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안, 그들은 뭐가 잘못됐는지도 모른다”

긴급 인터뷰 - 이 광 석 전국농민회총연맹 의장

  • 입력 2011.03.14 11:2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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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 문제만 해결 돼도 농업문제 반은 해결 된다”는 말이 회자되듯 농업현장에서 대한민국의 협동조합은 농민 약자들을 위해 존재하지 않았다. 농협을 농민한테 되돌려야 한다는 현장의 목소리가 농협개혁 바람을 불게 했고 농민운동의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그러나 17년간 싸워온 농협개혁 운동이 농민들 바람과는 전혀 엉뚱한 결과로 일단락 됐다. 11일 국회 본회의에서 지주회사 중심의 농협 구조개편을 골자로 하는 농협법 개정안이 통과됐기 때문이다. 그동안 농협법 개정안에 농민단체안이 반영되도록 대국회 투쟁의 고삐를 죄어온 전국농민회총연맹 이광석 의장과 긴급 인터뷰를 통해 농협법 개악을 바라보는 농민들의 심정과 향후 계획을 들었다.


-농협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토막난 쌀값에다 구제역 신음소리가 가시기도 전에 농민들에게 비수를 꼽는 행위가 벌어졌다. 지금까지 고생들 많이 했는데 농협법이 결국 농민들의 뜻과는 반대로 일단락됐다. 그간 농민단체 단일안을 만들고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에 우리 뜻을 전달하고, 공동대책위를 꾸리는 등 숨가쁘게 움직였는데… 착잡하고 퍽퍽하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이광석 의장
-농민단체 단일안이 왜 반영되지 않았나.
애초에 한나라당은 농림수산식품부와 농협중앙회가 내놓은 개정안을 들이밀었다. 그래서 농협을 종합지주회사로 만들어 경쟁력 있는 신용사업을 일궈내야 한다는 구상만을 하고 있었다. 국회의원들 사이에서는 상임위 때도 농민들 저항이 저렇게 거센데 시간을 끌다가는 이번 임시국회 처리도 어렵다는 기류가 흘렀다고 들었다.
때문에 긴박하게 농협법 개정안을 밀어붙였고, 농민단체 단일안은 안중에도 없었던 셈이다. 그런데 농민단체 단일안을 만들어 달라고 제안했던 민주당마저 정부안을 중심으로 농협법 개정안을 추진한 데에는 모종의 협상이 있었을 것으로 유추된다.

 -지난 2일 최인기 위원장이 이번 임시국회에서 농협법 개정안을 처리하지 않을 거라고 확답을 했다는데.
농협법이 상임위를 통과한 직후 민주당을 항의 방문한 자리에서 민주당 부총장이 “이번엔 14개 민생법안만 다루고 이 외에는 의결하지 않을 거다, 공당 사무총장인데 분명히 약속한다”는 말과 함께 신·경분리 문제를 향후 토론해서 합의점을 찾자는 우리측 요구도 들어주기로 했다. 또 민주당 항의방문 이후 최인기 위원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와 경제활성화 방안을 확고하게 만들지 않으면 농협법 통과 안할테니 염려하지 말라는 의사까지 밝힌 바 있다.

-최인기 위원장이 왜 약속을 뒤집었다고 생각하나.
개정안이 상임위에서 통과된 직후 또다시 국회에 들어갔고, 최 위원장은 매우 곤혹스러워했다. 납득할 수 있게 설명해 달라는 우리측의 강한 주장에 경협사업 활성화를 명문화 하는 데 정부와 합의했기에 어쩔 수 없었다는 입장이었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는 환영 성명을 냈다.
농민단체간 더욱 강건한 연대를 이루지 못한 반성부터 해야 할 문제다. 수년 전 쌀투쟁 과정에서 농민단체가 합의하지 못하고 분열되던 양상이 또 그려져 안타깝다.

-농협법 개정안의 핵심적인 문제점은 무엇인가.
국회의원들이 농민들한테 의견을 물어 농협법 개정안을 추진했다고 하는데, 그들이 말하는 농민은 조합장이고 그들 뜻에 부합하는 농민단체를 칭한다. 농협법이 개정돼 조합장 동시선거가 실시되면 대부분의 조합장들은 임기가 2015년까지 연장된다. 조합장들이 힘을 몰아줬다. 경기북부 축협조합장들이 농협법 개정 로비를 위해 후원금을 건네준 사건이 최근 밝혀졌는데 이같은 사건이 결정적 증거다.
가장 문제는 국회의원들이 농협법을 잘 모른다는 사실이다. 지난 8일 민주당 박지원 대표가 연락해 만난 자리에서도 확인했는데, 박 대표가 농협법을 잘 모른다고 솔직히 밝혔다. 법제위 소속 의원의 실상이다. 지금 국회의원들은 뭘 잘못했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전농은 향후 어떻게 대응해 나갈 것인가.
지난 8일 민주당 박지원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한나라당과 야합해 농협법을 통과시킨다면 농민에 대한 배신으로 간주해 향후 심판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결국 민주당은 농민의 민심을 져버렸다. 농협법 개정이 아닌 개악에 대한 전국 농민들의 울분을 향후 전개되는 총선 등을 통해 심판해 나갈 예정이다. 농민들은 아직 죽지 않았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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