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씨앗은 우리농업의 혼…보존.육성 하는 것 당연

존재감 일깨우고 여성농민간 연결고리 역할 해
잃어버린 것 찾아가는 소중한 과정

  • 입력 2011.01.02 20:38
  • 기자명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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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전여농, 회장 김경순)이 선도적으로 벌이고 있는 토종종자 지키기 사업. 이미 토종종자에 대한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만큼, 토종씨앗은 우리 농민의 ‘혼’과 같은 존재이다.

토종종자 지키기 사업을 활발히 벌이고 있는 의성군 여성농민지역농업연구회는 2010년 1농가 1토종종자 지키기 활동을 통해 토종종자도 지키고 여성농민간의 연대, 여성농민의 자아 존재감을 일깨워 주고 있다. 이미 거대 농기업에 의해 빼앗겨 버린 종자를 여성농민들이 지키고 있는 현장을 찾았다.

▶토종종자 중요성 몸으로 느끼고 있어=여성농민들은 토종종자로 농사를 짓는 이유가 무엇이며 어떤 것들을 알아가고 있을까? 또 어떤 마음으로 토종씨앗을 지키고 있을까? 여성농민들은 토종종자로 농사를 짓고, 토종씨앗을 지키는 활동을 함으로써 토종종자의 중요성에 대해 인식하기 시작했다.

경북 의성군에서 농사를 짓는 배금선 씨는 “이전에는 토종종자에 대한 개념이 없었는데, 토종종자로 농사를 지으면서부터는 기후변화에도 관심을 갖게 됐다. 올해 이상기후로 토종종자로 지은 농산물이 어는 바람에 수확이 잘 안됐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여성농민들이 토종종자로 농사를 짓는 이유는 다양했다. 우선 토종종자로 지은 채소류는 흔히들 말하는 외관상의 ‘상품성’은 떨어지지만, 맛은 월등히 좋다는 것.

의성군의 노미옥 씨는 “시중에서 판매하는 일반종자로 농사를 짓는 것과는 맛이 다르다. 토종종자로 농사를 지은 오이를 씹어보면 일반 오이와는 다르게 사각거림이 더 크다”라며 “농약을 뿌리지 않고도 오이농사가 잘되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에서 농사를 짓는 구각선 씨는 “내가 뭔가를 지켜야 한다는 생각으로 조금씩 토종종자 농사를 짓는다. 토종종자 농사를 지으니 가정에도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수확물을 음식으로 만들어서 가족들과 함께 먹는 소소한 재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여성농민들이 토종종자를 지키고 농사를 짓는 궁극적인 이유는 돈을 벌지도 못해 자식들 등록금, 용돈은 주지 못해도 토종종자에 대한 중요성을 몸으로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나이든 여성농민 존재감 일깨워=토종종자 농사를 지으면서 다양한 일화가 발생하기도 한단다. 특히 젊은 여성농민들은 토종종자를 채종하는 것이 서툴고 실패할 확률이 높은 반면 나이든 농민들은 받아간 종자보다 더 많이 수확해 온다는 것.

김정희 의성군여성농민지역농업연구회 회원은 “토종종자를 지켜야 할 것이라고 인식은 하는데 여태까지 어른들에 의지해오다보니 지키는 것이 너무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젊은 사람들은 우선 보기 좋게 심고 본다”며 “그렇게 해서 토종종자 채종에 여러 차례 실패했다”고 회고했다.

특히 토종종자는 젊은 여성농민과 나이든 여성농민들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뿐만 아니라, 나이든 여성농민들에게 ‘활력’을 주고 있다.

즉 나이 많은 농민들이 농사일에 힘이 들어 표정이 어둡다가도 ‘토종씨앗’이야기가 나오면 얼굴에 화색이 돌고 평소보다 이야기가 많아진다는 것. 이를 통해 여성농민들은 여태까지 자신들이 살아왔다는 의미를 찾는 다는 것이다.

김윤미 의성군여성농민 지역농업연구회 총무는 여성농민의 토종종자에 대한 열의와 열정을 엿볼 수 있는 한 사례를 소개했다.
그는 “이곳 보육정보센터에서 20km 떨어져 사는 나이 많은 여성농민들이 있다. 근데 그 곳에 사는 여성농민 11명이 포터(트럭) 한대에서 내리더라. 그 날이 토종 종자 관련 모임이 있던 날이었다. 그 정도로 열의가 높다. 그 분들이 잘하고 있는 것에 재미를 느끼고 있다는 반증이다.”라고 설명했다.

▶토종종자, 우리농업 ‘혼’=토종종자를 지키고 더 많이 채종해 확대해 나가는 여성농민들의 활동은 우리 농업의 ‘혼’을 찾아가고 복원해 내는 것처럼 보인다.
또, 토종종자를 나눔으로써 생명을 나눈다고 믿고 있다. 종자를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닌 나눔을 통해 마을 공동체를 형성·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배금선 씨는 목화농사를 예로 들며 “어른들이 농사를 지어서 목화를 심으면 그걸로 옷을 만들어 입었다.”라고 회고한 뒤 “여성농민들이 첫모임을 가졌을 때, 나이 드신 분이 목화씨를 심어서 올해 채종한 씨를 가져오셨다. 그 어른이 심지 않았으면 잃어버렸을 것인데, 그분으로 인해 다시 찾은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김정희 씨는 “(나이드신 여성농민들은)씨앗을 나눠주고는 돈을 받지 않더라. 종자를 나눈 다는 것은 생명을 나눈 다는 것이기 때문 인 것 같다”라며 “토종종자 지키기 사업을 하면서 (토종종자가)보존되는 것에 너무 감사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영미 씨는 토종종자 채종포를 구하는 과정에서의 일화를 소개했다.
그는 “공동 채종포를 구하는데 걱정이 많았다. 그런데 남편이 ‘그걸 뭘 고민하나. 우리 땅 내주자’라고 말해 고마웠지만 한편으로는 그 땅 내주면 내가 한번이라도 더 가봐야 해서 걱정이 됐다”라며 “그래도 남편과 같이 먼지를 뒤집어쓰며 수확한 토종 콩을 보고 가슴은 뿌듯했다”고 웃음 지었다.  〈최병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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