

현재 토마토영농회를 비롯해 호박영농회, 특작영농회 2개, 수도작 10개, 겸업 10개로 통합작업을 했다.
영농회 체제로 통합하고 첫 총회가 이번 주부터 시작돼 정신없이 바쁘게 보내고 있다.

-기존의 작목반 구성원들이 반발도 심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변화에 대한 반대 여론도 있었다. 생활권 중심의 작목반도 그 역할이 있겠지만, 40년을 이어온 조직이 창피하다고 느끼는 사람이 더 많다는 것을 지역설명회 등을 통해 확신하게 됐다.

불필요한 조직의 구태를 벗어나려는 노력은 지역 행정기관의 15년 전 통폐합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다. 품목별로 현안을 고민하고 농협과 협력하면서 자구노력을 찾아야 하는 게 농협과 조합원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의존하는 의식을 벗어야 한다는 의미도 갖고 있다.

최소한 조합원의 마트 이용률이 6%에 머무는 수준은 벗어나야 하지 않는가? 조합원으로서 참여의식을 높이는 일을 위해서도 영농회 중심의 조직개편이 필요했다.
그러나 솔직히 영농회로 통일하는 일이 수월하지는 않았다. 다음 선거를 위한 조직화 작업 아니냐, 동네를 왜 깨려하느냐… 다양한 비난의 말도 들었다.

하지만 품목별로 전문화 해서 사업을 해야 효율성도 높다. 토마토 한 품목만 봐도 이전에 14개의 작목반이 있었다. 이것을 1개 영농회로 묶어 전문농업체제로 가겠다는 구상이다.

-영농회별로 대의원도 다시 뽑는지.
그렇다. 마을별 대표성을 띠는 현재의 대의원체제에서는 농협에 적극 참여하는 대의원을 양산하기 어렵다. 마을별로 대의원을 뽑다보면 안면 있는 사람들끼리 돌아가며 하는 것이 뿌리깊은 관례아닌가? 이제는 영농회별 단위에서 대의원을 뽑는다. 품목에 대한 전문성을 가지고 농협사업에 관여할 수 있는 체질개선을 할 생각이다.

또 어떤 경우라도 수당이 나가는 각종 감투는 겸직을 금지토록 했다. 몇 개의 감투를 중복해서 갖는 것은 공정치 않다.

-앞으로 영농회 운영 계획에 대해 한 말씀.
주요 품목에 대한 집중지원과 함께 소규모 농사에 대한 지원도 고민하고 있다. 예를들어 고추, 콩 등 소량 농산물에 대해 건조시설이나 탈곡이 수월하도록 시설을 갖춰나갈 예정이다. 올해 콩농사가 잘 되면 모두 수매해 콩전문 농협에 판매를 할 수도 있다. 농협 사업에 소외됐던 사람들에게도 혜택이 골고루 돌아가게 해서 참여의식을 높이는 방안을 고민하겠다.

또 토마토 APC를 하나 더 운영해 프리미엄급 토마토 생산기반을 만들 계획도 있다.
춘천시에도 다양한 정책사업을 요청중이다. 

-농사경력은?
원래는 대학에서 축산을 전공했다. 착실히 학교생활 하고, 조교생활도 하다가 고향에서 농사를 짓기로 마음먹었다. 부모때부터 토마토 농사를 지었고, 이어받아 농사지었다. 2006년에 조합장에 당선돼 재임중이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농협간의 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전국 농협들이 주요 품목에 대한 생산과 출하에 대해 교류하면 시장에서의 가격도 주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춘천 소양강 토마토 출하가 마무리 될 즈음 부여 토마토가 출하되는데 두 지역이 파종부터 생산까지 정보를 교환해 출하시기를 조절해 나간다며 거래가격도 일정하게 맞출 수 있다.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