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국화농사 포기하고 싶어”

기름 값·로열티·정부규제…3중고의 악순환

  • 입력 2011.03.14 09:55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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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서 1천평 규모의 국화 농사를 짓는 A 씨. 매년 급등하는 기름 값, 로열티 비용, 화환 사용 억제 정책을 펴는 정부의 규제 등 3중고에 시달리며 “차라리 이럴 땐 농사를 포기하고 싶다”고 호소하고 있다.

49살, 올해로 30년째 국화(소국, 포드) 농사를 짓는 A 씨는 처음 농사를 시작할 때 국화로 시작했다. 당시 국화농사를 지을 때 인근 지역에 꽃 농사를 짓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보다 지금의 국화 농사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호소했다.

국화 모 1개에 400원의 로열티를 업체에 지급해야 하며, 1년에 이렇게 나가는 돈이 450만원 수준. 게다가 품종선택을 잘못해서 그해 시장성이 없어 판매가 되지 않으면 고스란히 농가가 손해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성도 매우 높다는 불안감이 늘 존재한다.

A 씨는 국화 로열티 문제에 대해 “로열티 등록이 된 품종을 구입해서 심게 되면 추적이 되어 업체에서 수시로 찾아온다. 만약 등록 되어있지 않는 품종이 심어져 있으면, 모조리 뽑아버린다”라고 말했다.

높은 로열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농촌진흥청에서 국산 품종을 개발하기도 했지만 한계도 존재한다. 개화온도를 일정 수준으로 항상 유지해야 하기 때문. 온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결국 기름을 그만큼 써야 하는데 이를 감당하지 못해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A 씨는 “국산 품종은 자가 채종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국산품종을 많이 심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외국 수입품종과 같은 값으로 올랐다”라며 국산 품종의 독점권에 대해 지적했다.

A 씨가 전하는 독점현상은 이렇다. 3~4개의 대형 업체들이 국산품종만 전문적으로 심어서 판매한다는 것. 이로 인해 점점 시장을 넓혀가며 가격을 인상시키고 있다는 주장이다.

게다가 10월부터 출하까지 사용하는 기름 값도 큰 하중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기름 값만 해도 3천만원 정도. 연료비가 예전보다 30% 더 들어간다고 어려움을 호소한 A 씨는 “예전처럼 꽃 가격이 좋지 않다. 겨울에 기름 값, 로열티 값 주고나면 남는 것이 없다. 이럴 땐 농사를 짓지 않는게 차라리 낫다.”고 말했다.

이는 지난겨울 한파와도 연관이 된다. 지난해 겨울 한파와 폭설로 인해 올해 출하 시기는 예상보다 한 달이 늦어지고 있다는 것이 A 씨의 설명. 그는 “한겨울에도 분화온도를 20℃ 이상 유지해야 한다. 그런데 그 온도 유지하려면, 어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갈수록 어려워지는 농업여건, 화훼라고 벗어날 수 없는 것일까. 화훼도 과채류처럼 시장가격이 조금만 오르면 수입을 해오기 때문이다. A 씨는 가격이 너무 낮아서 문제가 되고 있다고도 호소했다.

그는 “요즘 대국시세가 좋지 못하다. 값이 좋으면 수입이 들어오기 때문”이라며 “가격이 높아 수입되어 들어오는 꽃 들은 공판장이나 유사도매시장으로 반입되지 못하고 인근 직매장 등에서 판매가 되고 있어 시장 가격이 동반 하락하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A 씨가 예상하는 올해 소득은 6천만원 수준. 전체 3만단을 수확하고 1단 평균 2천원만 받는 다고 예상해서다.
이렇게 하면 인건비 밖에 남지 않는다는 것이 A 씨의 설명이다. “겨울 꽃 가격이 1단에 3천원 정도만 해도 꽃 농사 지어먹고 살겠다”라며 “그나마 꽃은 행사가 있어야 소비가 되는 것이어서 답답하다”고 털어놨다.

농촌진흥청 관계자는 “농진청에서 보급하는 품종 가운데 가장 잘 나가는 백마는 5개 회사에 공급하고 있으며 2006년부터 현재까지 50원에 판매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농진청이 개발한 국내 국화 품종은 백마, 핑크프라이드, 시크릿 핑크 등 총 65개로 1주에 평균 1원40전에 판매되고 있으며 이는 전액 국고로 환수되고 있다. 또 농진청이 개발한 품종이라고 하더라도 자가채종을 하면 종자보호법에 의해 처벌받게 된다고 농진청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농수산물유통공사 화훼공판장에서 거래된 11일 현재 국화시세는 포드 품종 1단 기준 3천5백92원에 거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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