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실패한 조합장올시다”

인터뷰- 익산 성당농협 윤남용 조합장

  • 입력 2011.01.24 15:28
  • 기자명 원재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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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 성당농협 윤남용 조합장은 작업복 차림으로 조합장실에 들어섰다. 찬기운이 묻은 투박한 손을 내밀고는 수매현장을 들렀다 상을 당한 조합원의 장지까지 갔다가 늦었노라고 미안함을 대신한 악수를 청했다. 성당면지회 회장, 익산시농민회 부회장 등 농민운동가였던 윤 조합장은 지난 해 6월 무투표로 재선에 성공했다. 스스로를 ‘실패한 조합장’이라고 소개하는 윤 조합장. 그가 재선에 성공한 이유는 무엇일까?  〈원재정 기자〉

-조합장에 출마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나는 농협 임원도 맡아 본 적이 없다. 대의원, 이사, 감사 어느 것 하나 경험해 보지 않았다. 한마디로 농협에 관심이 없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다 성당농협 통합 움직임이 있었고, 적극적으로 면농민회 활동을 하던 당시 성당농협 통합 반대 위원장을 맡았다. 결국 통합이 무산됐고, 주변에서 조합장 출마를 권유했다. 당시 나를 제외하고 3명의 후보가 있었는데, 직전 조합장, 직원 출신 등 소위 쟁쟁한 후보들이 있었고, 내가 당선되리라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다.(웃음)

▲ 윤 남 용 익산 성당농협 조합장
-지난 해 본지에서 조합장 선거 관련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특집호도 낸 바 있습니다만, 선거운동 얘기도 들려주십시오.

-지난 해 본지에서 조합장 선거 관련 불법적인 행위에 대해 특집호도 낸 바 있습니다만, 선거운동 얘기도 들려주십시오.
농촌의 특성상 친인척들의 득표수가 중요한데 성당면은 황 씨와 박 씨 집성촌이기도 하다. 이들 외의 성씨가 조합장이 된 건 내가 처음이다. 이렇듯 선거에 앞서 유권자 분석을 해보니, 내 표는 딱 2표 뿐이었다. 객관적인 분석상황은 척박함 그 자체였다. 다른 후보들은 이른 아침부터 봉고차에 아주머니들을 대동했지만 난 아내와 단 둘이 다녔다. 3일 선거운동을 하다보니 아내에게 못 할 짓이란 생각에, 이후 혼자 다녔다. 돈이 없어서 그러냐며 후원해 주겠다는 분들도 있었다.

 

항간에 아줌마부대와 윤남용 혼자와의 싸움이라는 말도 떠돌았다. 막상 선거판에 들어와보니, 선거운동만 전문적으로 컨설팅 하는 곳이 있다는 것 알았다. 이미지 사진 뿐 아니라 공약까지 만들어 준다. 조직관리와 선거판세 분석…공식적인 비용과 비공식적인 비용까지 모두 산출해 준다. 이게 현실이다. 물론 나는 사진도 명함판으로 만들었고, 그들과 비교하면 아마추어측에도 못 드는 선거운동을 한 셈이다.

-재임에 성공했는데 그간의 평을 해 주신다면.
조합장이 되면서 잘한다고 소문난 전국의 조합들을 수소문해서 찾아다니며 배웠다. 직원들보다 농협에 대해, 조직 운영에 대해 많이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결과적으로 나는 실패한 조합장이다. 사업 1년차부터 계속 실패만 거듭했다. 조합원들에게 깻잎, 옥수수, 둥근마 등 심자고 했다가 망했다. 작년엔 검정벼를 180ha 심었다 쫄딱 망했다. 또 합병반대를 앞장서서 외치다 조합장이 됐으니 농협중앙회와의 관계는…, 짐작에 맡기겠다.

이 지역 농민조합원들은 의식도 뛰어나다. 면농민회 활동할 때 서울 집회에 면에서 4년 연속 버스 8대를 동원해 참가할 정도였다. 그런데 지금은 농민회와 좀 거리가 멀다. 내가 부덕한 탓이다. 농협조직도 생각해야 하고 농민도 생각해야 하고. 생각하는 것과 현실과는 거리가 멀다.

-‘실패한 조합장’을 무투표로 재선에 당선시킨 조합원들은 어떤 생각일까요?
잘 모르겠다. 모두 실패한 것 투성이라…. 잘 못했지만 열심히 했다는 평가라고 생각해야 할지. 관행으로 거래되는 언론취재는 응하지도 않았고 투박하게 조합장 일을 했다는 생각이다. 다만 경제사업을 통해서는 수익을 일체 남기지 않겠다는 것은 확고했다. 모든 수익이 농민조합원들한테 가야한다는 생각에 수수료도 받지 않고 대행사업을 하고 있다. 벼의 경우 재작년에 5만3천원 작년에 4만7천원 수매했다. 익산관내 최고가로 매입하다 보니, 작년에 조합장 선거에 인근의 조합장들이 많이 바뀌었다.
수익은 신용사업을 통해 낸다. 직원들이 정말 열심히 뛰고 있다.

-앞으로 계획에 대해.
지금까지 실패했지만 올해도 지역특화작목으로 고사리를 6만평 심을 계획이다. 조합장 임기 안에 벼 13만개를 수익 안내고 전량 매입하는 게 목표인데, 어렵다. 다른 조합장들은 유려하게 목표도 잘 표현하던데…. 연봉 3천8백만원 외에 수당을 받지 않고 벼 전량수매 공약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이다.  

농협 2층 교육장을 활용해 농산물거래를 인터넷화 하는 e-비즈니스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우리 조합원들은 교육에 관심도가 매우 높다.
전국 조합장들 훌륭한 분도 많고 고생도 많이 하고 있다. 돈과 명예가 있다던 조합장, 내가 해 보니 사실 매력 없는 자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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