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산공동체학교

제 앞가림하는 힘과 어울려 사는 힘을 배우는 곳

  • 입력 2011.01.02 20:43
  • 기자명 심증식 본지 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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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안공동체 변산공동체학교

몇 일전 내린 눈이 녹아 질척거리는 마당 정면에는 2층짜리 황토 건물에 강당과 도서관이 있고, 지하실에는 수십 개의 큰 독에 백초술이 익어가며 100가지 산야채로 담근 백초효소와 부안 바닷가에서 잡은 고기로 담근 젓갈이 발효되고 있다. 지하실 천정과 벽에 검게 핀 곰팡이가 이곳이 자연 발효실임을 말해 주고 있다. 마당 왼쪽의 식당에서는 흥겨운 풍물 소리가 들려온다.

겨울 방학기간이라 학생들은 거의 다 귀가를 하고 공동체의 어른들과 이곳에 사는 아이들 십여 명이 모여 풍물 연습을 하며 겨울 낮을 보내고 있다. 이들은 이렇게 여가를 보낸다. TV나 컴퓨터 대신 풍물도 치고 어울려 술도 마시고 대화를 나누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하며 한가한 겨울을 보낸다. 이들은 풍요롭지 않고 강렬한 자극이 없어도 충분이 즐거워한다

사람이 모여 집단을 이루고, 집단은 문화를 만들어 낸다. 변산공동체학교도 소박하지만 이들 스스로 문화를 만들어 가며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이들이 만들어 내는 문화는 특이하지도 특별하지도 않다. 옛날 여느 농촌에서나 있어 왔던 평범한 농촌 공동체의 삶이다. 그것이 변산공동체학교가 꾸는 꿈이다.

15년 전 충북대학교 철학과 윤구병교수가 교수직을 버리고 변산에 내려와 농공동체 건설이라는 꿈을 펼치기 시작 했다.

도시문명의 발달은 대기와 물과 땅을 오염시키고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함으로써 지속 불가능의 상태로 올 것이기 때문에 자연 순환의 순리를 따르는 농촌공동체를 건설하고자 하는 실험을 시작 한 것이다.
변산공동체학교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근대적 의미의 학교가 아니다. 특별히 교실이 있는 것도 아니고 꼭 또래의 아이들만을 모아 교육하는 곳도 아니다. 변산 공동체는 출발할 때부터 변산공동체학교였다. 변산 공동체의 맨 처음 학생은 초기 변산 공동체 사람들이었다.

지속가능한 농촌 공동체를 건설하여 공동체 사람들이 제 앞가림하는 힘을 배우고 어울려 사는 힘을 배우는 곳이라는 의미다.

◆ 공동체로써의 변산공동체학교
변산 공동체에서 현재 가정을 꾸려서 생활하는 가구는 4가구이다. 그러나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구성원은 20여명의 어른과 30여명의 학생들, 모두 50여명이 생활하고 있다.
변산공동체학교가 추구하는 것은 아주 단순하다. 전통적으로 내려온 농촌 공동체를 복원하는 것이다. 공동체 안에서 먹고 자고 즐기는 것이 가능한 자급자족하는 작은 사회를 만드는 것이다.

이곳에서는 논 8,000평, 밭 4,000평의 농사를 지어 50여명의 공동체 식구들이 먹고 산다. 요즘 한 농가의 농사꺼리도 안 되는 농사로 50여명이 일하고 먹고 산다.

농사는 모두 유기농으로 짓고 있다.  농약도 사용하지 않고 비료도 사용하지 않는다. 그리고 기계도 가능하면 사용하지 않고 사람의 손으로 해결한다. 그래서 농사일이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공동노동으로 농사를 짓기 때문에 생각 보다 힘들지 않다. 이곳에서 생산하는 농산물 중 자급하고 남는 쌀과 가공식품인 된장·간장·효소 등을 만들어 판매하기도 한다.

한편 이곳은 귀농학교이기도 하다. 도시에서 귀농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이곳에 내려와 농사를 짓고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살다가 2~3년 후 인근지역에 터전을 잡아 귀농 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 변산공동체학교에서 생활했던 사람들 중 12가구가 인근지역에 귀농하여 농사를 지으며 살고 있다. 여기는 원하는 사람이면 누구나 들어와 살 수 있다. 베낭 하나만 들고 오면 같이 농사를 지으며 살 수가 있다.

◆ 학교로써의 변산공동체 학교
변산공동체학교가 지향하는 교육의 목표는 스스로 앞가림 할 힘을 길러 주는 것과 함께 살 힘을 길러 주는 것이다.

이곳은 머리로 하는 공부보다 몸으로 하는 공부가 중요한 학교이다. 정형화된 교육과정이 없다. 수업은 해마다 다르다. 올해는 검도, 풍물, 기타, 국어, 역사, 도자기 수업을 했다.
그때그때 준비된 상황과 형편에 따라 수업을 한다. 정해진 수업보다 공동체 구성원들과 어울려 살면서 공동체를 찾아오는 손님들과 어울리며 더 많은 것을 보고 배운다. 학비도 전혀 없다.

오후에는 모두 농사일을 한다. 스스로 농사를 지어 먹을 것을 생산하고 살 것을 만들어 낸다. 고등학생들은 자기농사가 있다. 그래서 고등학생들은 여름방학에도 집에 가지 못하고 농사일을 하기도 한다. 이곳에서는 수업 보다 농사일을 우선시 한다.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몸과 마음에 상처투성이가 되어 공동체에 찾아온 아이도 공동체 생활을 하게 되면서 변화가 온다. 건강하고 밝아지며 안 좋은 습관도 하나씩 없어진다.

제도권학교가 아이들의 자유와 넘치는 에너지를 억압하여 모두가 경쟁에서 이기는 공부만 강요하며, 아이들의 자생력없애고 제도와 체제에 순치된 아이들을 만들고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제도화 시스템에서 일탈하는 순간 문제아로 낙인찍어 버리는 제도교육의 폭압이 존재하지 않는다.
 〈심증식 본지상무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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