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구제역, 수습은 뒷전 책임공방만

농민 “두렵다. 자고 나면 옆집이 묻는다”
정부 “농민 의식 문제”‥정치권 책임 떠밀기

  • 입력 2011.01.31 10:45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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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세기 만의 최악의 구제역’
유엔 식량농업기구(FAO)가 27일(현지시간) 홈페이지 메인에 “한국에서 반세기 만에 세계 최악의 구제역이 발생했다”며 경계 경보를 내렸다. 한국의 구제역 상황이 국제적인 이슈로 떠오를 정도로 상황이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28일 구제역 매몰 가축 두수는 288만 마리를 기록했다.
백신정책 전환 후에도 양성판정은 속속 이어지고 있다. 특히 백신접종 후 22일이 지난 한우농가에서 구제역이 발생하기도 해 축산 농가들의 불안은 깊어지고 있다.

정부는 19일 백신 접종 2주가 지난 농장에 한해서 구제역 양성반응 우제류만 살처분 한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그러나 불과 일주일이 지난 27일에 백신 접종 농장은 기간에 상관없이 양성반응이 나온 우제류만 살처분 한다고 범위를 축소 발표했다.

상황에 따라 변화되는 정부 방침에 가장 곤혹스러운 것은 해당 농장주들이다.
농민들은 “자고 나면 옆집이 묻는다. 불안해 죽겠다”, “무슨 방법이 없냐”며 고통을 토로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책임론 공방으로, 정부는 농민들의 의식 문제로 구제역 사태를 떠넘기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한나라당 고승덕 의원(서울 서초을)은 23일 자신의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정부의 살처분정책에 대해 조목조목 비판 하면서 백신정책과 살처분정책의 효과에 대해 오판한 책임자를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 의원은 “국제적인 정책변화를 간과하고 8년 전 대책을 그대로 2010년에 시행하면서 막대한 예산낭비와 축산업기반 파탄, 재앙적 환경오염, 관계자 다수의 정신적 고통 등을 초래한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로 기록될 것”이라고 주장하며 구제역 정책실패의 책임자로 유정복 농식품부 장관을 간접적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정부는 농가들의 도덕적 해이 문제를 들고 나왔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이 27일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서 “집주인이 도둑을 잡을 마음이 없다”며 축산농가들의 구제역 방역의식을 추궁하는 발언을 하고 “현실 보상을 무작정 해주기 때문에 일부 농가에서 도덕적 해이가 문제되고 있다”고 농가들을 공격했다. 

이에 앞서 26일 유정복 농식품부장관과 맹형규 행정안전부장관이 발표한 구제역 관련 대국민 담화 내용도 정부의 초기 대응 실패와 방역책임에 대한 사과는 물론 농민들의 위로는 없이 오직 국민과 축산농가에 대한 훈계 일색이라는 비난이 일고 있다.

28일 농민연합(상임회장 윤요근)과 축산관련단체협의회(회장 이승호)도 각각 성명서를 발표하며 격한 표현으로 농민들의 심정을 대변했다. 특히 축단협은 “아가리가 광주리만 해도 막말은 못한다”는 속담을 들어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몰지각한 발언에 대해 “터진 입이라고 함부로 놀리지 말라”고 경고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이광석)도 정부의 대국민 담화문 발표 이후 성명을 통해 “잘되면 자기 탓 안되면 국민 탓, 모든 것이 남의 탓인 이명박 정부의 안일함이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고 전제하고 “모든 국민이 스스로 재난을 극복하고 위협을 제거한다면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구제역이 전국적으로 확산된 것은 유정복 장관과 맹형규 장관을 포함한 현 정부의 무능함의 결말”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정부와 정치권의 구제역 책임공방만 난무한 가운데 28일 유정복 농식품부장관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사퇴의사를 밝혔다.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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