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머리 농정 말고 현장 농정이 필요하다

인터뷰- 전남 진도농협 조권준 조합장

  • 입력 2011.02.21 11:27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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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군농민회장을 역임했던 한 조권준 조합장은 농민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농협 구현이 목표이자 공약이었다. 짧은 조합장 선거 기간에 온 힘을 쏟아 도와준 농민회원들만 생각하면 미안할 뿐이라는 그는 “더 잘해야 되는데 맘대로 안된다”며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했다. 대파농사, 겨울배추 농사를 짓는 농민이자 조합장인 그가 올해로 10년째 조합을 이끌면서 느끼는 농촌과 농협의 현실을 들어 본다.  〈원재정 기자〉


-농민회는 어떤 계기로 활동하셨습니까?
고등학교 시절 4-H활동을 했다. 그러다 전국농업기술자회에 참여하면서 농사를 지었는데, 친구의 권유로 농민회에 가입하게 됐다. 지금은 일반 회원으로 남아있고 활동도 거의 못하고 있지만 군농민회장을 맡았었다. 농민회 활동에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하는데 미안한 마음이 앞선다.

-조합장 출마 계기, 주요 공약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사실 조합장 선거에 나서야겠다는 생각도 없었던 사람인데 올해로 진도농협 조합장 10년째이고 3선이다. 첫 출마 때는 선거운동을 25일 밖에 못했다. 짧은 기간이었지만 농민회원들이 발벗고 나서서 도와준 덕분에 당선이 됐다. 회원들이 내게 큰 버팀목이었다.

조합장 선거운동을 하면서 목표이자 공약은 민주화가 되는 농협, 농민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농협 구현이었다. 필요한 정책적 고민들은 농민회원들과 같이 만들었다.

개인적 욕심으로 조합장에 나선 것이 아니니 농협의 경제사업에 대해서도 더 치열하게 고민해야 하지만, 마음대로 안됐다. 노력도, 성과도 부족할 뿐이다.
멋모르고 시작한 초기 조합장 시절 보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어려워지고,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점점 없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내년 2월 또다시 조합장 선거가 있는데 고민 중이다.

-외부에서 보는 농협문제와 조합장이 된 지금의 농협문제는 다른 점이 있나요?
농협은 모든 구조가 수평적이어야 조합원이 주인이 되는 농협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경영체적인 부분은 현실이 너무 가혹했다. 위태로운 경영 상태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경영의 안정화 없이는 대안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농협개혁에 대한 평소의 생각도 말씀해 주세요.
농협개혁은 필연적이다. 그러나 힘에 의한 개혁은 안된다. 농협개혁은 농협의 정체성과 농민을 위한 농협으로 거듭나야 하기 때문에, 농협임직원, 조합원 모두 우리라는 개념의 관계정립이 중요하다.
또 농협개혁안이 경제사업과 신용사업을 분리하고 농협중앙회가 지금보다 슬림해져야 한다는 중심을 명확히 해서 추진돼야 한다.

-진도농협의 대파관련 사업이 시장에서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대파는 생육기간이 길어 1년이 필요하고, 저장을 할 수 없는 채소라는 특징이 있다. 진도지역은 한 겨울에도 영상의 기온이 유지되는 곳으로 대파 특산지로 발전했지만 온난화 현상으로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이다.

그런데 농촌에는 노인인구가 70%로 일할 사람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래서 자동화 시설에 대해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최근 시골농협 입장에서는 큰 비용을 들여 기계화 시설을 들였다. 쉬운 일은 아니었다. 농민은 어려운데 그렇게 많은 돈을 투자한 결과에 대해 조합원들이 엄청나게 민감해 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손보다는 기계로 다듬고 포장하면서 시장에서 평가도 좋게 나오고 있다. 앞으로 농산물의 시장가치를 높일 수 있는 사업에도 과감하게 투자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씀 있으시다면.
지금까지 가장 어려웠던 부분이 경영안정이었다. 조합원들한테 죄송하지만 경영안정이 우선이고 경제사업이 그 이후라고 말했다. 올해부터는 경제사업에 집중할 기반이 만들어졌다.
또 농협은 지역의 동반자 역할을 충분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농촌 노인문제 등의 사회사업에 대한 부분들도 농협이 일정정도 부담해야 한다.

농협인들은 늘 책임과 의무라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유는 농업인들과 파종 관리, 추수나 선별, 유통 등 생사고락을 같이 해야 하며 수취가격이 낮게 나오는 것 또한 임직원의 몫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열악하기만 한 작업장을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가. 책상 앞의 농업정책과 농업현장의 현실 간 괴리가 좁혀지는 길이 가장 시급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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