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가 권유한 펀드, 몽땅 잃어도 지역농협 책임

22개 지역농협 신성건설 270억 투자…회사 부도로 전액 회수 못해

  • 입력 2011.01.24 15:22
  • 기자명 원재정 기자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3월 서울중앙지법 조정결정소 “투자원금 80% 지급” 강제조정
농협중앙회 이의 제기… ‘법적 책임 없다’ 판결 얻어

농협중앙회가 투자를 권유해 모금한 펀드의 사고로 전국 22개 지역농협의 재정상황이 악화일로를 맞고 있다. 그러나 ‘위험부담은 투자자가 감수하는 것’이라는 투자자의 책임원칙에 따라 최근 농협중앙회는 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나 결국 농민조합원들이 고스란히 피해를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됐다. 

농협중앙회는 지난 2006년 11월 24일 내부전산망을 통해 ‘신성건설’ 회사채 관련해 투자 방법, 가입 금액, 가입 시기 등의 내용을 개괄적으로 설명한 자료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4일 후 11월 28일 농협중앙회는 다시 지역농협에 ‘사모채권 - 신성건설 회사채 판매’라는 공문을 전달했고, 이 공문에는 ‘운용자산은 펀드만기와 동일한 만기의 채권(회사채)으로 운용하여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률 추구’, ‘신성건설 공모사채’ 등의 내용이 추가로 적혀있었다는 것.

이에 따라 전국 22개 지역농협에서 투자금이 모였고, 총 270억원이 투자됐다.

당시를 기억하는 지역농협 관계자들은 자금운영에 압박을 받고 있던 지역농협들이 농협중앙회가 높은 금리(연 6.5%)를 제공한다고 했을 뿐 아니라, 지역농협에 대한 지도, 감독기관이라는 점을 믿고 결국 ‘신성건설’ 펀드에 가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펀드 만기일을 앞두고 2008년 신성건설이 부도를 맞게 되자 지역농협들은 ‘신성건설’ 펀드의 투자원금을 전혀 회수하지 못하게 됐다.

이로 인한 지역의 파장은 컸다.
조합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일부 조합장들은 투자 손실로 인해 선거에 낙선하는 일 등 큰 후유증을 앓았다. 일부 지역에서는 대책위가 꾸려지기도 했고, 피해 지역농협들은 급기야 서울중앙지법 서울조정센터에 조정을 의뢰했다. 작년 3월에 난 조정의견은 “농협중앙회는 지역농협의 투자원금 270억원의 80%에 해당하는 216억원을 지급하라”는 것. 서울중앙지법의 강제 조정은 법원의 1심 판결과 동일한 효력을 지닌다.

그러나 농협중앙회가 이에 불복, 이의 제기를 신청했고 지난 1월 14일 농협중앙회는 법적책임이 없다는 판결이 났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들의 표현을 빌자면 지역농협과의 싸움에서 ‘승소’한 것이다.

농협중앙회 PB마케팅부 정용재 차장은 14일 승소판결이 났음을 확인시켜주며 “투자 시 수익도 위험도 모두 투자자의 몫”이라는 원칙을 분명했다.

정 차장은 또 “이미 지난 일인데 이제 무슨 기사냐”며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반응을 보이고 지난해 조정건에 대해서는 “우리는 조정에 응한 적이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투자금과 관련 지역농협에 대한 질문에도 공개할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한 그는 “사실 지역농협이 자체 투자해서 원금 손실한 사례도 많이 있다. 이번 신성건설 건도 법대로 할 일이지… 솔직히 농협중앙회니까 보상해달라고 요구하는 것 아니냐”고 지역농협들의 처사가 적절치 못함을 에둘러 표현했다.

지난 1월 14일의 판결로 농협중앙회는 법적 책임을 벗어났지만 지역농협은 이로 인해 여러 가지 부작용을 앓아야 할 상황에 놓여있다.

경북의 한 농민조합원에 따르면 “경북지역에서는 4개의 지역농협이 관련돼 있다”면서 “농협별로 작게는 10억원 많게는 30억원의 피해가 있고 총 투자금은 80억원”이라고 말했다.
이 농민조합원은 “농협중앙회의 투자분석 수준도 문제지만 지역농협에서 무책임한 투자결정이 이뤄지고 있는 것도 개선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는 “지역농협의 투자결정은 통상 이사회 의결에 따라 이루어진다. 투자에 대한 책임도 이사들에게 있다는 것이 농협법에 명시돼 있다. 이런 사실들을 지역농협 이사들이 정확히 인식했다면 이와같은 묻지마식 투자를 했겠느냐”며 “농민조합원들의 피해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북지역에서는 이같은 펀드사고로 인한 대책을 촉구하기 위해 농민단체 등에서 지역적으로 대처할 움직임도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투자 권유에 대한 책임을 벗은 농협중앙회가 이후 회원조합들이 겪어야 할 후유증은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 행보가 주목된다. 〈원재정 기자〉

저작권자 © 한국농정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